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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본래 있는 자리

마음을 본래 있던 자리에서 바로 보아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25]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약 한 달 동안 미국에 나가 있다가 돌아온 뒤 필자는 집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절에 가서 여행에서 무사히 돌아오게 된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집을 나갔다가 탈 없이 다시 돌아온 것이 고마운 것이다. 그 고마움 속에는 집 나간 불상에 관한 법원의 확정판결이 10여 년 만에 마침내 이뤄진 데 대한 안도와 감사함도 들어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약 한 달 전쯤인 10월 26일 우리 대법원이 일본 대마도 소재 관음사(觀音寺)에서 절취되어 국내에 들어와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대마도의 절에 있음을 인정함으로써 불상이 일본으로 되돌아가게 된 사정을 말한다. 이 판결이 난 10월 26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이 난 날이어서 이와 관련된 뉴스가 많이 난 날인데 그런 뉴스 속에서 이날 대법원에서 낸 이런 판결이 나라 밖에 있던 필자에게는 아주 의미 있게 생각되었기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 국민 몇 사람이 2012년 10월 6일경 대마도 관음사(觀音寺)에서 금동보살상을 훔쳐서 국내에 밀반입하다 검거되어 범인들은 유죄판결을 받았고 불상은 압수된 사건이 있었다. 이후 그 불상에 대해서는 이를 돌려주어야 하나, 아니면 원래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서산 부석사로 보내야 하느냐는 문제로 10년이나 긴 소송이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1심은 서산 부석사에 소유권이 있다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일본 측의 소유권 주장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보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고, 이에 부석사 측이 상고해서 결국엔 대법원이 최종 결정으로 부석사 측의 소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한 것이다. 무려 11년이 걸린 최종 판결이다.​

 

이러한 판결 과정에서의 쟁점과 논리는 복잡하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필자 같은 법률 문외한이 보더라도 일본의 관음사의 불상은 서산 부석사에서 유출된 것으로는 보이지만, 일본 관음사가 이 불상을 소장하는 과정에서 약탈이나 도난 등의 방법이 사용된 증거는 없다. 곧 일본 관음사는 1953년부터 2012년까지 이 불상을 일본 민법에 따라 정당하게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고, 반면 몇몇 한국인이 이 불상을 훔쳐 온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 불상이 서산의 부석사에 있었다는 심증은 가지만 일본 측이 이를 불법으로 가져갔다는 증거가 없고 또 부석사 소유라는 명백한 증거 또한 부족하다. 그러기에 이 불상이 원소재지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나라 밖 소재 문화재의 경우 그 문화재가 권력에 의해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당연히 본래 소유 국가에 반환되어야 한다. 또한 침탈한 문화재라 하더라도 국가가 아닌 개인이 그것을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하였을 때는 강제적인 반환을 할 수 없기에 그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반환받거나 선의에 의해 기증받는 방법밖에는 없다. 다시 말하면 그것이 아무리 우리나라에 있던 것이라도, 그것이 상대국으로 건너간 과정에서 불법이 확인되지 않으면 이를 반환받을 수 없는데, 그렇다고 이를 훔쳐 와서 우리나라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다.

 

이에 대해 불교 쪽에서는 우리 대법원이 불상의 약탈을 인정한 반역사적인 판결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국민도 이에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그동안 우리들은 일본과 아픈 역사 때문에 늘 국민감정이 앞선 측면이 있었다. 특히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강제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가져간 문화재가 수도 없이 많기에 우리나라 절에서 침탈당한 문화재를 다시 반환해야 한다는 국민정서가 있음을 알지만, 일반적인 국제규범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법률에서도 자신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탈당했다고 하더라도 물리력을 행사해 원상을 회복할 수는 없고, 원칙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문화재의 반환도 그러한 국제규범의 범위 안에서 해결돼야 한다. 이러한 상식이 한일 두 나라의 문화재 관련 사건에서 확인된 것은 앞으로 다른 부문에서도 감정보다는 현실과 이성에 의한 판단으로 귀결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서 이런 최종판결로 귀결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불교나 유교, 기독교 등 어느 종교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바로 보라고 가르친다. 인류의 큰 스승들은 인간의 마음이 본래부터 온갖 지혜와 덕을 두루 간직하고 있으나, 다만 분별 망상을 가려 스스로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태양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 구름만 걷히면 그 자리에 그대로 태양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에 미혹되지 말고 마음속에서 올바른 이성과 순수한 자리를 보라고 한다. 세상에서 남의 눈의 티끌은 보면서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자기 마음이 바로 부처이고, 하늘이며, 천국이다. 자기 안에 절대적인 자유와 행복의 길이 있다는 뜻이다.

 

 

그 마음을 바로 보면 욕심이 없어진다. 그 마음에 깃들면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편안해진다. 불교에서도 마음을 보라고 가르치면서 굳이 법에서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물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하겠다. 아침에 감사 인사를 올린 것은 부처님께 한 것이지, 불상에 한 것이 아니다. 불상은 부처님을 대신하지만, 부처님은 아니다. 불상이 아니라 부처님을 보면 집착과 욕심이 없어지고 맑은 가을 하늘처럼 우리들의 삶도 맑아진다. 모든 것을 본래 있던 자리로 돌려주고 빈 마음에 이르면 된다.

 

필자가 나라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온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불상 하나도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주면 되지 않는가? 아침마다 집 주위를 한 바퀴씩 돌고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 마음을 본래 있던 자리에서 바로 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물론 실천이 안 되어 생각에 그칠 때도 많이 있지만...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