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아침에도 2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는 숲의 나뭇등걸과 가지에 자리 잡은 너희들의 울음소리가 스테레오 합창처럼 들려온다. 몇 년 새 나무들이 커져서 거기에 있는 너희들이 모습이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지만, 소리는 엄청나게 크고 잘 울린다. "맴-맴-맴-맴-매애앰-"을 반복하며 울다가 마지막에 음이 높아지며 ''매애↗애애애...''를 길게 내는 것을 보니 너희들은 참매미일 것이구나. 마지막에 뒷다리를 들어 올리고 소리 내는 것도 그렇고. 그 옆에는 "르르르르르르르르르- 츠- 와아치- 르르르르스피이 - 피르빌빌빌빌빌 피오 스-피오츠츠츠스스…." 이런 소리를 내는 것이 필시 애매미일 것이다. "쓰-름 쓰-름" 쓰름매미 소리도 들린다. 참매미 소리가 가장 대표적이긴 하지만, 너희들이 내는 소리는 일일이 옮겨적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숲의 앞과 뒤에서 한꺼번에 울어대니 이것이야말로 매미 교향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 인간들이 너희를 반긴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너희들이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5년 전후의 긴 시간을 보내다가 한여름 기온이 올라가면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어 마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경주 최부잣집. 부를 일구는 것은 어렵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것처럼, 부를 이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그렇게 부를 쌓으면서도 세간의 칭송을 받는 것이다. 사람들은 부자를 질시한다. 돈과 권력에는 그만큼 시샘하는 눈길이 따라붙는다. 그렇기에 부와 권력을 지닌 이들은 그 눈길을 피해 더 높은 곳으로 가고, 공고한 자신만의 성채를 짓는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지키려 한다. 황혜진이 쓴 책, 《경주 최부잣집은 어떻게 베풀었을까?》는 그와 반대로 절제와 중용을 실천하며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들 속에 머물렀던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읽기 쉬운 문체와 그림으로 담아냈다. 경주 최부잣집이 대를 이어 실천했던 부에 대한 철학, 진정한 명문가 정신이 녹아들어 있다. 최부잣집에는 여섯 가지 가훈이 있었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이는 부와 권력을 동시에 탐하지 말라는 경계였다. 부가 생기면 권력이 탐나고, 권력이 있으면 부가 탐나는 것이 인지상정이건만 부를 지키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양반 신분을 유지할 수 있는 벼슬만 하고 중앙 정계에 진출하는 큰 벼슬은 욕심내지 말라는 가르침이었다. 고위공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맹자의 진심장에 ‘농단’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익이나 권력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이익을 독점하는 것을 농단(壟斷)이라고 합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곡식을 가지고 와서 모피와 바꾸거나 또는 생선을 소금과 바꾸는 물물교환의 시장이 있었습니다. 이때 어떤 남자가 돈을 벌려고 진기한 물품을 가지고 와서 약간 높은 언덕의 깎아지른 곳[농단(壟斷)]에 자리를 깔았습니다. 그곳은 사방이 다 잘 보이는 자리여서 어떤 물건이 비싸게 거래되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지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이 남자는 농단을 차지하여 물건을 팔아 큰 이득을 얻었습니다. 농단은 언덕 농(壟)자에 끝단(斷)을 써서 언덕의 끝이라는 평범한 용어여서 그 말 자체에는 좋고 싫음의 감정이 들어있지 않지만 농단을 차지한 상인의 교활함을 이유로 불편한 말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와 소, 말 등은 원래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던 것들이지만 인간에게 길들기 시작하면 자연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새장에서 일생을 보낸 새가 하늘을 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지요. 집에 포메라니안 종의 강아지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놈은 같은 견종의 강아지보다 주인인 사람을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내가 허약한 가설 위에 지어 올렸던 환상의 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 후에는 무감각하고 밋밋한 평면이 덩그렇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가운데서- 어느 날 내가 기대했던 어느 것 하나가 환상이었음을 깨닫곤 한다. 복권을 사놓고 긴장된 마음으로 추첨 일을 기다렸다가 추첨이 끝나자, 주먹 안에 무참하게 뭉개진 종잇장처럼 그 시간까지 기대했던 꿈도 처절하게 뭉개진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꿈이 어느 때는 그저 생각만으로 지어 올린 가설과 논리들의 군상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다가설 수 없는 여러 색깔의 꿈의 반란을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꿈이 없는 삶이란 망막한 사막과 같다. 한 여자가 양계장에서 하루 일을 해주고 그 대가로 달걀 한 판을 받았다. 달걀판을 머리에 이고 부픈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큰 부자가 될 거라는 꿈을 꾸며 길을 걸었다. “이 달걀을 부화시키면 병아리 30마리가 된다. 30마리 병아리를 다섯 달 동안 잘 키우게 되면 그 닭들이 수많은 알을 낳게 되고, 그 알로 또다시 병아리를 부화시키면 닭은 엄청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때 바다에서 23번 싸워 23번 모두 승리한 불패의 영웅이란 사실은 우리 겨레로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중에서 한산도 해전, 명랑해전, 노량해전을 3대 해전으로 꼽지요. 한산도 해전은 남해를 돌아 서해로 올라오려는 왜군의 전략을 좌절시키고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한 데서, 명랑해전은 13척의 판옥선으로 133척의 왜군 함대와 맞서 절대적인 열세를 치밀한 전략과 울돌목의 지형을 이용하여 승리로 이끈 명 대첩이기에 3대 해전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노량해전은 잘 아시다시피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마지막 해전으로 이때 적선 200여 척을 격파하고, 100여 척을 나포한 최대 전과를 올렸기에 3대 해전에 들어갑니다. 이 가운데서 특히 한산도 대첩은 바다를 장악하고 호남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데서, 3대 해전에서 나아가 진주대첩, 행주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힙니다. 아니, 아예 임진왜란을 넘어서 을지문덕 장군의 살수대첩,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대첩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산도 대첩은 이에 더하여 학익진이라는 새로운 전술을 이용하여 정교하게 적의 수군을 포위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침마다 부부 함께 산길을 돌아내려 오는 산책길에 최근 달라진 것이 있다. 그것은 맨발로 이 길을 도는 분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주로 여성분들이고 남자도 있기는 한데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하얀 맨발로 조심스레 길을 걷는 분들이 더 자주 눈에 띈다. 우리 부부가 걷는 산책길은 북한산 둘레길 8구간 가운데서 은평 뉴타운 4단지 일명 폭포동아파트의 뒷길을 끼고 돌다가 안쪽 경사진 길로 내려오는 코스로 걷는 시간이 45분 안팎이라 아침 운동으로는 적절한 거리라 하겠지만 우리만 해도 신발을 신고 다닌다. 그런데 맨발로 올라오고 내려가는 분들이 점점 많아진다. 우리는 선림사 입구 쪽에서 먼저 산쪽 경사진 길로 올라갔다가 둘레길을 타고 내려오는 식으로 걷는데 우리 코스의 정상 부분에는 평평한 구간이 있다. 거기는 가는 입자의 흙이 많아 걷기에는 제법 안성맞춤이다. 또 경사가 급한 곳은 계단이 있고 계단에는 고무깔판도 있어 걸을 수 있다. 그렇지만 험한 구간도 많은데 여성분들이 용케도 이런 데를 맨발로 다니신다. 그것은 한 일간신문 스포츠 기자가 2년 전인가 처음 맨발걷기의 효과를 말하면서 말기 암도 고쳤다는 사례를 제시한 데 따른 현상일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역사가 필요한 날이 있다. 옛날에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보다 앞서 살다 간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지는 때가 있다. 신동욱이 쓴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그럴 때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지은이 신동욱은 자신의 삶에 놓인 수많은 문제 앞에서 고심하고, 또 노력했던 인물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 고민’은 늘 비슷한 것처럼, 똑같이 슬퍼하고 분노하며 기뻐하는 역사 속 그들을 보노라면 시대를 뛰어넘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가령, 책의 한 꼭지로 들어가 있는 제목처럼 ‘배신감과 복수심이 내 마음을 어지럽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성왕의 사례를 들려준다. 백제 성왕이야말로 신라 진흥왕에게 호되게 배신당한 인물이다.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배운 대로, 백제와 신라는 동맹을 맺고 고구려를 몰아낸 뒤 한강 유역의 땅을 수복했지만, 진흥왕이 갑자기 배신하면서 기껏 되찾은 한강 유역이 모두 신라의 땅이 되고 말았다. 한강 유역의 위례성에서 건국한 백제는 고구려에 빼앗긴 한강 유역의 땅을 되찾는 것이 누대에 걸친 숙원사업이었다. 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전에 낙성대역 근처 헌책방 앞을 지나는데, 책방 앞에 헌책을 쌓아놓고 한 권에 1,000원씩 팔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제가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그래서 쌓아놓은 책들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여러 권의 책을 샀습니다. 그중에 오세영씨가 쓴 3권짜리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있습니다. 1993년에 나온 소설이니 30년 전의 소설책이네요. 저는 전에 베니스를 여행한 뒤 여행기를 쓰면서 자료를 찾다가, 이 소설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사볼 생각까지는 하지 않다가, 이번에 헌책 더미에서 이 소설을 발견하고는 기쁜 마음으로 샀지요. 더구나 3권 합쳐 3,000원이면 공짜나 다름없는 것 아닙니까? 작가는 세 가지 별개의 역사 사실을 하나로 묶어 소설책을 냈습니다. 하나는 임진왜란 때에 이탈리아로 건너간 소년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 – 특히 정유재란 때 – 수 많은 조선인이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어른들만 끌려간 것이 아닙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끌려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끌려간 사람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노예로 팔려 갔습니다. 노예로 끌려간 많은 조선인들. 그들은 끌려간 곳에서 얼마나 많은 한숨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이 글에 앞서 서이초등학교 교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학교 교보재 준비실에서 지난 7월 18일 아침 10시 30분 안타까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였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또다시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다. 무너진 교권 앞에서, 앞으로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방황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교단에 서기까지 18개월 아이들부터 88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던 사람으로서, 지난날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신입 강사 시절, 한 유명 사립유치원에서 단체 수업을 하고 있는데, 유난히 말썽꾸러기였던 아이가 문밖에서 계속 수업을 안 들어오겠다며 장난을 쳤다. 그 아이만 신경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 필자는 수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다행히 아이는 교실에 들어와서 수업에 참여하였지만, 학부모 민원으로 이어져 호되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원장님은 그런 곤란한 상황에서는 다른 교사들이나 원장님께 도움을 청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때, 필자는 돌발상황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알게 되어 하나를 더 배웠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는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던 쿠바의 한 노인 산티아고가 거대한 청새치와 사흘 밤낮을 싸우고 마침내 고기를 잡아서 뭍으로 가져오지만, 떼로 몰려온 상어에게 고기를 빼앗기고 뼈만 가지고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산티아고는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고기를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는 청새치와 사흘 밤낮을 싸우면서도 고통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뼈만 남은 청새치 앞에서 그는 절대 좌절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기를 잡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다시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노인과 바다>는 단순한 어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의지와 용기,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희망을 주고 누구나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우린 스스로 운명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바다를 존중하며 자신이 자연 일부분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노인이 청새치를 잡는 초인적 행동은 어부의 존엄을 갖춘 데서 나옵니다. 소설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난 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