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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같은 인생

바람은 민들레 홀씨를 사방으로 퍼트려 준다
[정운복의 아침시평 166]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상을 살면서 가장 공평한 것이 있다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진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종래는 한 줌 흙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호화로운 묘지 속에 묻히거나, 이름 없는 풀섶에서 인멸되거나,

한 줌 재로 바람에 날려가거나,

영생원 한 귀퉁이의 유골함에 담겨 보관되더라도

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태어나기 이전과 죽은 이후의 상태를 알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아무리 전생과 후생을 논하고 사후의 인생을 논하더라도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자는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자가 "죽음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삶도 다 알 수 없는데 죽음을 어찌 알겠는가?"라고 대답한 것으로도 알 수 있지요.

 

또한 인생을 흐르는 강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건 강물처럼 인생을 본질적으로 멈출 수 없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 역시 도도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은 한 번 흘러가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강물 같은 인생에서 우린 지금, 이 순간을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지요

우린 바쁜 삶 속에서 크고 화려한 순간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생에 의미 있는 순간은 조용하고 사소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바람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흔들림으로, 살랑거림으로, 사물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로

주변에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꽃을 흔들어놓고 지나가는 바람일지라도

민들레 홀씨는 사방으로 퍼트려 줍니다.

그러니 세상에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습니다.

 

꽃으로 피어나는 것만이 꽃이 아닙니다.

죽은 것 같았던 딱딱한 나무를 뚫고 자라난 여린 잎도

단단한 대지를 밀어 올리며 돋아난 새싹도

푸릇하게 대지를 수놓은 이름 없는 풀들도 모두 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보다 더 아름다운 꽃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