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도서출판 우리겨레가 7월 15일 철학이 다뤄야 할 고유 영역이 가치관의 문제임을 전면적으로 다룬 《애민철학의 이해》를 펴냈다. 이 책은 가치관의 문제가 왜 철학의 고유 영역으로 돼야 하는지를 사회 역사의 주체인 ‘백성’의 삶과 결부시켜 서술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높은 지성을 자랑하며, 엄청난 과학 문명과 넘쳐나는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유유히 떠다니는 수면 아래 오리의 발과 같다. 무한 경쟁과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은 양극화를 심화시켰고, 극한 생존 경쟁으로 사람들을 내몰았다. 나아가 개인과 집단 간 이해 충돌은 물론 나라와 민족 간에도 끊임없는 대립과 긴장을 넘어 전쟁도 불사한다. 지은이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런 가치관의 대혼란에 빠져 있는 것은 인류의 미래와 지향을 열어줄 철학이 사장된 결과로 지성이 죽어가기 때문이라 진단한다. 그간의 철학은 세계관을 주는 학문으로서, 물질세계와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일정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사회 역사의 주체인 백성이 등장한 상황에서는 백성이 곧 사람이란 점을 분명히 해야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나타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철학은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역사 앞에서’ 하니까, 제가 꼭 역사에 대한 거대담론을 말하려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네요. 《역사 앞에서》는 제 서울법대 대선배(1937년 서울법대 전신인 경성법학전문학교 졸업)인 김성칠 서울대 사학과 교수님이 쓰신 책입니다. 지금 제 앞에는 예쁘게 제본된 책이 놓여 있지만, 사실 《역사 앞에서》는 김 선배가 1945. 12. 1.부터 1951. 4. 8.까지 쓴 일기입니다. 다만 1946. 12. 23.부터 1949. 12. 31.까지의 일기는 빠져 있습니다. 아마 그 부분 일기장은 유족들이 찾지 못한 모양입니다. 이렇게 일기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니까, 책의 부제는 <한 사학자의 6.25 일기>입니다. 김 선배는 6·25 때 미처 피난 가지 못하고 인공치하를 서울에서 고스란히 보냈습니다. 일기에는 한 개인이 겪은 6.25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그것도 사학자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기에, 좌나 우로 편협된 시각이 아니라 객관적인 눈으로 6.25의 참상이 그려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전쟁은 어떠한 명분으로든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물론이고, 전쟁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창백한 낯빛, 수염 없는 매끈한 턱, 가느다란 목소리... 흔히 내시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모습들이다. 내시는 그림자처럼 임금을 수행하면서 궁 안팎의 일을 두루 살피는 벼슬이었다. 비록 거세됐다는 까닭으로 세간의 인식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높은 영화와 권력을 누릴 수도 있는 요직 중의 요직이었다. 내시는 거세된 만큼 자손을 볼 수 없었지만 대체로 양자를 들여 가문을 유지했다. 윤영수가 쓴 책, 《그림자처럼 왕을 섬긴 왕의 남자 내시》에서는 내시 박계운의 양자로 들어간 서개동이라는 소년이 내시가 되기 싫어 몸부림치다가 마침내 양부의 대를 이어 훌륭한 내시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 내시가 되는 과정은 아주 고된 일이었다. 우선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성기를 다친 소년들이 내시의 양자로 입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선 시대 내시들의 계보를 적은 족보 《양세계보(養世系譜)》를 보면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의 성이 모두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비록 양자를 들였더라도 원래 집안의 핏줄을 존중해 주는 내시 가문의 가풍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시 집안에 양자로 들어가면 원래 식구들은 집과 논밭을 받아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엇그제 빚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술잔을) 잡거니 권하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 거문고 줄을 엊어 풍입송을 타자꾸나. 손님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버렸도다 선비들은 거문고와 함께 한 삶이었다. 선비들은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시(詩)ㆍ서(書)ㆍ금(琴, 거문고)ㆍ주(酒)로 노니는 것을 풍류라 하여 삶의 중요한 영역으로 삼았다. 고악보 《양금신보》에는 “금자악지통야 고군자소당어야(琴者樂之統也 故君子所當御也)”라 하는 글귀가 있는데 “거문고는 음악을 통솔하는 악기이므로 군자가 마땅히 거느리어 바른길로 나가게 하라.”라는 뜻이다. 이 말은 거문고를 ‘백악지장(百樂之長)’이라고 하여 가장 귀하고 중요한 악기로 여기는 것과 같은 내용이다. 실제 전통사회에서는 피리나 젓대(대금)를 하는 잽이들이 전문음악인이고, 거문고를 하는 풍류객들은 아마추어 음악인이었는데도 풍류를 할 때는 거문고를 하는 선비가 이끌곤 했다. 거문고라는 악기가 합주를 이끌어 가도록 음악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려니 춤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
[우리문화신문=허홍구 시인] 길에 지나가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세련되었다고 느낄만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무엇하는 곳일까? 그런데 간판은 작은 영어 글씨로 써놓았다. 잘 알 수가 없는데 마침 밖에 나오는 사람이 있어서 물어보니 카페란다. 왜 이렇게 영어로 작게 써놓았느냐고 물어보니 이렇게 해야 젊은이들이 좋아한단다. 보아하니 외국인들이 주로 찾아오기보다는 내국인 손님이 대부분인 듯한데 굳이 영어로만 가게 이름을 쓴 가게 주인이나 이를 선호한다는 젊은이들이 참 안타깝다. 특히 가게에서 취급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간판에 쓰여 있지 않아 가게에 들어가 보지 않으면 무슨 가게인지 알 수가 없도록 한 것은 광고 효율성 면에서 볼 때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출입금지 한다는 팻말을 달아 놓아 놓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장사 하나 하더라도 민족주체성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세계 으뜸 글자 ‘한글’을 가진 나라에서 이렇게 한글을 홀대하고 영어에 목맨 듯한 모습을 보면서 외국인들은 무어라 할 건지 두렵기만 하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심리학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제목 그대로다. 조선왕조실록에 심리학을 접목했다. 조선 임금과 왕후들의 심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아버지 영조, 아들 명종을 끊임없이 나무라며 심리적으로 학대한 문정왕후, 아내나 아버지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심각했던 고종… 역사가 긴 만큼, 조선 왕실에 나타난 ‘문제적 인물’도 가지각색이었다. 강현식이 쓴 책,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왕조에 나타난 갖가지 심리적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심리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조선왕조에서 벌어진 일련의 비극들을 분석한 시각이 무척 흥미롭다. 사람의 심리는 복잡다단하다. ‘집안일’과 ‘나랏일’이 뒤섞이는 왕실 인사들은 더 복잡한 심리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어떤 행동이 더 바람직한지 판단하기도 어렵다. 여러모로 스트레스에 짓눌린 가운데 현대의 심리학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들이 나온다. 먼저 ‘약한 아버지와 강한 아들, 500년 조선의 시작을 열다’ 편에서는 양가감정과 공격성, 승화를 주제로 태조와 아들 이방원의 관계를 분석한다. ‘고부갈등이 희대의 폭군을 낳다’ 편에서는 반동형성과 경계선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철학이 길을 묻고, 달리기가 방향을 가리키는 책. ‘더 빨리 가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싶어서, 새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억지로 달리고 있던 우리에게 ‘이유 없이 달리는 일’의 의미를 제시한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빗대어, 삶과 달리기가 그 자체로 본질인 놀이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이 외에, 자신이 달리는 과정에서 떠올렸던 데카르트, 플라톤, 사르트르 등 유명 철학자들의 이론도 놀이처럼 가볍게 펼쳐낸다.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이 우리가 인생이라는 달리기를 완주하도록 친근하게 격려하는 듯하다. 삶과 달리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 이 책을 통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면, 우리는 우리 자체로 이미 충분하니 어느 방향으로 달리든 전부 괜찮다는 위로 또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직업적 인정이나 자녀의 대입 성공과 같은 이유로 멈춤 없이 달려왔던 중장년이라면,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 멈추는 것도 좋겠다. 책장을 덮은 후에는 다시 나의 본질을 찾아 달려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취우(驟雨, 소나기) - 추사 김정희 樹樹薰風葉欲齊(수수훈풍엽욕제) 나무 사이에 더운 바람 불어 잎들이 나란한데 正濃黑雨數峯西(정농흑우수봉서) 몇몇 봉우리 서쪽에 비 품은 구름 새까맣네 小蛙一種靑於艾(소와일종청어애) 쑥빛보다 더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 跳上蕉梢效鵲啼(도상초초효작제)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네 추사 김정희가 쓴 글 가운데는 한여름 소나기가 내린 정경을 노래한 <취우(驟雨)>란 제목의 한시도 있다. ‘취우(驟雨)’는 소나기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한여름을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릴 때 사람들이 기다린다. 지루하게 오래 내려 기청제를 지내야 하는 장맛비와는 달리 후두둑 내리기 시작하여 시원하게 쏟아붓고는 저 멀리 예쁜 무지개를 하늘에 걸어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사그라진다. <취우>를 읽으면 멀리 산봉우리 서쪽에는 비를 품은 새까만 구름이 몰려오는데, 파란 한 마리 청개구리가 파초 잎에 뛰어올라 까치 울음 흉내 내고 있다고 노래한다. 시는 이렇게 시각(視覺)과 청각(聽覺)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어 1930년대 모더니즘 계열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되는 김광균의 “와사등”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늠름하구나 동도와 서도 마주 바라보면서 함께 사는 형제섬이다 울릉도에서 네 얼굴이 보이고 오랜 우애가 바다처럼 깊구나 동도와 서도에 무지개다리가 있어 하얀 갈매기도 건너가는구나 동해바다에 불끈 솟아오르는 독도는 아름답다 위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 등으로 알려진 김현성이 2008년 독도에서 지은 <독도찬가>다. 이 노래는 서정적이고 애잔한 멜로디가 가슴을 울리며, 독도의 아름다운 광경이 와닿듯 생생한 감동을 준다. 이 독도! 이 노래처럼 독도는 우리 겨레에게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섬이다. 이 독도를 지도 제작자며 독도연구가로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7년 동안 90일 정도를 독도에 머물며 독도의 지형과 식생을 조사하고, 사진을 찍어온 안동립 씨가 이번에 《독도 / 안동립의 독도 이야기(2005~2022)》를 펴냈다. 일반인들이야 독도에 갔다고 해도 잠깐 들러볼 뿐이기에 독도의 풍광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독도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 별 헤는 밤은 물론 괭이갈매기 등의 동물, 해국 등의 식물들도 실제 맨눈으로 본 사람이 없을 터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해동성국(海東盛國), 발해! ‘바다 동쪽의 융성한 나라’로 불렸던 발해는 늘 미지의 영역이었다. 학교 역사 시간에도 삼국 시대에 이어 잠깐 다루고 넘어가는 정도가 전부였다. 무언가 거대하고 융성했던 나라의 위용을 풍기면서도, 몇 줄로 급히 정리하고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이현 글, 경혜원 그림의 이 책, 《해동성국 발해》는 아이에게는 발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주고, 어른에게는 아스라한 발해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주는 그림책이다. ‘나의 첫 역사책’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우리 역사를 흥미진진한 그림과 다정한 말투로 알기 쉽게 풀어준다. 고구려가 멸망한 뒤 당나라는 수많은 고구려 유민들을 노예로 끌고 갔고, 랴오허강 서쪽의 영주 땅까지 끌려간 사람들도 있었다. 영주는 당나라에 나라를 빼앗긴 고구려, 말갈, 거란 유민이 골고루 모인 땅이었다. 나라 잃은 설움은 언제나 같은가보다. 당나라 치하의 노예 생활은 참혹했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당나라군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다. 거란사람 손만영이 먼저 나섰다. 당나라군을 무찌르고 영주를 차지한 그는 당나라 황제가 있는 장안성을 노렸다. 그러나 측천무후가 다스리는 당나라는 강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