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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평에도 등장 한 "쓰나미"


예술 평에도 등장 한 <쓰나미>
 

디자이너는 신이다! 일상의 사물을 주물러 새로운 스타일을 빚어내는 디자이너들의 의식 밑바닥에는 항상 이 명제가 도사리고 있다. 디자인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 ‘디세뇨’는 본디 ‘신의 기호’라는 뜻이다. 디자이너가 자본의 대리인으로, 디자인이 ‘음모’ ‘획책’ 등의 의미로 더 쉽게 읽히는 세태에서 디자이너가 작은 조물주이고 싶다는 건 역설적으로 더욱 절실한 욕망이 되는 법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일본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43)는 그 절실한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지난달 1일부터 서울 청담동 뮤지엄닷비욘드뮤지엄에 차려진 그의 전시 ‘스펙트럼’은 매끄러운 스타일 대신 빛과 대기, 흐름처럼 유동하는 형이상학적인 이미지들로 채워져 있다. 전시장 1, 2층을 덮은 것은 200여만개의 빨대 더미다. ‘토네이도’(사진)로 이름붙인 이 설치 작업은 새하얀 전시장 벽면과 어우러져 쓰나미 언덕처럼 빛난다. -한겨레신문.2010.6.8-

이제는 예술평에도 버젓이 쓰이는 ‘쓰나미’ 는 몇 해 전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일어난 지진, 해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재산상의 피해도 엄청 났던 사건이후 널리 퍼진 말이다. 그곳이 휴양지라서 전 세계 사람들이 몰린 탓인지 국내 언론은 물론 전 세계 언론들이 대서특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어찌된 일인지 이날 이후로 방송에서는 ‘쓰나미’라는 말을 급속히 쓰기 시작했다.

이 말이 귀에 거슬려 사람들에게 ‘지진, 해일’이라고 쓰자 하니 어떤이는 영어인 줄 알았다거나, 어떤이는 일본말이면 어떠냐고 한다. 일본어 ‘쓰’란 노량진, 당진 할 때의 진(津)을 발음한 것이며, ‘나미’란 물결을 뜻하는 한자 파(波)의 소리음이다. 뜻으로 말하자면 진(津)쪽을 향해서 밀려오는 파도, 물결인 셈인데, 기왕 나온 김에 정확한 발음은 ‘쓰나미’가 아니라 ‘츠나미(つなみ, tsunami)이다.
 

내가 왜 이렇게 장황하게 츠나미를 설명하는가 하면 한국방송의 태도 때문이다. 뉴스시간에서 조차 버젓이 ‘쓰나미’ 하길래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종전에 쓰던 ‘지진,해일’이란 말을 쓰지 왜 ‘쓰나미’란 일본어를 쓰느냐고 항의했더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쓰나미’가 국제 공용어라며 전화를 끊는 것이다. 국제공용어? 

한국방송에서는 몇 해 전부터 한국어능력시험이란 시험을 만들어 우리 말 실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는 제대로 된 국어 공부를 하라는 뜻 일 텐데 한편으로는 ‘쓰나미’ 같은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 우리 국토에 마구 쏟아 붓고 있다. 고운 말, 아름다운 말, 뜻이 분명한 우리말을 쓰도록 앞장서야 할 기관에서 이미 있던 ‘지진해일’을 놔두고 ‘쓰나미’를 고집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방송에 묻고 싶다. 국제공용어는 꼭 써야하는 의무적인 말이냐고 말이다. 이 말을 안 쓰면 유엔에서 아니면 스위스 제네바의 어느 기관에서 제재라도 받는다는 말인가? 그들이 말하는 ‘국제공용어’란 모호한 변명에 불과하다. 혹시 옥스퍼드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라서 쓴다고 하면 귀엽기나 하지.

실제보자. 'O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of Current English'란 사전을 보면, 가라오케(karaoke,704쪽), 스시(sushi,1311쪽), 쓰나미(tsnami,1395쪽) 같은 말이 올라 있다. 여기에 올라있으면 국제공용어란 말인가! 하나 더 보자 이번에는 미국사전이다. 'The Amerikan Heritage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에 보면 오리가미(origami,1241쪽), 사시미(sasimi,1548쪽)등이 올라 있다. 여기서 오리가미란 ‘종이접기’이다. 이런 위대한 사전에 올라있으니까 ‘종이접기’를 버리고 ‘오리가미’를 써야 하고 나무젓가락을 버리고 ‘와리바시(waribasi)’를 따라야 한다는 말은 논리도 철학도 배알도 없는 말이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국제 공용이니 세계 공용어를 핑계 삼아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말들은 하루빨리 멈추어야 한다. 노블레스오블리주, 할리우드액션, 숍인숍, 발레바킹, 워킹맘, 리콜, 갈라쇼, 정크푸드, 팝업창, 멘토...독버섯처럼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 쏟아 붓는 이런 말들은 독창적인 말글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서 수치다. 지진해일이란 말이 비록 한자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기존에 써오던 것이므로 구태여 ‘쓰나미’란 말을 들여올 필요는 없는 것이며 ‘지진해일’이 한자말이어서 기분 나쁘면 우리 토박이말로 만들어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브레이크 뉴스>에 올라 있는 ‘쓰나미’관련 기사 제목을 보자.

지금은 차별화 쓰나미가 몰려온다 / 지방선거 거대 폭풍, 정부발 '세종 쓰나미'/

'SSM' 쓰나미, '신세계이마트 주유소'도 덮치나/ 상반기 버블세븐 지역 경매 ‘쓰나미’ /

미국發 고환율 쓰나미 MB정부 '쩔쩔' 내막/ 구본호·김영집 그리고…코스닥에 ‘쓰나미’ 덮치나? / 흉흉한 촛불민심 대공황 정국변화 쓰나미/ 검찰發 사정 쓰나미, 야당으로 몰려온다! /

한나라당 공천 후유증, 쓰나미/ "민심쓰나미도 못 읽는 무능한 대통령/ 발리發 CO₂쓰나미…철강 산업 "휘청~"/ D-3 'BBK쓰나미' 지역정가 강타‥핵폭풍/ BBK 쓰나미에 "MB 타이타닉호" 어디로?/ 곽성문 탈당, 親朴인사 '탈당쓰나미' 예고 / 참여정부發 부동산 '쓰나미'를 우려한다/ 쓰나미 희생자 여행자보험 적용 어렵다/ 7.26재보선 후 정계개편 쓰나미 온다 / 5·31 쓰나미 후 김정일의 깜짝 카드?/ 홍콩 언론 "전지현·장동건, 아시아 쓰나미"/ '도청쓰나미'위기 직면한'인권대통령'/ 카트리나 후폭풍 "油價 쓰나미" 몰고온다/ 참여정부發 부동산 '쓰나미'를 우려한다/파괴되는 '해안림' 쓰나미가 몰려온다/ 아시아 에이즈 ‘조용한 쓰나미’...

‘한글이 목숨이다’라고 외솔 최현배 선생은 서슬 퍼렇던 일제강점기에 외치셨다.

말글을 아껴쓰고 다듬어야 할 언론에서 끝도 없이 일본말 ‘쓰나미’를 확대 재생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겨레의 자존심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