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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월(翌月)과 익일(翌日)은 일본말이다?

 익월(翌月)과 익일(翌日)은 일본말이다?


정보통신케이블 TV 요금도 내년부터 ‘
익월 납부제’

내년부터는 케이블TV 요금도 전기나 통신요금처럼 시청한 다음 달에 요금을 내도록 제도가 바뀐다. 또 지역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마다 서로 다르게 책정된 저소득층·장애인에 대한 요금할인율도 동일 비율로 조정된다. -파이낸셜뉴스 2009.4.16 -

월말이 되면 각종 세금이 봇물이다. 관리비 등은 이번 달에 쓴 것을 이번 달에 내지만 수도요금은 이번 달에 쓰면 다음 달에 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보통신케이블 TV 요금도 이제는 ‘익월 납부제’ 란다. 여기서 재미난 표현은 신문기사의 제목과 내용이 각각 다른 단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제목에서는 ‘익월’이 기사에서는 ‘다음 달’이다.

익월이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익월(翌月) :「1」=훗달「2」.「2」=내달. ‘다음 달’로 순화.’하라고 되어 있다. 순화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립국어원 순화방에는 “원어:翌月(다음 달), 순화정도: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를 쓸 것, 국어순화용어자료집(1997), 일본어투 생활 용어’라고 되어 있어 이 말이 일본말이라는 것을 밝혀두고 있다.

정말 이 말은 일본말일까? 유감스럽게도 <익월>과 <익일>이란 말은 태조실록에도 보인다. 곧 <익월>과 <익일>은 1395년에도 쓰던 말로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말이 아니다. 먼저 익월의 예를 보면,

인조실록 12권, 4년(1626) 3월 21일 7번째 기사에 ‘상이 계운궁(啓運宮)의 행장(行狀)을 내려 대제학 김류(金瑬)에게 묘지명(墓誌銘)을 써 올리도록 하였다. 그 지문(誌文)은 다음과 같다.“삼가 생각건대 우리 성상께서 대통(大統)을 이은 지 4년째 되는 병인년 1월 14일 무오에 계운궁의 병세가 악화되어 경덕궁(慶德宮)의 회상전(會祥殿)에서 세상을 하직하시니, 그때 춘추가 49세였다. 초빈하고 난 다음 달 성상께서 세계(世系)와 언행에 관한 일체 사항을 써 주시면서 신 유(瑬)에게 그것을 토대로 묘지명을 쓰도록 명하시었다. 신유는 상소하여 감히 지을 수 없다고 사양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맡게 되었다.”라는 기록이 있으며 원문기준으로 19건이 나온다.

上下啓運宮行狀, 令大提學金瑬, 製進誌銘。 其文曰: 恭惟我聖上, 纉承大統之越四年丙寅正月十四日戊午, 啓運宮寢疾, 卒于慶德宮之會祥殿, 春秋四十九。 旣殯之翌月, 自上撰次世系、言行事始終, 命臣瑬誌之。 臣瑬拜疏, 謝不敢, 不獲已。

이번에는 <익일>을 보자. 익일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원문 기준으로 2,100건이 나오는데 태조실록에 보면, 8권 4년 (1395) 8월28일 2번째 기사에 ‘ 영흥부(永興府) 사람 전 군기감(軍器監) 박언(朴彦)이 병이 들어 6월 11일 해시(亥時)에 죽으니, 그 아내의 전부(前夫)의 아들인 김원경(金原卿)이 이튿날 진시(辰時)에 장사를 지냈더니, 4일을 지낸 뒤에 전 낭장 김용균(金用鈞)이 무덤 앞으로 지나다가 〈무덤 속에서〉 종을 부르는 소리가 나매, 그 집에 가서 말하였다. 그 종이 와서 파 보니 다시 죽어 있었다. ’라는 글이 보인다.

永興府人前軍器監朴彦病, 以六月十一日亥時死, 其妻前夫之子金原卿, 以翌日辰時葬。 越四日, 前郞將金用鈞, 道過墓前, 有呼奴聲, 歸告其家, 其奴來發視之, 已還死矣。

이러한 익월과 익일은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에 보면, ‘よく‐げつ【翌月】:その次の月。あくる月。’ 곧 요쿠게츠, 다음 달, 돌아올 달이라는 뜻으로 번역되며, 익일은 ‘よく‐じつ【翌日】: その次の日。あくる日。’로서 번역하면 ‘요쿠지츠; 다음날, 다가오는 날’이라고 해놓았다. 비록 한자말이긴 해도 그 옛날부터 써오던 말을 무슨 근거로 ‘일본어투 생활용어’라고 정의 한 것일까? 궁금하다.

금월, 익월, 1월, 2월,...같은 것을 우리는 역법(曆法)이라 한다. 이런 역법에 관해서는 일본보다 한국이 한 수 위라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정사(正史)인 <일본서기> 602년에 보면 ‘백제승 관륵이 역법, 천문, 지리, 둔갑, 방술의 책을 전했다(百済の僧、観勒が来朝して暦法・天文・地理・遁甲・方術の書を伝えた)는 기록이 보인다. 관륵스님이 처음으로 전해준 달력은 이후 일본의 사서기록에 중대한 구실을 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참고로 관륵스님은 624년 (스이코왕 32년, 推古) 일본 최초로 최고의 승직인 승정 자리에 오른 분이다.

일본 최초의 역법을 전해준 나라는 백제다. 백제가 뛰어난 문물의 나라였음은 우리보다 일본 쪽 사서에 더 자세히 기록되어있다. 이러한 조상을 둔 우리가 다음 달을 가리키는 익월, 다음 날을 가리키는 익일 따위를 일본에서 들여왔다고 하는 말은 맞지 않다. 국립국어원 순화방에서는 더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일본말 순화어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 쓰던 한자인 익월, 익일 보다는 다음달, 다음날, 이튿날이라는 우리의 좋은 말을 쓰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