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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강에 있었던 오사카 '츠루노하시(鶴橋)' 터를 가다

오사카 코리아타운 근처에 있는 학다리(鶴橋)터
<맛있는 일본이야기 715>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예전(1919~1923)에 이 강이 범람하곤 하여 치수 작업을 할 때 한국인 특히 제주도 출신이 많이 건너왔지요. 코리아타운과 츠루하시 일대에 정착한 분들 가운데 제주도 출신이 많은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이 일대는 백제강(현재 이름은 히라노강)이 흐르던 곳으로 이곳에 놓았던 다리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였다고 일본 사서인 《일본서기(日本書紀)》 닌토쿠천황(仁德天皇)조에 나와 있으며 지금은 폐교(廢橋, 1940년) 상태로 ‘츠루노하시(鶴橋)터’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는 지난 4월 13일, 오사카 코리아타운 일대를 둘러보고 그 들머리에 있는 ‘오사카 코리아타운의 왕인박사노래비를 찾아서’ 기사를 쓴 뒤, 다음 날인 14일에 찾은 ‘츠루노하시(鶴橋)터’를 안내한 재일 작가 김길호 선생이 들려준 이야기다.

 

 

 

일본의 정사(正史)인 《일본서기》의 완성 시기가 서기 720년인데 당시 오사카 츠루하시 일대를 흐르는 강의 이름이 백제강(百濟江, 구다라가와)이었다는 것은 이 일대에 고대 백제인들이 많이 정착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를 입증하듯, “고대에 이 주변은 조선반도에서 건너온 선진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며 백제군 소속이었다. 메이지(明治, 1868~) 중엽에는 북백제촌(北百済村)이라고 불렸으며 간사이본선 백제역 (関西本線 百済駅)이 있었다. 백제역은 전후(戰後, 1945) 없앴지만, 주민의 요청으로 1989년에 그 자리에 동부시장역(東部市場駅)이 설치되었다.”라고 오사카커뮤니티 투어리즘 추진연락협의회(大阪コミュニティ・ツーリズム推進連絡協議会)의 홍보물에는 오사카 속의 백제와 관련된 곳을 여러 곳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오사카시, 오사카상공회의소, 재단법인 오사카관광컨벤션협회, 사단법인 오사카아소보위원회 등이 함께 만든 단체다.

 

 

 

 

 

오사카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밀집지역, 곧 코리아타운을 가려면 JR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츠루하시역(鶴橋駅)에 내려야 하고 그러면 바로 츠루하시상점가와 연결된다. 상점가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김밥, 잡채, 김치, 부침개, 족발, 삼겹살 등을 파는 가게가 즐비하여 마치 서울의 재래시장에 들어선 느낌이다. 츠루하시상점가 가까운 곳에 코리아타운이라는 번듯한 간판의 상점가가 다시 나타나는데 이곳 역시 일본 속의 한국임을 실감케 한다.

 

그 코리아타운을 지나다 보면 빼곡하게 들어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작은 강이 나타나는 데 강이라기보다 복원 전의 서울의 청계천 같은 느낌의 냇물이 흐른다. 콘크리트로 개천을 보수해 놓은 데다가 도심의 폐수(?)가 유입되었는지 물은 이끼 낀 것처럼 탁해 보였다. 하지만 이 일대는 천여 년 전 백제인들이 몰려 살던 곳으로 강 이름이 백제천이었고, 주변에는 백제신사(百濟神社), 백제사(百濟寺)는 물론이고 1945년까지 백제역(百濟驛)까지 있었던 그야말로 백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물론 이 백제강에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학다리(鶴橋, 츠루노하시)가 있었다. 학이 뛰어놀던 만큼 물이 깨끗하던 그 옛날의 백제강 주변은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의 즐비한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고 그 속에서 재일동포들이 일군 코리아타운이 성업 중이다.

 

“이곳은 1923년에 츠루하시경지정리조합(鶴橋耕地整理組合)에 의해 신히라노강(新平野川)이 건설되었고 불필요해진 옛 강줄기는 1940년에 매립되어 츠루노하시(鶴橋)는 폐교되었습니다. 이 유서 깊은 다리의 이름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1952년, 이곳에 기념비를 세우고 당시의 다리 기둥 4개를 보존하였습니다. 또한 츠루노하시(鶴橋)터에 있는 작은 공원은 히라노강(平野川, 옛이름은 백제강)이 있던 자리로 현재 공원 입구 앞 도로 위에 다리가 있었습니다.” - 오사카시 문화역사과 - *참고로 일본어 가와(川)는 강(江)을 말함.

 

 

 

재일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 츠루하시상점가와 코리아타운을 방문한다면 코리아타운 들머리에 있는 왕인박사노래비와 이곳에서 10여 분 거리의 백제강(현 히라노강)에 있었던 츠루노하시(鶴橋) 옛터 기념비를 둘러보면 의미 있을 것이다.

 

4월의 벚꽃은 벌써 꽃잎을 떨구고 기념비만 말없이 서 있는 해 질 무렵, 돌비석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매립된 땅 저 밑바닥을 즈믄해(천여 년) 동안 쉼 없이 흐르던 백제강의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백제강에 있던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학다리(鶴橋, 츠루노하시)터를 찾아 가는 길】

 

*주소: 大阪府大阪市生野区桃谷3丁目17-19

1) JR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모모타니역(桃谷駅) 1번 출구에서 도보 8분

2) JR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츠루하시역(鶴橋駅) 5번 출구에서 14분

 

위의 두 방법이 있으나 오사카 코리아타운을 구경한 뒤 찾아가려면 츠루하시역(鶴橋駅)에서 내려서 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고 안내판도 없어서 어려움이 따른다. 행인에게 길을 물으려면 <天理敎難波分敎會>를 묻는 것이 알기 쉬울 것이다. 바로 옆에 학다리(鶴橋, 츠루노하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