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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폴란드 대통령 죽음에 ‘심심한’ 조의...


이대통령 폴란드 대통령 죽음에 ‘심심한’ 조의...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내외가 러시아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것과 관련해 조전을 보내 애도했다.이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앞으로 보낸 조전에서 "오늘 폴란드 대통령 특별기가 추락해 항공기에 탑승했던 카친스키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폴란드 국민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컷뉴스-

사고원인은 확실치 않지만 며칠 전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사고는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명복을 빌고 애도를 하는데 ‘심심한’을 붙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한국어에 심심풀이 라든가. ‘심심하다’라는 말이 있어서 그런지 어감상으로도 ‘심심한  조의’는 듣기 거북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심심하다’로 나오는데 그 풀이를 보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그동안의 노고에 심심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라는 예문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을 ‘깊은 슬픔’ ‘깊은 경의를 표한다’ ‘깊이 감사드린다’ 정도로 쓰면 될텐데 굳이 ‘심심한’으로 쓰는 까닭은 무엇인가?

국립국어원 낱말 풀이에서는 이 말을 순화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민이 심심하면 ‘심심한 조의’같은 말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에 보면, しん‐じん【深甚】:意味や気持ちなどが非常に深いこと。また、そのさま。甚深。「―な(の)謝意を表する」 번역할 것도 없다. 국립국어원이 일본 사전을 베껴 쓴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는 뜻 그 자체다. 우리말로 ‘깊은, 깊이’하면 끝날 것을 일본말을 들여다 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심심한’의 뜻은 순종실록 3권, 2년 (1909 기유 / 대한 융희(隆熙) 3년) 10월 27일(양력) 5번째 기사인 ‘일본 천황이 전보를 보내다’에 보이는데 일제가 한반도에 드나들면서 가져 온 말이라 구한말 기록에 나타나는 것 같다. 내용을 보면, ‘일본국 천황 폐하(天皇陛下)가 직접 전보를 보내왔다. 그 전보문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화를 당한 데에 대하여 심심한 동정(同情)을 표시하여 준 것을 짐은 감사하게 여기는 바입니다.’라고 나와 있다.

순종황제가 안중근의사가 처단한 이토히로부미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구구절절 일왕에게 보낸 모양이다. 그래서 일왕이 전보를 보내온 것 아닌가? ‘순종황제는 얼마나 심심한 동정을 표시했기에 일왕이 고맙다는 전보를 보내왔을까? 순종실록을 보고 있자니 한국인들이 일본에 한 수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심심한 동정’ ‘심심한 사의’같은 말이 ‘깊은’이란 한국어보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들여다 쓰지 제나라 말이 멀쩡히 있는데 왜 일본말을 쓰겠는가?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건만 대통령까지 나서서 ‘심심한 조의’를 아직도 쓰고 있으니 이만저만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원고’를 써 주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 모두 깊이, 깊이 반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