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 소설은 필자가 국토개발원에서 근무하던 1988년에 네 차례에 걸쳐서 연구원 소식지에 연재했던 단편소설입니다. 지금부터 무려 35년 전에 쓴 글이므로 술집의 풍속도나 화폐의 값어치가 지금과는 다릅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중산층 봉급생활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지는 마십시오. 소설이란 반쯤의 사실과 반쯤의 허구로 구성되는 것이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16회를 매주 금요일에 연재하려고 합니다. 우리문화신문 독자들에게 심심풀이 땅콩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필자 말씀> 개나리 진달래 목련과 같은 봄꽃은 이미 다 지고, 더워지기 시작한 6월의 어느 금요일, 김 과장은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 사보에 잡문을 하나 썼는데 그 원고료가 나왔기 때문이다. 원고료라고 해도 소득세에 방위세,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주민세까지 떼고 나니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매월 봉급 타서 지로로 꼬박꼬박 아내에게 가져다 바치는 봉급장이에게 5만 원은 큰돈이었다. 더욱이 그 돈은 아내가 모르는 진정한 의미에서 가처분소득이고 보니 김 과장은 기분이 매우 유쾌했다. “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강을 따라 답사하면서 곳곳에서 보게 되는 식당과 카페의 영어 이름들에 짜증이 날 정도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2021년 기준)이 되었다. 이제는 한류가 동남아시아를 거쳐 세계로 뻗어나가는 문화 강국이 되었는데, 굳이 영어로 아파트 이름을 짓고 영어로 관광지 이름을 지어야 하나?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내가 너무도 국수주의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가? 국수주의자를 비하하는 유행어는 국뽕이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마약의 일종)의 합성어로서 무조건 대한민국을 찬양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나는 국뽕인가? 시대에 뒤떨어진 꼰대인가? 헷갈린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 하지만, 10여 년 전쯤 한국에 온 중국 연변대학교 김병민 총장이 “만주족은 말에서 내렸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라고 말했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김 총장은 ‘중의법’을 쓴 것으로‘말’은 만주족이 타던 말을 뜻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언어 ‘만주어’을 뜻하기도 한다. 만주족은 말에서도 내렸지만, 그들의 언어를 잊은 탓에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만주에는 숙신ㆍ읍루ㆍ물길ㆍ말갈ㆍ여진 따위의 만주족이 옛날엔 많이 살고 있었고, 그들은 북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구온난화를 가장 걱정하는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오늘 태어난 아기가 초등학생이 되는 2030~2035년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과학자들이 예상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해수면은 26~77cm정도 상승할 것이다.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가 저지대의 곡물 생산 지역이 물에 잠겨 식량위기가 예상된다. 지구가 더워지면 강한 가뭄이 발생하여 사막지대가 늘어나고 산불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더욱 강해진 태풍이 해마다 나타나 홍수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탄소 발생을 줄이자는 운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하여, 달리 말하면 인류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여 2023년 기준으로 128개 국가가 탄소 발생을 줄이겠다고 선언하였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서 공항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9월 22일, 나는 평창군 용평면 장평리를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평창군청에서 내건 커다란 펼침막을 보았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서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사진을 찍어왔다. ‘플로깅 챌린지’? 해석이 되지 않는다. 챌린지는 도전(challenge)을 뜻하는 것 같은데 플로깅은 무슨 말인가? 사진을 확대하여 자세히 보니 현수막 오른쪽 위에 플로깅에 대한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다. “Plogging [plocka up + jogging], 운동하며 쓰레기 줍는 일석이조 운동법”라고 말이다. 그런데 궁금증은 여전하다. plocka는 또 무슨 뜻인가? 손말틀로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니 pooka, plucky, plica 등의 단어는 있어도 plocka라는 단어는 없다. 프랑스어 사전과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보아도 그런 단어는 없다. 국적 불명의 신기한 단어다. 펼침막의 왼쪽 위 구석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굿-매너 문화시민운동 ” 굿-매너는 예절이라는 뜻 같은데, 아마도 <good manner>라는 영어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한글로 표기한 것 같다.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펼침막의 아래에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원영환 <답사기 작성일> 2023년 6월 6일 2023년 5월 3일자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의 머시 단장은 <외로움과 고립감이라는 유행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사회적 단절은 하루 15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해로우며, 조기 사망 가능성을 26~29% 높인다”라고 경고했다. 대책은 무엇인가? 그는 “적어도 하루 15분씩은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라.”라고 조언했다. 오대천 따라 걷기 제7구간은 백석폭포에서 골지천 합류 지점에 이르는 4km 코스다. 원래 이 코스는 혼자서 걸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혼자 차를 운전하고 혼자 걷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두려움과 외로움이 밀려왔다. 혼자 차를 운전하면 졸리기가 십상인데, 각시는 나더러 혼자 운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래서 나는 제6구간 걷기에 불참한 석주에게 전화를 걸어 제7구간을 함께 걷자고 제안했다. 그는 5월 15일 서울역에서 아침 10시 01분 기차를 타고 11시 40분에 평창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먼저 평창읍으로 이동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는 59번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갔다. 오대천은 길 왼쪽으로 흐른다. 이 구간 오대천의 바위와 물길이 아름답다. 펜션이나 집도 보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하천 모습이 잘 유지되고 있다. 이 구간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숙암주유소가 왼쪽에 나타났다. 주유소를 지나 조금 더 내려가자 숙암쉼터가 나타났다. 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다. 휴게소 건물 옆에서 오대천을 바라보며 10분 동안 쉬었다. 서인수 회장은 신발이 불편하고, 은곡은 다리가 아파서 더 이상 걷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두 분에게 저녁식사를 예약해 둔 대화면의 호남가든으로 먼저 가서 기다리라고 말했다. 은곡이 트럭을 운전하여 떠나고 나머지 일행은 4시 20분에 다시 걷기를 시작하였다. 저녁 5시에 백석폭포에 도착하였다. 앞산 봉우리에서 물이 가늘게 쏟아져 내려온다. 오대천의 물을 끌어 올려서 우리나라 최대 인공폭포(높이 119m)를 2009년 2월 정선문화원에서 만들었다. 수량은 많지 않았지만 보기에 근사하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백석폭포의 백석이라는 이름은 뒤편의 산봉우리 이름, 백석봉(고도, 1234m)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인 금속이다. 수은(水銀)이라는 이름은 ‘물처럼 흐르는 은’이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한자어다. 수은은 진사라고 하는 붉은빛 광물을 불태워서 얻어진다. 고대 중국과 인도에서 수은이 알려져 있었고, 기원전 15세기 이집트 무덤 속에서도 발견되었다. 수은은 옛날부터 알려진 독성물질로서 특히 수은 증기는 매우 해롭다. 도교에서는 불로장수의 약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으며 얼굴을 하얗게 만들기 위한 화장품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도교(道敎)에 빠졌던 당나라의 황제들은 불로장수를 위해 단약(丹藥)을 먹었으나, 놀랍게도 황제 22명 중 6명이 아마도 수은중독으로 죽었다고 한다. 수은은 독성이 강하지만 체온계, 형광등, 수은전지, 농약, 의약품, 도금 등 산업 현장에서는 많이 사용되었던 금속이다. 수은이 환경에 유입되면 곡식, 과일, 물고기 등에 축적될 수 있다. 사람이 수은으로 오염된 음식물을 장기적으로 먹으면 신경계통에 장애를 일으키며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1932년에 일본 남단 구마모도현의 어촌인 미나마타에 화학비료 공장이 건설되었다. 공장에서는 폐수를 미나마타만으로 흘려보냈다. 공장이 건설된 뒤 21년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조금 내려가니 장구목이 입구가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여기는 가리왕산 등산로 입구인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정상까지는 4km 거리이다. 마침 옆에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있어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시계를 보니 낮 2시 50분이다. 여러 사람이 배낭에서 먹을 것을 꺼내 놓았다. 쑥떡, 오이, 초코렛, 와인, 믹스커피 등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커피는 믹스커피만을 마신다. 커피 만드는 데 시간이 들지 않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내 입맛은 매우 싼 입맛이다. 단순한 생활을 추구하는 나의 생활철학에 딱 맞는 것이 믹스커피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믹스커피는 몸에 해롭다고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먹지 않고 블랙커피만을 마신다. 그래서 이날 나는 뜨거운 물 두 병, 그리고 커피믹스 몇 봉지와 카누(블랙커피 상표) 몇 봉지를 함께 준비해왔다. 우리는 풍성한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화제는 과거 대학생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흘러간 옛 연도를 계산해 보았다. 내가 1972년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벌써 51년이 지났다. 반세기가 지난 것이다. 아, 세월이 참으로 덧없이 흘러갔다! 그때 나는 서대문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3년 5월 2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박인기 서인수 신진휴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이규성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3년 6월 2일 지난번 오대천 제5구간을 걸은 날이 2022년 6월 27일이었는데, 내가 7월에 탈장 수술을 받느라고 답사를 중단하였다. 담당 의사는 수술 뒤 약 3달은 무리하지 말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안정 기간이 끝난 뒤에는 추운 겨울이 와서 답사를 쉬었다가 올해에 다시 시작하였다. 오대천 따라 걷기 제6구간은 막동계곡 입구에서 백석폭포까지 10km 코스다. 이번 답사에 모두 10명이 참가하였다. 석주 원영환은 백내장 수술 때문에 불참하고, 홍종배 교수는 도봉산 등산 중에 넘어져 어깨를 다쳐 불참하였다. 대신 평창군에 사는 서인수 회장과 신진휴 선생이 새로이 동참하였다. 서인수 회장은 2023년 3월에 평창군 방림면 계촌도서관에서 이정배 감신대 은퇴 교수님의 지도로 새로이 시작한 ‘다석(多夕) 류영모 사상 연구모임’에서 만난 분이다. 신진휴 선생은 서울 공대 68학번으로서, 평창읍 지동리에 10년 전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진행된 세계 잼버리 대회가 폐영식 뒤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입지 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예산 지원, 업자 선정, 지원 체계, 책임 소재 등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총체적인 부실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새만금 사업은 필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추적해 온 사업이다. 이 글에서는 새만금 사업의 시작부터 현재까지를 검토해보고 새만금 갯벌의 미래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2005년 어느 날, 전북발전연구원(현 전북연구원)에 근무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신은 고향이 전주인데 왜 그렇게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느냐? 애향심을 발휘해서 새만금 사업이 완성되도록 도와 달라.” 나의 답변은 이랬다. “내가 고향을 사랑하기 때문에 새만금 사업을 반대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라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1987년 12월 11일에, 대통령 선거를 불과 5일 앞두고 노태우 후보가 전라북도 도민들의 표를 의식하여 선거 공약으로 발표하면서 탄생하였다. 새만금(새萬金)이라는 이름은 김제평야의 다른 이름인 만금평야(만경평야의 ‘萬’과 김제평야의 ‘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