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일본에서는 야부사메 <마상(馬上)활쏘기, 이하 ‘마상활쏘기’>가 한창이다. 야부사메(流鏑馬, 또는 鏑流馬)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부라야(鏑矢)라 불리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기예라 할 수 있다. 때는 1728년,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8)를 연 쇼군 도쿠가와 이에시게(德川家重) 집안의 후사(後嗣)가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에 가문에서는 병의 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나하치만구(穴八幡宮) 북쪽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지금의 도쿄 신주쿠)에서 모여 야부사메를 거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천연두가 나았고 가문에서는 병을 낫게 해준 신에게 재앙 퇴치 및 후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야부사메를 거행했다. 이러한 모습은 아나하치만구에 소장된 그림 <야부사메에마키流鏑馬絵巻>에서도 살필 수 있다. 마상활쏘기(야부사메) 뿐만이 아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각종 마츠리(祭)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퇴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토의의 대표적인 기온마츠리도 그러하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유상호 명창의 <배뱅이굿>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그가 부르는 소리는 김관준-김종조-이인수-이은관-유상호로 이어져 온 전통적인 서도(西道)의 재담(才談)소리라는 점, 서도소리는 그 지방의 고유한 언어와 소리조를 기본으로 해야 하는데, 유상호는 어린 시절부터 서도 소리꾼들의 음반을 들으며 자라났고, 이은관의 이수자로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얘기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천아라리’의 앨범 제작, 「인천아리랑의 연구」와 관련하여, 실연자로 활동하였으며 어린이 국악교육에 관심이 많고, 또한 인천 근해의 ‘갯가소리’라든가 또는 도서지방의 노래 등을 지역 문화로 정착시키는 작업에 일조해 왔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지난 7월 2일, <잔치마당>은 “광대의 삶 & 예인의 길”이라는 주제로 창단 30돌 기념잔치를 하였다. 부평 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약 700여 명의 애호가와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서광일 단장은 자리를 함께해 준 참석자들을 향해 환영한다는 인사와 감격에 찬 기념사를 하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람은 왜 배우는가? 인간의 두뇌는 과거에 습득한 것의 극히 일부 밖에 기억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왜 사람은 고생해서 배우고 지식을 얻으려하는가? 이제부터 그 이유를 밝히겠다. " 이는 히로나카 헤이스케(広中 平祐, 1931~) 교수가 쓴 《학문의 즐거움》 첫 장에 나오는 글귀다. 생각해보면 그러하다. 초중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나오고 더러는 석박사 과정까지 마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수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데 숱한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럼에도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의 말처럼 ‘극히 일부 밖’에 써먹지 못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왜일까? 그 이유를 살피기 전에 《학문의 즐거움》을 쓴 히로나카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벽촌 장사꾼의 열다섯 남매의 일곱 번째 아들. 유년학교 입시에서 보기좋게 물먹고, 한 때는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곡절 많던 소년.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한 늦깎이 수학자.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 박사를 따내고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드상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서도 소리꾼 유상호 명창은 2022년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부평 잔치마당에서 배뱅이굿 공연을 열어 관객들로부터 매일 다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객석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 소리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배뱅이굿 공연은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받은 류(流)로, 이은관은 이인수의 소리제를 따른 것이고, 이인수는 용강 지역의 김관준으로부터 배웠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유상호의 <배뱅이굿>은 김관준으로부터 김종조, 최순경, 이인수 등에게 전해졌으며 이인수는 이은관에게, 그리고 이은관은 그의 제자들인 김경배, 박준영, 박정욱, 유상호, 전옥희 등등 그 외에도 여러 명창에게 전해진 전통적인 서도(西道)의 재담(才談) 소리극이다. 6일 동안의 발표회에서 특히 유상호의 소리는 그의 스승 이은관이 부른 소리의 높이(Key)와는 대조적인 낮은 청(淸)으로 일관하였는데, 이 낮은 음높이가 관객들에겐 오히려 편안감을 주었다는 의견과 함께 자신의 소리판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 갔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은관 명창에게 10여 년 이상, 소리를 배우고 난 뒤, 유상호는 2006년 북촌 창우극장에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에서는 주요 유물 소개란(https://museum.seoul.go.kr)을 만들어 ‘나무상자에 담긴 일제강점기의 기념품’을 소개하고 있어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은 일본인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였다. 일본 정부가 내지인(內地人, 일본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제국주의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식민지 조선으로의 여행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 토산품으로 인식되었던 근대 공예는 여행의 기념품이나 선물로 주목받게 된다. 일본인들이 ‘고려소(高麗燒)’, ‘미시마테(三島手)’라고 불렀던 재현 고려청자와 분청사기, 조선의 독특한 요리기로 소개되었던 ‘신선로’, 그리고 ‘나전칠기’ 등은 인기 있는 품목이었다. 특히 정교한 제작 기법과 화려함, 천하제일 비색을 갖춘 조선을 대표하는 고미술품으로 재인식되었던 고려청자와 나전칠기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기술로 그 아름다움을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상류층의 고급 소비품으로 향유되는 한편,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변용, 절충되어 상품으로 대량생산・유통되었다. 이와 같이 상품으로 제작된 근대 공예품을 판매하였던 상점으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중단되었던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가 올해 재개된다.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祇園祭),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는다. 오래된 순서를 꼽으라면 올해(2022)를 기준으로 아오이마츠리(570년), 기온마츠리(866년), 지다이마츠리(127년) 순이지만 가장 화려하고 볼만하다는 평을 듣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기온마츠리(祇園祭)다. 기온마츠리가 진행되는 천년 고도(古都) 교토는 7월 1일부터 한 달 내내 축제 분위기다. 기온마츠리의 유래는 돌림병(전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신에게 기도하는 의례에서 생겨났다. 지금부터 1,100여 년 전 교토에 돌림병이 크게 퍼져 죽는 사람이 속출했는데 오늘날과 같은 돌림병 대책이 없던 당시에는 돌림병 발생을 신(神) 곧 우두천왕(牛頭天王, 일명 스사노미코토)의 노여움으로 알았다. 그 노여움을 풀어주려고 기온사(祇園社, 현 야사카신사)에서 병마 퇴치를 위한 제사를 지냈는데 당시 66개의 행정구역을 상징하는 가마 66개를 만들어 역병(疫病)을 달래는 “어령회(御靈會)”를 지낸 데서부터 기온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어린 시절부터 유상호는 그의 아버지가 즐겨 들었던 경서도 명창들이 부르는 소리, 그 가운데서도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같은 공간에서 자주 듣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소개했다. 아마도 그 습관이 그가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 요인이며 배경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20대 후반, 유상호는 박준영에게도 소리를 다듬었는데, 그의 소리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간파한 박준영은 그를 이은관 명창에게 보내주었고, 그로부터 10여 년 소리 공부에 진력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가운데 <배뱅이굿>의 이수자가 된 것이다. 2002년도에는 전국 민요경창대회에 출전하여 대상을 수상하면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 부평의 잔치마당에서 발표한 배뱅이굿 공연은 날마다 다른 이야기를 듣는 듯, 관객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 소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 공연은 그가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한 <배뱅이굿>이기에 이은관 류(流)가 되겠다. ‘류’라고 하는 말은 본줄기, 흔히 제(制)라고 하는데, 본 가닥에서 흘러나온 작은 가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은관이 동네의 콩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필즈상(영어: Fields Medal)이란 상(賞)이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상이지만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필즈상을 탄 한국인이 있어 화제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지난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2022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재미동포인 허준이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미국 국적이지만 한국계 수학자로서는 최초 수상으로 이전까지 한국계나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필즈 메달은 국제 수학 연맹(IMU)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수학자 대회(ICM)에서 수상 당시 40살 미만의 수학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수학자들로서는 큰 영예의 상으로 알려져 있다. 필즈상은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의 유언에 따라, 그의 유산을 기금으로 만들어진 상으로 1936년에 처음 시상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14년간 시상이 중단되었다가 1950년부터 다시 시상이 이어졌다. “상의 수여는 이미 이루어진 업적을 기리면서 동시에 앞으로 연구를 지속하도록 격려하고 다른 수학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뜻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 필즈상을 만든 존 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배뱅이굿>은 서도(西道)지방의 대표적인 재담(才談)소리극이다.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서도창법으로 소리하고, 대사(臺詞)와 춤, 연기 등을 곁들여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형태의 연희물이기 때문이다. 이은관이 세상을 뒤 이 분야가 침체해가는 상황에서 인천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상호 명창이 배뱅이굿 발표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다. 유상호는 어린 시절부터 <꼬마 소리꾼>으로 알려졌던 재주꾼으로 감성이 풍부하고 전통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소리판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꼬마 소리꾼 유상호는 단골손님처럼 불려 다니며 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춤을 추며 신나게 소리를 해서 동네 어른들이 앞다투어 용돈을 쥐여줬다고 하는데, 칭찬과 함께 용돈까지 받게 되니 그 재미에 소리를 즐겁게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가 소리꾼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도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서 받은 영향이 크다. 아버지의 소리 실력은 전문 소리꾼의 수준은 아니었다고 해도, 명창들의 소리를 좋아해서 그들의 음반을 들으며, 따라 부르는 것이 생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토요일(6월 26일), 윤동주를 사랑한 일본인 서예가 다나카 유운(1957~2018) 씨의 유품전 개막식을 통해 여러 좋은 분들을 만났다. 특히 허선주, 허봉희, 민아리 님과는 시낭독을 함께 했으며 개막식을 마치고 뒤풀이에 가서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친목을 다졌다. 이날 멀리 대전에서 올라온 남상숙 님도 좋은 벗으로 기억된다. 이분들은 '창작산맥' 회원들로 헤어지면서 내게 <창작산맥> 여름호(2022년, 제40호)를 선물했다. 집에 가지고 와서 읽다가 반가운 이름이 있어 눈이 번쩍 떠졌다. 마츠오카 미도리 (p158~164) 씨와 다음 쪽에 연이어 나오는 야나기하라 야스코 (p165~175) 씨가 그들이다. 오늘은 “어머니의 무언의 가르침”을 쓴 마츠오카 미도리 씨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마츠오카 미도리 씨를 가장 최근에 만난 것은 2018년 2월 18일, 윤동주 추모회 때 함께 시낭송을 했을 때다. 성우라는 직업을 가져서인지 당시 마츠오카 씨의 시낭송은 압도적인 분위기였다. 그런 마츠오카 씨의 부모님이 경성(서울)에서 출생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태어난 곳이 용산 철도병원이라는 사실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