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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뒤처진 것들의 속삭임

새해에 희망이라는 풍선을 날려볼까?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230]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정말로 이번 주가 2023년의 마지막 한 주구나. 올해가 며칠 남았다고? 그래, 나흘 있으면 새해가 온다. 적어도 달력으로는 말이다. 그런데 무사히 새해는 오겠지? 이 며칠이 길다고 느껴지는 것은 올해 하도 예상도 못 한 일들이 터졌기에 또 무슨 일이 터지는가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왜 연말이면 공연히 마음이 어두워지는가? 왜 거리마다 휘황한 불을 내걸고 있고 사람들은 그 불빛을 찾아 몰려가는 것일까? 그것은 한해 가운데 밤이 제일 긴 날이 있는 달이고, 그것으로 해서 밤이 가장 긴 때이고, 또 날씨도 추워서 조건반사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라고 일단 해두자.

 

 

며칠 전 세상을 밝혀주었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불빛과 장식들이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가 꺼지고 있다. 이제 차분하게 한 해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리라.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되새기는 날이라면 진정 예수가 탄생했을 때의 풍경은 어땠을까? 베들레헴의 어느 마구간이었다면, 거기는 북위 31도쯤 되는 구릉지대로서 원래 생일은 어떻든 12월 말이라고 몹시 추운 날은 아니었을 것 같다.

 

이 탄생설화가 북유럽으로 올라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전설과 혼합된 것이 오늘날 크리스마스 풍경이라고 하는데 그걸 넘어서서 아기 예수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하는 날인 만큼 차가운 겨울에 이웃을 생각하고 사랑을 나눠주는 것은 마지막 남은 날들의 어둠을 밝혀주는 일임을 우리는 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려한 불빛의 뒤안길이라 할 주택가 뒷길을 따라가 보니 아니 여기는 정말 연말인가? 왜 이리 쓸쓸한가? 사람도 없고 차도 없고...

 

 

 

 

 

 

 

 

 

 

 

 

 

 

바위산을 깎아 만든 주택지 벼랑에 아슬아슬 발 붙이고 있는 나무 몇 그루가 각박한 도시의 현실을 웅변하는 것 같다. 사뭇 행인의 마음을 쓸쓸하게 한다. 길을 걷다가 만난 이상한 글자들, 이게 어느 나라 글자지? 다시 보니 우리말, 우리 글이었구나. 점점 각박해지는 우리들 마음의 길이 막혀있음을 시사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런 뒷길이 차갑고 쓸쓸한 그것만은 아니었다. 거기에 소중한 것들이 남아있었다. 이름하여 지난 시간의 조각보라고나 할까?

 

 

그렇구나! 큰 길이 나고 사람도 차도 너무 빨리 앞으로 달려 나가는 사이에 뒷길에서는 이렇게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거기서 얼마 전까지 우리의 일상이었던 것들이 이제는 과거라는 이름으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어쩌면 우리가 너무 일방통행의 길을 빠르게만 가려고 해서 따라가지 못한 것이 이런 시간의 차이로 남아있을까? 우리가 삭막하다고 하는 이 도시에 그래도 이런 인정스러운 삶과 추억이 남아있는 것이 어찌 보면 소중하고 고마운 자산이 되는 것이지. 단순한 과거의 사진첩만이 아니라.....​

 

그래 우리는 너무 빨리 달릴 이유가 없다. 우리 사회의 급속한 발전의 시차가 여러 곳에서 뒤처지고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듬고 가야 하지 않는가? 이제라도 우리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가 급히 가느라 버리고 가는 것이 없는가 생각해 내야 하겠지. 그리고 그것을 다시 우리 품으로 받아주어야겠지.

 

 

그렇게 시간을 바라보고 천천히 가면서 주위를 돌아보면 뒤처진 것들이 우리의 추억으로, 친구로서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것들로 해서 또 한 해를 보내고 새해에 희망이라는, 사랑이라는 풍선을 날릴 수 있는 것이지. 그게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던가.

 

 

 

 이동식                                     

 

 전 KBS 해설위원실장

 현 우리문화신문 편집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