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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로 점과 잡티를 뺐어요


<야매>로 점과 잡티를 뺐어요

 

점 빼러 다닌다는 아줌마를 통해 얼굴 공사(?)를 했습니다. 아... 생각보다 아프더군요.. 납땜하는 거 같은 기계로 제 얼굴의 잡티를 하나하나 태워주셨는데 눈가와 이마는 다른 곳보다 많이 아팠습니다. ㅠㅠ 그래도 남자라고 참았는데 돈도 싸게 먹히고 좋지 않냐고 속으로 자위하면서.. (병원에서는 20만원 정도인데 야매는 확실히 싸더군요.. 3만원... ㅋㅋ -다음-  

남자가 야매로 점을 뺐나 보다. 정상이면 20만 원 하는 것을 야매로 3만 원에 시술 받아 흡족하다 했다. 싸긴 정말 엄청 싸다. 6배나 싸니 야매가 판을 칠만도 하다. 야매라는 말은 예전에 어머니가 자주 쓰시던 말이다. 동네 미장원에서 정식으로 ‘빠마(요즈말로 펌)’ 할 돈이 없던 시절 우리집에는 ‘야매 미용사’가 드나들었다. 어머니가 빠마 하는 날이면 동네 아줌마들이 경로잔치라도 하는 양 하나 둘 모여 툇마루를 채우고도 모자라 안방과 건넌방까지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어린 우리는 밖으로 밀려났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도 썩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 비릿하고 화학냄새가 확 풍기는 4~50년 전의 파마약은 그야말로 전쟁터의 화약냄새만큼이나 지독하여 동네 아줌마들이 빠마를 마치고 돌아가고도 며칠은 빈속을 뒤집어 놓을 만큼 역겨웠다. 지금은 뽀글뽀글하게 하지 않지만 시골 아줌마들일수록 뽀글거려야 ‘빠마가 잘 나왔다’고 기뻐했던 것도 격세지감이다. 야매로 한 빠마값을 내려고 치마 속 고쟁이에 큼지막하게 단 주머니에 달아 둔 옷핀을 풀던 아주머니들은 지금 이 세상을 뜬 분들이 많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야미(<일>yami[闇]) : 뒷거래’라고만 되어 있다. 그렇다. 일본말은 ‘야매’가 아니라 ‘야미’이다. 일본어 야미(闇, やみ)는, 1)어둠, 암흑 2)사려, 분별을 잃음 3)희망이 없음, 캄캄함 4)암거래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동네 아주머니들은 ‘야매’라고 했고 위 예문에서 점을 뺀 남성도 ‘야매’라고 했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정확한 일본 발음을 안 해주는 게 덜 부끄러운 일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야미>를 ‘뒷거래’라고 했지만 사실 오늘날 ‘야미’를 쓰는 사람들은 정식이 아닌 몰래 하는 것, 합법적이지 않은 몰래, 은밀한, 어설픈, 싸구려….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야매 빠마를 하고 야매로 이빨을 해 넣던 시절이 갔나 했더니 여전히 ‘야매’는 한반도에서 은밀히, 은밀히 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다. 뽑아도 뽑아도 살아나는 ‘잡초’는 요새 제초제 한방으로 죽이던데 말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