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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 주세요


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가교> 역할 해주세요



어린이 청와대기자단은 이명박 대통령할아버지께서 어린이들의 소리를 귀담아 듣기 위해서 그리고 어린이들을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드셨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어린이 청와대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신문의 이름은 푸른누리 신문이다. 푸른누리 18호가 발행될 즈음에 새편집인으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님이 오시게 되었다. 9월 15일 오후 4시 청와대어린이 기자단 29명은 새편집인님을 취재하기 위해 청와대기자회견 장소인 청와대의 춘추관 브리핑룸에 모여서 미리 준비한 꼼꼼한 질문을 했으며 이동관 비서관님이 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주시길 빌었다. 푸른누리 -조현빈 기자 (서울잠현초등학교 / 6학년) -

‘가교’라는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가교(架橋):「1」다리를 놓음. 또는 그런 일. ‘다리 놓기’, ‘다리 놓음’으로 순화. 「2」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 주는 사물이나 사실’로 풀이해 놓고 있다. 쉽게 말해서 ‘가교’란 우리말로 ‘다리’다. 그렇다면 위 예문 ‘이동관 비서관님이 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가교 역할’은 ‘이동관 비서관님이 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다리 역할’이라고 하는 게 좋다. 하나 더 말해둔다면 ‘역할’이란 말도 ‘구실’ 또는 ‘할 일’ 등으로 고치는 게 좋다. 따라서 ‘이동관 비서관님이 청와대와 어린이를 잇는 다리 구실’이라고 하는 것이 좋은 우리말이다.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에는 ‘か‐きょう【架橋】: 橋を架けること。また、その橋’라고 되어있다. 번역하면 ‘가쿄 : 다리를 놓는 일 또는 공사’ 라고 풀이하고 있다. 역할(役割)도 야쿠와리(やくわり)라는 일본말에서 온 것이다. 어린이 신문에서조차 즐비한 일본말 찌꺼기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다. 고쳐주는 어른들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다리를 가교(架橋)라 하지 않고 ‘橋’라 하였다. 태종실록 20권, 10년(1410)에 보면, “광통교(廣通橋)의 흙다리[土橋]가 비만 오면 곧 무너지니, 청컨대 정릉(貞陵) 구기(舊基)의 돌로 돌다리[石橋]를 만드소서” 라는 기록이 있다. “廣通土橋, 雨輒圮毁。 請以貞陵舊基石, 造石橋。”

그러나 일제가 왕실에 관여하면서부터 ‘다리’는 ‘가교’로 바뀐다. 순종부록 5권 7년(1914년)에는 ‘사무관 곤도 시로스케를 수원군에 보내어 융릉, 건릉의 부속건물 및 가교공사를 조사하게 하다’라고 왕조실록에 일본말 가교를 버젓이 올리고 있다. 이를 본받아 지식층과 언론에서는 ‘다리’하면 될 것을 ‘가교’로 쓰기 시작하였고 어린이 기자들도 ‘다리’보다 ‘가교’가 좋은 말인 줄 알고 쓰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의 다리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를 빼놓고는 말 할 수 없다. 일본영이기(日本霊異記)에는 서기 646년 백제인 도등(道登)스님이 우지교(宇治橋)를 건설한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지교는 교토와 나라를 잇는 중요한 다리이다. 뿐만 아니라 나라시대의 백제인 행기(行基) 큰스님 역시 일본 각지에 다리를 7곳이나 놓았으며 백성들의 집단주거시설인 후세야(布施屋) 9곳, 교육과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절 49곳, 온천 12곳, 관개수리시설 15곳, 항만시설 5곳 등을 직접 진두지휘한 스님으로 기록되어있다. 또한 한반도인 하타(秦)씨들은 서부 교토 개척을 하면서 가츠라가와(桂川) 제방 쌓기와 도게츠다리(渡月橋)를 건설했다 그 주축은 도창(道昌, 834-848)스님이다. 당시에는 한반도 출신 승려들의 지식수준이 높았고 토목, 건축, 예술, 학문, 불상조각, 불교경전 등에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있었다. 일본 각 지에 다리를 만들고 절을 짓고 궁전을 짓는 일들은 당시에 일본인들의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것이었다. 일본의 많은 사서(史書)에서 우수한 한반도인 들의 토목공사 사실을 기록해주고 있다. 그런 기술자 집단을 보유한 나라가 고대 한반도였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런 우리가 ‘다리’ 대신 ‘가교’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할 수 있는 한 토박이말 ‘다리’로 고쳐 쓰고 ‘사랑의 가교’ 따위도 ‘사랑의 다리’로 고쳐 쓰자. 그게 더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