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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가 노래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딴 아침고요 "수목원"

타고르가 노래한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딴 아침고요 '수목원'


국립수목원은 우리나라 산림생물종에 대한 조사·수집·분류 및 보전, 희귀 특산식물의 보전 및 복원, 국내외 유용식물자원의 탐사 및 이용기술의 개발, 전시원의 조성 및 관리, 산림생물종과 숲, 산림문화 등을 소재로 한 산림환경교육 서비스 제공, 산림문화 사료의 발굴 및 보전 등의 임무를 보다 활발하게 수행하고, 특히 1997년 정부대책으로 수립된 광릉숲 보전대책의 성과 있는 추진을 위하여 1999년 5월 24일 임업연구원 중부임업시험장으로부터 독립하여 신설된 국내 최고의 산림생물종 연구기관이다 -국립수목원 누리집-

수목원 설명이 5줄로 넘어가서야 겨우 마침표가 나온다. 휴!

수목원이 언제 생겼을까 싶은데 수목원 설명 끝자락에 가서야 1920년대에 생겼다는 구절이 나온다. 1920년대라면 일제강점기에 생긴 것인데 나라를 빼앗긴 우리로서는 초근목피로 살기도 어려워 수목 관찰할 형편이 못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일제가 우리 국토에 있는 나무들을 친절히 연구해주기 위해서 세운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식민지로 접수한 나라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는 단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목표란 ‘식민지 수탈’이다.

표준국어사전에 보면, ‘수목원(樹木園): 관찰이나 연구의 목적으로 여러 가지 나무를 수집하여 재배하는 시설. ‘나무동산’으로 순화.’라고 되어 있으나 일본말이라는 말은 없다. 어쨌거나 ‘나무동산’ 쪽이 수목원 보다는 뜻이 분명하다.

국어사전의 순화 권고(?)를 잘 따른다면 아침고요수목원은 아침고요나무동산, 광릉수목원은 광릉나무동산, 홍릉수목원은 홍릉나무동산으로 각각 불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수목원들은 국어사전에서 순화어로 지정된 ‘나무동산’이라는 말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주모쿠인(수목원, 樹木園)은 일본말이다.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의 설명을 보면
"수목원은
주로 목본성식물(木本性植物)을 모아 재배하는 식물원으로 특히 규모가 큰 것을 수목원이라 부른다."고 하면서 미국에 있는 하버드대학 부속 수목원, 아놀드 수목원을 예로 들고 있다. 아놀드 수목원은 1872년에 생겨 약 6500여종의 세계 수목들이 100헥타르에서 자라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어서 일본의 수목원 역사가 소개되고 있는데 일본의 수목원은 대부분 세계 제2차 대전 후(1945년)에 생긴 것으로 이곳에서는 연구 외에 수목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자연친화 방법을 가르치고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유명한 수목원은 고베시(神戸市)의 삼림수목원(森林植物園), 오이타시(大分市)수목원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일본은 명치유신(1868년) 이후 1945년 2차 대전 패전까지는 ‘나무나 식물’을 길러 차분히 관찰할 여유가 없었다. 그들 스스로도 주모쿠인(수목원)의 역사를 패전 이후로 잡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일본과 오십보백보였을 것이다. 8.15광복과 분단, 6,25 한국전쟁, 경제 부흥기를 거치면서 ‘나무관찰’은 뒷전으로 밀렸을 것이다. 우리기억에 ‘수목원’ 3자를 확실히 심어준 것은 1996년 문을 연 포천의 ‘아침고요수목원’이 아닐까한다. 삼육대학 한상경 교수가 전 세계를 돌아보면서 우리만의 정원을 꿈꾸어 만든 아침고요수목원의 ‘아침고요’는 인도 시인 타고르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코리아를 상징하는 것에서 지은 것까지는 좋은데 뒷말에 일본말 ‘수목원’을 붙인 것은 유감이다. ‘아침고요 나무동산’ 이라 했다면 이후 만들어진 수목원들이 모두 본 땄을 텐데 아쉽다.

물론 더 아쉬운 것은 이 말의 유래를 밝히지 않고 ‘나무동산’으로만 순화하라한 국어사전의 태도이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59yoon@hanmail.net)

*앞으로 펴낼 <사쿠라훈민정음> 2탄 원고임. 1탄은 <아래 책 참 조>
*글을 옮길 때는 출처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