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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2권" 명량의 장 44회

[우리문화신문=유광남 작가] 가토 요시아키로는 혀를 찼다.

“이런, 구루시마, 완전히 얼어 버렸구나.”

“멍청아, 오죽하면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에 내가 5년간 골몰했겠냐. 비록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이 대목에서 도도 다카토라 (とうどう たかとら)가 끼어들었다. 그는 눈이 움푹 들어가 있었고 광대뼈가 튀어나왔으며 매부리코를 지니고 있어서 대체적으로 사나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마치 매일 화를 내는 사람 같았다.

“구루시마의 생각이 옳다. 가토는 신중하지 못해. 그렇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구루시마는 이순신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다. 가토는 그에 비해서 상대를 무시하는 경향이 많고. 그래도 승리가 우리 편인 것이 확실한 것은 이순신이 없는 조선 함대를 우리가 궤멸 시켰다는 점이지. 그런 의미에서 구루시마는 큰일을 해 낸 것이야. 이순신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통제사의 지위에서 물러나게 했던 것만으로도 대단힌 성과를 거둔 것이다. 가토는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 두는 것이 좋고.”

 

   
 

어쨌든 칠천량의 승리는 이순신이 없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수확임은 분명하지 않았던가. 가토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원균이란 작자는 한 참 모자랐어. 이순신에 비해서는. 어쨌든 이순신의 수군을 몰락시킨 공로는 구루시마인 것을 인정하지.”

구루시마의 목소리가 고함에 가깝도록 커졌다.

“날 인정해 달라는 것이 아니야. 우린 이제 이순신을 상대해야 된다고. 그것은 매우 중대한 싸움이 될 것이란 말이지.”

가토는 피곤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래서 어쩌자고?”

“우린 다시 전략을 꾀해야 하네. 어떤 전술로 이순신을 제압할 것인지를.”

“그러자고 모인 자리 아닌가. 그러니 어서 말 하라고.”

구루시마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가토의 빈정거림에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너 정말 내 손에 죽어볼래?”

회의석상에서 한 마디 말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와키자카 야스하루(わきざか やすはる)가 탁자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대승을 거두고 왜들 이러시나? 이제 남은 잔당들을 일거에 박살내고 서해로 진출해야 하지 않겠소? 이순신이 다시 복귀했다 하여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을 것이요. 설사 있다 한들, 우리에게는 구루시마, 귀하가 있으니까 됐소!”

“내가 음모를 획책한 것은 이순신을 정면으로 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요. 부끄럽게도!”

“하여간 이순신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사실이 아닌가. 더 이상 흥분하지 말고 방안을 내 보게나.”

이들이 다시 회의에 몰두 하려고 할 때 전령이 급하게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