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여 일본 문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새해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받았다. 얼마 전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박팔양(朴八陽, 1905~1988) 시인의 시집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박팔양 시선집 두 권을 구해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례(?)로 보내온 듯 하다. ‘코로나19’로 집콕 시대를 살다 보니 우편물, 그 가운데서도 국제 소포를 받고 보면 왠지 가슴이 설렌다. 더군다나 그 속에 종합 선물과자처럼 다양한 선물들이 가득하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그 기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열다가 발견한 엽서 크기의 그림책(포스트카드북)이 눈에 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國芳, 1798~1861)의 고양이 그림으로 한 장씩 떼어내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고양이다. 그 고양이 그림의 달인이라고 하면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엽서 그림책 속의 다양한 고양이 모습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2월 3일은 일본의 절분(세츠분, 節分)날이다. 이날은 한해에 일어날 나쁜 액운을 막고 행운과 행복을 비는 날로 절분은 일본의 오래된 민속행사의 하나이다. 그런데 해마다 2월 3일 지내오던 절분이 올해는 2월 2일이다. 왜일까? 그것은 4년에 1번 찾아오는 윤년(閏年)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1984년까지는 2월 4일이 절분이었고, 1985년부터 2020년까지는 2월 3일이 절분이었으나 2021년부터는 2월 2일이 절분이다. 절분이 되면 집 가까운 신사(神社)나 절에 가서 액막이 기도회를 갖고 콩뿌리기(마메마키)를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 (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했는데 《연희식(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들어 입춘 전날 밤에 치웠다. 토우동자 풍습은 헤이안시대(794-1185)의 귀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이수현 씨가 일본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의로운 목숨을 잃은 지도 26일로 어언 20주기다. 2001년 1월 26 저녁 7시 15분께, 신오쿠보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이수현 씨는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고자 몸을 던졌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 때의 일이다. 그 무렵, 나도 도쿄에 있었다. 그리고 이수현 씨가 신오쿠보역을 이용했듯이 나 역시 그 역을 날마다 이용했었다. 그의 죽음 이후 나는 신오쿠보역에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게 무섭고 두려웠다. 꽃다운 청춘을 이국땅에서 바친 그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 무렵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는 지인들은 모두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그 플랫폼에 서서 이수현 씨를 생각하며 어찌할 줄 몰랐다. 슬픔은 오랫동안 신오쿠보역을 이용하던 우리 한국인들 가슴에 푸른 멍으로 남아 있었다. 이수현 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우리의 가슴이 이다지 아픈데 유가족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수현 씨가 의로운 죽음을 맞이한 지 20주기, 그동안 일본과 한국에서 이수현 씨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고 추도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흰쌀밥에 빨간 우메보시(매실장아찌) 한 개를 살짝 올린 도시락, 언뜻 보면 일장기를 연상케하는 이 모양의 도시락은 이름하여 ‘히노마루벤토(日の丸弁当)’다. 히노마루(日の丸)가 일장기이므로 ‘일장기 도시락’ 인 셈이다. 이러한 일장기 도시락이 일본의 유명 고급 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 신주쿠점 식품매장에 등장했다. 이세탄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이라면 보통 고급스럽고 맛깔스러운 반찬이 즐비한 곳이라서 이번에 등장한 ‘일장기 도시락’은 조금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인터넷 <식락(食樂, 쇼쿠라쿠)>의 1월 11일치 기사에는 이러한 ‘일장기 도시락’을 직접 사 먹어 보았다는 기사가 올라 관심을 끈다. 기사를 쓴 기자는 이세탄 식품매장을 지나다가 ‘일장기 도시락’을 발견하고는 점원에게 물었다고 했다. 그러자 점원은 아주 친절히 ‘일장기 도시락’을 설명해 주었다. “이 도시락에 쓴 쌀밥의 쌀은 일본 최고의 쌀인 아키타현(秋田県)의 아키타코마치이고, 우메보시는 오다와라(小田原)의 쥬로우메(十郎梅)입니다. 도시락에 사용하는 쌀밥은 갓 지은 밥이고, 우메보시는 매실나무에서 잘 익어서 떨어진 매실을 가지고 담근 최고 매실장아찌입니다.”라는 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해마다 1월 둘째 주 월요일은 일본에서 스무 살이 되는 성년을 위한 ‘성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11일(월)이 성년의 날이지만 ‘코로나19’로 기념식을 중단하거나 축소, 또는 비대면으로 치르는 지자체가 많다. 하루 확진자가 4,757명 (도쿄는 1,278명) 씩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긴급사태 선언’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도쿄 디즈니랜드가 있는 치바현 우라야스시(千葉県 浦安市)에서는 성인식을 3월 7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우라야스시에서는 디즈니랜드 운영사인 오리엔탈랜드와 협의한 결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라야스시에서는 2002년부터 해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성인식을 열어왔다. 도쿄도의 경우 23구(区) 가운데 65%에 해당하는 15구에서는 성인식을 중지하기로 했다. 성인식을 그대로 진행하는 세다가야구(世田谷區)에서는 인터넷으로 중계할 예정이고, 고도구(江東区)에서는 이 지역 출신 저명한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를 녹화하여 케이블티브이로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성인의 날은 1946년 11월 22일 사이타마현 와라비시(埼玉県 蕨市)에서 연 ‘청년제’가 그 뿌리다. 당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저는 일본의 신사(神社)나 신궁(神宮)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의 하나는 전쟁 중에 강제로 신사참배를 한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군국주의의 맹호를 떨치게 한 곳이 신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후(戰後, 1945년)에 알고 보니 일본 각지에 조선에 없는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3국 이름이 들어있는 고마신사(高麗神社), 백제신사(百濟神社), 신라신사(新羅神社)가 많이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일본의 신사(神社)나 신궁(神宮)은 고대 조선의 신라에서 건너온 것입니다.” 이는 재일조선인 작가 김달수 씨의 《고대조선과 일본문화》(일본 강담사, 1987) 26쪽에 나오는 말이다. 김달수 씨를 작가라고 부르기보다는 역사학자라고 불러야 좋을 만큼 그는 “일본 속의 고대 한국문화”를 평생 찾아낸 사람으로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알려진 작가다. 지금 일본의 가나가와현에 있는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에서는 12월 12일부터 김달수(1920~1997)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가나가와 근대문학관에서 소개하고 있는 김달수 씨의 면모를 보면, “김달수 씨는 조선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작품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설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카도마츠(門松)’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일본은 메이지(明治, 1868년) 때부터 양력설을 쇠고 있으며 이제 설날은 일주일 남짓 남았다. 카도마츠란 설날을 맞아 집 대문 앞 또는 출입문 앞에 세우는 소나무 장식물을 말한다. 카도마츠는 길고 두툼한 토막의 대나무를 가운데 세우고 그 둘레에 소나무를 세운다. 소나무는 조상신이 찾아든다는 속설이 있어 소나무 장식을 즐기며 여기 쓰이는 대나무는 천수를 누리며 장수하라는 뜻을 지닌다. 설날 장식품인 카도마츠는 12월 23일부터 새해 1월 7일까지 세워두는데 지역에 따라서는 15일까지 세워두는 곳도 있다. 이렇게 카도마츠를 세워두는 기간을 가리켜 ‘소나무가 세워져 있는 동안’이라는 뜻으로 ‘마츠노우치(松の內)’라고 한다. 22일(화) 북일본신문에는 오야베 원예고등학교(토야마현 오야베시) 학생들이 미니 카도마츠를 만들어 손에 들고 찍은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 이들은 미니 카도마츠 50개를 만들어 학교에서 판매한다고 한다. 미야코시 히데아키(宮腰秀明)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학생 3명은 이번 달 초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원예고등학교 학생들은 목화버섯과, 학교 터 안에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경자년(庚子年)은 참으로 피곤하기 짝이 없는 한해였다. 쥐띠해가 저물어가는 마당에 쥐가 옮긴 전염병으로 알려진 중세 유럽의 흑사병(페스트)이 떠오른다. 인류 역사상 큰 재앙이었던 흑사병은 1347년부터 1351년 사이, 약 3년 동안 2천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올해 유행한 ‘코로나19’도 인류를 위협하고 있어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 고통이 끝은 어디인가? 일본도 올 한해 코로나19로 올림픽마저 연기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맞이하는 연말이라 예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연말 분위기라고 하면 시메카자리(금줄, 注連飾り)를 빼놓을 수 없다. 시메카자리는 연말에 집 대문에 걸어두는 장식으로 짚을 꼬아 만든 줄에 흰 종이를 끼워 만드는데 요즈음은 편의점 따위에서 손쉽게 살 수 있다. 이러한 장식은 농사의 신(稻作信仰)을 받드는 의식에서 유래한 것인데 풍년을 기원하고 나쁜 액운을 멀리하려는 뜻으로 신도(神道)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도 있고 한편으로는 일본의 나라신(國神)인 천조대신(天照大神)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시메카자리는 전염병 같은 액운을 막아준다는 믿음이 있는 만큼 새해 신축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힘겨웠던 경자년(庚子年) 쥐띠 해는 서서히 저물어 가고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가 슬슬 다가오고 있다. 소띠 해를 앞두고 일본 기후현 다카야마시(岐阜県 高山市)에서는 이 지역 전통공예품인 ‘황소상’을 만들기 바쁘다. 특히 다카야마에서 만드는 전통공예품을 ‘이치이잇토보리(一位一刀彫)’라고 하는데 여기서 ‘이치이(一位)’란 주목나무를 말하며, ‘잇토보리(一刀彫)’란 나무를 깎아내는 조각법을 말하며 약간 거친 듯이 깎아 질박한 느낌을 주는 조각법을 일컫는다. 주목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할 만큼 견고하고 은은한 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죽은 자를 위한 최고급 관의 재료로 쓰이기도 하지만 공예품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주목나무는 시간이 지나면 붉은빛을 띠어 조각품이 더욱 생동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그래서인지 ‘황소상’에 딱 맞는 재료다. 다카야마시 히다지역(飛騨地域)에서는 1843년에 창업한 츠다조각(津田彫刻)집이 유명한데 이곳은 현재 6대째인 츠다 스케토모(津田亮友, 73) 형제가 목공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작업할 때에는 40개의 조각칼을 사용해 누워있는 소의 모습이나 서 있는 소의 모습을 조각하는데 크기가 큰 작품은 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구마모토에 조선의 뛰어난 제지술을 전한 이는 경춘(慶春, 일본발음 케이슌)과 도경(道慶, 일본발음 도케이) 형제다. 이들 형제는 정유재란 때 포로로 끌려갔지만 뛰어난 제지기술을 갖고 있어 일본에서도 귀한 존재로 대우받았다. 경춘과 도경의 이름은 일본의 제지 관련 역사책이나 논문 등에서 ’바이블(성서)’처럼 인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전통종이(한지)의 고장이라고 하면 전주를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디를 꼽을까? 그곳이 바로 경춘과 도경 형제가 조선에서 건너가 살았던 구마모토다. 경춘과 도경 형제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조선을 침략해왔던 장수 가등청정(加藤淸正,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 일본에 건너왔다. 이들은 다른 조선인 9명과 함께 구마모토로 건너가 당시 뛰어난 한지(韓紙) 기술을 전한다. 당시 에도시대(1602-1868)에 들어서면서부터 일본에서는 종이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나 질 좋은 종이를 보급해줄 공급처가 부족하던 때였다. 따라서 이들 형제의 제지기술을 전수한 구마모토에서는 번(藩, 에도시대 봉건영주가 다스리던 영역)의 주 수입원으로 제지기술이 급부상했다. 영주들은 형제를 특별장인(御紙漉役)으로 임명하여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