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겨울 산행은 멋진 상고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 어렵기도 합니다. 추위가 심할 때는 슬기말틀(스마트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기도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나 손목시계를 차고 있는 사람이 가끔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3천만 원짜리 명품 시계나 시중에 단돈 만 원하는 시계나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똑같다는 사실입니다. 60평이 넘는 으리으리한 집에서 잠을 자거나 15평 원룸에서 잠을 자거나 우리가 필요한 것은 반 평 남짓한 침대인 것은 똑같은 사실이고요. 넓은 집이 건강한 꿀잠을 제공하는 것도 아닙니다. 수천만 원하는 명품 모피코트를 입으나 몇십만 원하는 오리털 파카를 입으나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하며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은 같습니다. 가끔 술을 마시지만, 가장 좋아하는 주류는 소주입니다. 얼마 전에 지인이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500만 원짜리 술을 먹어 보기도 했지만 5천 원하는 소주와 취하는 것은 같았습니다. 퇴직 무렵에 차를 바꾸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차라고 생각하고 무리해서 좋은 차로 바꾸긴 했는데 대형 고급 차나 소형차나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것은 같았습니다. 그러니 우린 행복이 물질적인 것에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김 삿갓이 아름다운 금강산을 보고 지은 시가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一步二步三步立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가다 멈추고 보니 山靑石白間間花 푸른 산, 하얀 돌 사이에 곳곳에 꽃이 천지구나 若使畵工模此景 만약 화공을 불러 이 경치를 그리게 한다면 其於林下鳥聲何 나무 사이에 들리는 새소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조선 후기 최고의 화가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1745~?)가 이 물음에 답을 그림으로 내었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라는 그림이다. 금방 꾀꼬리 소리를 듣고는 고삐를 당기고 꾀꼬리 소리를 확인하러 고개를 돌려 쳐다본다. 아 그 나뭇가지에 자그만 꾀꼬리가 있구나. 이렇게 꾀꼬리 소리가 그림 속에 영구히 잡혀 있다. 가야금의 명인이신 황병기(1936~2018) 님은 젊을 때 인사동 고미술 전시회에서 한 선비가 집 뒤 수풀 속에서 들리는 새소리를 듣고는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고 있는 그림을 보고 빠져들었다. 심전 안중식(1861~1919)의 <성재수간(聲在樹間)>이란 그림이었다. 황병기님은 그 그림의 느낌을 가야금 곡으로 작곡해 내고는 '밤의 소리'라는 이름으로 발표해 가야금 음악의 전설이 되고 있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창의성에 대해서는 많은 정의가 있지만, 대체로 ‘서로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이리저리 섞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기존에 있던 요소를 절묘하게 섞어 만드는 ‘융복합’이 창의성이라는 거다. 그렇게 보면 조선에서 창의성으로 으뜸가는 인재가 있다. 바로 다산 정약용이다. 정약용은 학자이자 정치가이고, 작가이자 교육자이고, 의사이자 건축 기술자였다. 요즘 말로 하면 문과, 이과가 다 되는 천재였던 것이다. 단지 문학, 사학, 철학만 잘한 것이 아니라 산술, 의학 등에도 능해 진정한 ‘융복합 인재’라 불릴 만했다. 고정욱이 쓴 책, 《다산, 조선을 바꾸다》는 ‘정약용에게 배우는 융합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정약용의 이런 다재다능한 면모를 조명한 책이다. 정약용은 ‘실학’의 선구자인 만큼 세상과 학문의 접목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늘 배우며 협력하고, 정보를 모으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삶의 태도가 ‘유배형’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시련을 만났을 때 오히려 아름답게 피어났다. 그러나 아무리 유배지에서 시간이 많았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방대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늙어서는 탐욕을 경계해야 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욕심을 버리지 않는 것을 노욕(老慾)이라고 합니다. 그건 노추(老醜, 늙어서 추하게 됨)가 되기 쉽기 때문이지요. 물론 누구나 세상을 살면서 하고자 하는 바가 있습니다. 그것이 개인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요. 그런데 분수에 넘치고 도가 지나치면 탐욕이 되고 나이가 들어서도 개선이 되지 않으면 노욕이 됩니다. 앙드레 지드는 이런 말씀을 남깁니다. "늙기는 쉬워도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청년보다 노년이 죽음에 더 가깝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그러면 욕심으로 점철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많은 부분을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욕심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것인데 인생을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이지요. 우린 물러날 줄 모르고 내려놓을 줄 모르고 움켜쥐려고만 하는 노욕이 심한 사람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은 젊은이들에게 양심도 없는 자나 제 욕심만 가득 차고 관용도 없는 그런 존재로 보일 뿐이지요. 인생은 삶의 종결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생이 끝나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의 잘못을 단죄하지 못하더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自題小照(자제소조) 是我亦我 (시아역아) 여기 있는 나도 나요 非我亦我 (비아역아) 그림 속의 나도 나다 是我亦可 (시아역가) 여기 있는 나도 좋고 非我亦可 (비아역가) 그림 속의 나도 좋다. 是非之間 (시비지간) 이 나와 저 나 사이 無以爲我 (무이위아) 진정한 나는 없네. 帝珠重重 (제주중중) 조화 구슬 겹겹이니 誰能執相於大摩尼中 (수능집상어대마니중) 그 뉘라 큰 마니 구슬 속에서 나의 실상을 잡아내리. 呵呵 (아아) 껄껄껄! 추사 김정희의 <自題小照(자제소조)>라는 시입니다. 추사가 자기 초상화를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시로 쓴 것입니다. 추사는 처음에 자기 초상화를 바라보다, 시를 써서 초상화 오른편 위에 붙였는데, 이 시는 나중에 <自題小照>라는 제목으로 그의 문집 《완당선생전집》에도 실렸습니다. ‘小照’는 ‘照’가 들어간 것으로 보아, 작은 초상화를 뜻하는 것 같고, ‘自題’는 자기가 거기에다 ‘題’를 달아 썼다는 것 같습니다. 추사는 초상화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현실의 추사도 나요, 그림 속에 들어있는 추사도 나라고 하면서, 현실의 나도 좋고, 그림 속의 나도 좋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는 차를 집이 있는 대치동으로 몰았다. 차를 아파트 내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거리로 나와 택시를 탔다. 김 교수가 다시 보스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다. 김 교수는 ‘어서 옵쇼!’라고 깍듯이 인사하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박 교수 일행이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그들도 식사를 마치고 방금 도착했다고 한다. 그날은 ㅇ 교수가 박 교수에게 연구과제와 관련하여 신세 진 일이 있어서 한 잔 산다고 했다. 과일과 양주를 주문하고 아가씨를 불렀다. 조금 후에 나타난 미스 최는 김 교수를 보더니 깜짝 놀랐다. 그럴 법도 하지. 삼십 분 전에 헤어진 사람을 룸에서 다시 만나니 놀랄 수밖에. 호텔에서 만났을 때 미스 최는 까만 옷을 입었었는데, 어느새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서 있었다. “웬일이세요, 오빠!” “너 보고 싶어서 박 교수님 따라왔다. 왜, 싫으니? 싫으면 다른 사람 옆에 앉거라.” “싫기는요, 저는 오빠 옆에 앉을래요.”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눈치채지 못한 박 교수가 미스 최를 바라보며 추궁하듯이 물었다. “미스 최. 자네, 아리랑이라고 아나?” “그럼요. 조정래 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제비는 참새목 제비과에 속하는 여름 철새다. 한반도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일대에서 번식하는 제비는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새였다. 야생조류로는 드물게 사람들과 매우 가까이 살았으며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는 착한 흥부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새로 등장하기도 한다. 제비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사람한테 겁을 내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대부분 동물이 사람을 무서워하고 피하는데, 제비는 오히려 사람이 사는 집의 처마에 둥지를 튼다. 집에 둥지를 트는 이유는 황조롱이나 매 등의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추측된다. 사람과 가까이 사는 고양이가 제비를 공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비는 다른 새와 달리 진흙을 뭉쳐 수직인 벽에 집을 지어서 어느 정도 공격을 피할 수가 있다. 제비가 가장 많이 집을 짓는 곳은 먹잇감이 풍부하고 집 지을 진흙과 지푸라기를 구하기 쉬운 논밭 근처의 사람이 사는 집 처마 밑이다. 특이한 점은 다른 조건이 다 갖춰져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제비가 집을 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까닭은 사람 사는 집이 뱀이나 다른 새 등 천적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비는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 23일 어제는 세계 책의 날이었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스페인의 소설가 세르반테스 등 두 문호가 세상을 뜬 날을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영국이나 스페인에서는 대대적인 책 축제가 이어진다. 단 하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이상 지속되고 책방이나 노점상이 많은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유럽 각국에서 몰려와 책을 보고 사고 책에 대해 말하고 책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을 전후해 많은 행사를 열었다. 성황을 이룬 곳도 많았다. 다만 그들처럼 모두의 축제 느낌은 없었다. 책의 날을 맞아 나도 책을 생각해보았다. 언젠가 《책바다 헤엄치기》란 제목으로 책을 찾아다니고 읽은 이야기를 책으로 낸 적도 있지만 그동안 이사 다니면서 조금 정리를 하고도 집안 서재에 책들이 많이 있다. 이 책들은 비좁은 서재의 책꽂이에 이중으로 넣어져 있어 이제 어떤 책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책을 내가 어떻게 사서 얼마나 보았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이 집에서 몇 년 동안 나하고 동거하고 있다. 물론 또 읽고 싶은 책들이 생기니 더 사들이기도 한다. 점점 바닥에도 쌓이고 있다. 이 책들이 언제까지나 나하고 같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학자] 무송(舞松) 박병천(朴秉千, 1933∼2007)은 전라남도 진도 세습무가 자손으로 태어나 74살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다. 박병천의 종조부 박종기는 대금산조 창시자이며 당숙 박만준은 피리 명인이었고 어머니 김소심과 고모 박선내는 당대 으뜸 세습무였다. 무속 집안을 배경으로 태어난 박병천은 어려서부터 가문 전통에 따라 어정판(굿판)을 따라다니며 소리를 배우고 춤과 장단을 익혔다. 악기와 재담은 물론이고 놀이와 향토문화를 배경으로 전승된 갖가지 민속예술을 두루 접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일곱 살 때부터는 마을 농악대에서 무동 역할을 맡아 마을공동체 연희와 놀이를 습득하였고, 18살 때부터는 명인 박동준에게 가야금을 배웠으며, 명인 양태옥에게서는 진도 북놀이를 익혀 국악인으로서 소양을 터득했다. 30대에 명무 이매방에게도 전통춤을 학습하여 무대 춤이 갖는 예술적 깊이와 값어치를 간파하였다. 20세기를 맞이한 한국 사회는 전래한 민족문화와 들어온 외래문화의 대립과 공존 속에서 서로 간 갈등을 겪으며 융합되기도 하고 동화되기도 하였다. 유입된 것에 적응 또는 대응할 수 없는 전래의 것은 자리를 내주어 소멸의 길로 들어서는 사례가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옛사람들은 각종 자연현상을 관찰하며 그 들이 “생기고 머물고 변하고 없어짐”을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로 설명하고자 하였다. 음기ㆍ양기와 음ㆍ양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자. 일과 에너지 명리학은 기를 에너지로 이해하고 있다. 에너지란 무엇인가? 에너지는 화학적 개념에 가깝지만, 그 뿌리는 물리학에 있다. 물리학은 고전, 근대, 현대로 이행되면서 하나의 물리적 사건을 한층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와 일의 관계이다. 우선 일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서구에선 주로 말의 힘으로 일을 해왔다. 18세기 초 뉴턴은 말이 하는 일의 크기는 말이 내는 힘과 그 힘으로 물체가 이동한 거리의 단순 곱임을 밝혀낸다. 이를 수식화하면 일=힘x 이동거리가 되며 이것이 뉴턴 역학의 기본 법칙이다. 이제 에너지에 대해 알아보자. 예를 들어, 석탄을 태우면 열에너지가 발생하며 이것으로 물을 끓여 수증기를 얻고, 수증기의 활력이 피스톤을 움직이면 피스톤의 운동이 쇠바퀴를 돌려서 말보다 몇백 배 강력한 철마가 달리는 일을 하게 한다. 이 과정을 풀어 쓰면 1. 석탄을 태우면 석탄에 내재 되어 있던 화학적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