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천 원권 지폐의 앞면에 나오는 도산서원의 주인공, 퇴계 이황. 그가 17살의 어린 임금을 걱정하며 마지막 충정으로 바친 책이 있으니, 바로 《성학십도》다. 이 책은 성학(性學), 곧 성리학을 잘 깨우칠 수 있는 열 개의 그림을 엄선한 것으로, 어린 임금도 쉽게 그 이치를 살펴 바른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하면 ‘성리학 인포그래픽(데이터 시각화 인포메이션 그래픽)’쯤 될까? 퇴계 이황은 성리학의 주요 내용을 도표로 정리한 것은 물론, 형이상학적인 관념 체계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성껏 그림을 그렸다. 퇴계 이황 같은 성리학의 대가가 평생 쌓아 올린 학문적 성취를 열 장의 그림으로 압축한 ‘족집게 과외’를 받을 수 있었던 선조는 운이 좋은 임금이었다. 성학은 한마디로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수양하고 닦아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사단칠정(士端七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단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인(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를 일컫고 칠정은 희, 로(노여움), 애(슬픔), 락, 애(사랑), 오, 욕의 일곱 가지 감정을 말한다. 천변만화하는 마음을 다스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 박팔양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이른 봄 3월이 되면 산엔 분홍빛 물이 들기 시작한다. 꽃을 얼른 내보이고 싶어 잎이 나기도 전에 온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김소월은 그의 시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 영변(寧邊)의 약산(藥山) / 진달래꽃 /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라고 노래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 님을 붙잡지 않고 잘 가시라고 가실 길에 뿌리는 것이 진달래꽃이란다. 전하는 이야기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엔케이가 운영하는 ‘804호 출판사’는 실리콘밸리의 구루(Guru)이자 작가인 셰리 휴버의 《두려움 수업 - 실리콘밸리 천재들을 가르친 1:1 코칭》을 펴냈다. 1944년생으로 올해 여든을 바라보는 셰리 휴버는 저명한 선 스승이자, 작가이며 미국 캘리포니아 선 수도원의 설립자다. 그는 마음 챙김, 성장과 자기 계발에 대해 20종이 넘는 책을 썼으며 이는 20여 개 언어로 뒤쳐(번역) 펴냈다. 두려움 수업은 그의 저서 가운데 두려움을 주제로 한 《The Fear Book》을 번역한 것이다. 휴버는 고대의 지혜를 단순한 언어로 풀어내는데 앞장서 왔다. 그의 책은 구어체로 쓰여 읽기 쉬우며, 다양한 일러스트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 상담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현실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행동 변화를 제시한다. 이번에 펴낸 두려움 수업은 40여 종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담은 전체 천연색으로 인쇄돼 접근성과 가독성을 높였다. 자연, 동물, 그림, 컴퓨터 그래픽 등 다양한 이미지를 일반 용지보다 두꺼운 120g 종이에 인쇄해 소장 값어치 있는 책을 지향한다. 두려움과 불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그런 감정과의 관계를 재정립해 삶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얼마 전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재 사용 중인 동궐도(東闕圖) 배경에 창경궁을 합성한 관람권 대신 새 관람권 도안 선정을 위한 온라인 국민투표를 한다는 보도자료가 왔다. 여기에는 창경궁의 아름다움이 잘 드러난 4개 건축물 곧 명정전, 양화당, 함인정, 대온실 등 6장 사진을 활용한 새 관람권 도안 후보가 붙어 있었다. 당연히 창경궁 관람권 배경 사진으로는 창경궁을 잘 상징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한다. 여기서 창경궁 하면 정전인 ‘명정전’이 그 중심이고, 대비와 왕실 가족들의 거주 공간 확보를 목적으로 지은 양화당이 종요로운 전각이라는 건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후보에는 대온실 사진을 3장이나 올렸으며, 단순한 정자인 함인정 사진까지 올렸으면서도 중요한 전각 사진은 명정전과 양화당 사진 단 2장만 올렸을 뿐이었다. 창경궁은 정조ㆍ순조ㆍ헌종을 비롯한 임금들이 태어난 궁으로, 광해군 때 다시 지어진 정문ㆍ정전들이 보존되어 있으며,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과 함께 조선시대 궁궐의 역사를 살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유적이다. 하지만, 일제가 1909년 궁 안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었으며, 1911년에는 박물관을 짓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공부(工夫). 이 단어 하나에 무수한 애환이 녹아있다. 공부는 예로부터 한국인에게 숙명 같은 존재였다. 공부에 울고 웃는 한국인, 그 ‘공부 DNA’를 추적해보면 선비의 공부가 있다. 선비에게 공부는 응당 해야 하는 것이었고, 평생 갈고닦아야 하는 거울 같은 것이었다. 이 책,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은 이런 선비들의 공부법을 정리한 책이다. 중요한 내용은 옮겨 쓰며 공부했던 정약용의 초서 공부법, 거울을 닦듯 매일 꾸준히 공부했던 이황의 반복 공부법, 스스로 생각하고 이치를 구하며 사색을 중요시했던 서경덕의 사색 공부법 등 오늘날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많은 공부법이 유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지은이가 분석한 선비들의 공부법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공부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고, 둘째, 공부는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지 출세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셋째, 공부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여 앎과 행함이 어우러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누구나 배움의 기쁨을 누리고, 또 배운 것을 실천하는 것이 선비의 공부법이라는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워낙 과거제도가 치열했던 만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죽은 아내를 생각하여 슬퍼함(도망-悼亡) - 추사 김정희 那將月姥訟冥司(나장월모송명사) 어찌 월하노인과 함께 저승에 가 하소연하여 來世夫妻易地爲(내세부처역지위) 내세에는 부부가 처지를 바꾸어서 我死君生千里外(아사군생천리외) 나 죽고 그대는 천 리 밖에 살아남아 使君知我此心悲(사군지아차심비) 그대가 나의 이 슬픔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이름난 학자들은 거의 한글을 외면했지만 추사 김정희는 평생 40통의 한글 편지를 남겼다. 그 40통 가운데 며느리에게 보낸 2통을 빼곤 모두 부인 예안이씨(禮安李氏)에게 쓴 것이다. 추사는 첫째 부인 한산 이 씨가 혼인 5년 만에 죽자 삼년상을 마치고 예안 이 씨와 재혼해서 20여 년을 살았는데 추사는 예안 이 씨를 무척 사랑했으며 이것이 38통의 한글편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사는 당쟁에 휘말려 20여 년 동안이나 유배생활을 한 까닭에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편지로 썼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제주도로 유배가 있는 동안 쓴 편지는 빠르면 두 달, 늦으면 일곱 달이나 걸렸다. 편지에서 추사는 병약한 몸으로 지아비가 없는 20여 년 동안 효성을 다하고 덕을 쌓은 이 씨에게
[우리문화신문= 금나래 기자] 몸이 불편하면 가는 곳이 병원이고 한의원이다. 몸 안의 문제를 직접 꺼내 눈앞에 보여주는 것이 서양의학이라면 한의원은 병의 근원을 따져보고 처방을 해준다. 약재와 침과 뜸으로 몸을 따뜻하게 데우고 피가 막힘없이 잘 돌아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자그마치 40년 이상 이런 일을 해온 성기봉 시인의 시를 엮어보았다. 우리 몸을 치유하듯이 우리 마음을 치유해주는 시편들이다. 아침 이슬을 모아 만든 약수 같기도 하고 깊은 숲 속 옹달샘에서 손바닥으로 떠먹는 시원한 물 한 모금 같기도 하다. 시인은 오늘 행복한지 묻고 있다. 아니 오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처방을 내리고 있다. 평생 모은 처방전을 딸들이 묶어낸다. 책 만드는 일을 20년 넘게 해온 성수연 편집장이 글들을 정성스레 담고 표지는 화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민우의 그림으로 정했다. <지은이 성기봉> 1946년 충남 서산 소탐산의 보광사(普光寺)에서 태어나 동암초등학교, 서산중학교, 서산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1965년 동양통신대학교 침구학과를 졸업하고 국제양도락연구소를 제3회로 이수하였고 1990년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팔천(八賤)! 조선에는 흔히 ‘팔천(八賤)’이라 불리는 여덟 가지 낮은 신분이 있었다. 바로 사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이었다. 이들은 갖은 설움을 받으며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하고, 억울해도 호소할 곳도 없이 그저 타고난 신분을 탓하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태어나면 양반, 중인, 양인, 천민 이렇게 네 가지 신분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조선 초기만 해도 신분제도는 상당히 유동적이었고 신분 간 이동도 빈번했으나 점차 제도가 굳어지면서 한 번 양반은 영원한 양반, 한 번 천민은 영원한 천민이 되었다. 이 책, 《나도 조선의 백성이라고!》는 천민으로 태어나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했던 여덟 부류의 천민을 각각 짧은 동화와 설명으로 보여준다. 흔히 조선시대를 떠올릴 때 열심히 농사짓는 농부나 글을 읊는 선비를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이야말로 그런 양민들의 삶을 죽을힘을 다해 떠받친 조선의 백성이었다. 특히 천민 가운데 가장 수가 많았던 사노비는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주인에게 짐승 취급을 받기 일쑤였고, 어떤 때는 말이나 소보다 싼값에 매매되기도 했다. 승려 또한 조선이 유교
[우리문화신문=윤지영 기자] 한성백제박물관(관장 유병하)은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제21권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을 발간하였다.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제21권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은 지난 2022년 10월 17일에 진행한 쟁점백제사 학술회의에 발표된 글과 종합토론문을 정리하여 발간한 것이다. “백제학연구총서 쟁점백제사” 시리즈는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일반 시민들이 최대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급한다는 목적으로 2012년부터 발간해 온 한성백제박물관의 대표적인 학술 도서이다. 이번에 발간한 제21권에서는 한성백제의 도성과 지방성에 대하여 고고학과 문헌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였다. 「백제 개로왕 시기 도성의 경관 변화」에 대한 이보람(국립서울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의 글은 백제 한성 도읍 시기의 개로왕 시기에 완비된 도성 경관에 대하여 최신 고고학 자료를 적극 이용하여 살펴보았다. 이혁희(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백제 한성기 지방성」을 통하여 성의 입지, 축조기술, 축성 목적과 성격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논의를 정리하였다. 윤성호(한성대학교) 교수의 「백제 한성기의 관방체계 재검토」는 백제 한성기의 중앙성과 지방성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2월의 시 - 김형태 기별은 있었지만 드는 기척조차 없다 고드름도 낙수 되어 대지를 적시는데 갈까 말까 재 넘는 꽃바람 산등성이에 걸렸구나 흰 눈을 머리에 이고 동백, 시린 가슴에 핏물이 든다. 지난 2019년 4월 4․3유족회원 김수연 씨는 제주4․3평화재단 행방불명인 표석을 보고 표석 설치로 넋은 돌아왔지만,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상당수 행방불명된 혼과 유족들의 한(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지인들과 함께 4달 가까이 동백꽃보람(배지) 403개를 만들어 제주도청에 기증했다는 기별이 들려왔다. 제주4.3항쟁은 제주도의 무고한 양민 3만여 명이 무참하게 학살당한 참혹한 역사다. 당시 경찰과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남한 단독선거, 단독정권 수립 반대를 목표로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봉기한 이래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엄청난 희생이 벌어졌다. 이때 죽은 3만이란 숫자는 제주도민의 1/9 정도가 되기도 했지만, 이 희생자 가운데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며, 무차별적인 학살이 일어났다는 데 문제가 있다. 김형태 시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