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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전략의 장 36회

조선병사와 백성의 주검에서 코를 베다니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금산성 전투에서 자네의 조부 고경명 의병장이 얼마나 훌륭했던지 일본인들도 감복할 정도였다고 하네. 거기서 고 의병장과 삼촌이 전사하셨지.”

“예.”

고진규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면서 억지로 대답했다.

“그 이듬해, 부친마저도 왜적과의 전투에서 그만......아, 이런 비극이 또 있겠는가.”

“장군, 으으흑, 억울하나이다. 분하여 살아갈 수가 없나이다.”

이순신이 젊은 혈기의 고진규를 가만히 드려다 보았다. 눈물로 범벅되어진 그의 얼굴을 어루 만져주었다.

 

   
 

“듣거라! 이제 그대가 의병장 고경명이다.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왜적들과 단판을 지었던 의병장 고경명이 이제 새파랗게 젊은 나이로 다시 돌아 온 것이다. 바로 네가 고경명 의병장 이니라! 봉기(蜂起)하여라!”

고진규가 벌떡 일어나더니 하늘을 우러르며 소리쳤다.

“고경명이 돌아왔다. 의병장 고경명이 왜적들을 응징하기 위해서 살아 돌아 왔도다!”

곽재우를 비롯한 전원의 가슴이 울렁거렸다.

“중봉 조헌, 의병장도 오셨구려.”

이순신이 전승업과 박정량에게 말하자 그들 역시 비분강개(悲憤慷慨)하여 소리쳤다.

“조헌 의병장이 이 자리에 왔습니다. 700명 의병의 넋을 모아서 우리가 왔습니다!”

이순신은 목이 메었다.

“잘 왔다. 모두 잘 왔어!”

고진규가 주먹 덩어리 같은 눈물을 연신 떨구었다.

“남원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소생은 약간의 의병들을 모아서 죽기를 각오하고 달려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장군의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이울은 곽재우와 오는 도중에 인편으로 고진규와 전승업, 박정량에게 서신을 띄어 이순신을 찾아오도록 했던 것이다.

“육전의 소식은 모두 들었다. 통분을 금치 못할 노릇이다. 그래서 우리가 반드시 여기서 적들을 저지해야 한다. 남해 바다 길을 사수하지 못하면 그들은 바로 서해를 타고 한양으로 진격할 것이다.”

전승업이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남원성을 사수하던 조선병사와 백성의 주검에서 코를 베어 일본의 히데요시에게 보낸다 하옵니다.”

박정량도 통분하여 울었다.

“그 숫자가 오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정녕 사람의 짓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목을 베어 전공으로 삼더니 이제는 코를 잘라 가다니요!”

 

   
▲ 조선인의 코를 베어가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운반하는 수레. 길가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와서 구경했다고 한다. (그림 한국화가 이무성)

   
▲ 정유재란 당시 조선인의 코를 베어다 묻고 무거운 돌덩어리를 봉분 위에 얹은 만행의 현장 교토 코무덤(사진 김영조 기자)

이순신은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가까스로 인내했다. 전쟁광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잔인무도함에 치를 떨며 이를 갈았다. ‘반드시 너에게 간다! 널 기필코 도륙(屠戮)하여 조선 백성들의 넋을 달래리라!’ 침묵이 흘렀다. 이순신을 비롯한 전원의 가슴에는 서슬 시퍼런 복수의 칼날이 번뜩였다. 정도령이 육전의 상황에 대하여 잠시 입을 열었다.

“이번 2차 침략의 주요 목표는 남해 해상과 호남에 있습니다. 따라서 히데요시는 10만 병력을 동원하여 우군총대장 모리 히데모도 (もうりひでもと)에게는 가토, 구로다, 아사노 군병력 5만을 투입, 전라도의 중심도시 전주를 공략하고 좌군총대장 우키타 히데이에(うきた ひでいえ)는 고니시, 시마즈, 하치스카 군 5만으로 남원을 함락시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