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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비비 등장

 

   얼씨구? 양반님들

   왜 죄다 꽁무니냐

 

   원양반은 혼비백산

   초라니는 쥐구멍찾기

 

   모양은 저래도 저기

   암행어사 출두인가?

 

   머리는 뿔 달린 괴수(怪獸)

   몸은 사람 형상

 

   얼룩덜룩한 걸 보니

   표범 껍데기 쓴 듯한데

 

   누구요? 어사 출두하였으면

   마패를 보이시오

 

 

 

 

<해설>

 

제3과장에 들어오면 장면이 바뀌어 비비란 친구가 등장한다. 비비는 상상 속 반인반수(半人半獸)다. 「말뚝이 가라사대」는 두 번 오페라로 공연되었다. 한 번은 2022년 1월 20일 진주에서, 두 번째는 2022년 7월 9일, 부산 ‘을숙도 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었는데, 그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비비 등장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오광대놀이는 양반이 판을 깔아주기도 하는데, 그때 은근히 양반을 놀리고 징치하는 모양도 짐짓 모른 척 눈감아 주는 미덕이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말뚝이와 비비가 아니겠는가. 물론 말뚝이는 은근슬쩍 말로 몸짓으로 꼬집고 하지만 비비는 직접 몸으로 부딪고 쫓아가고 윽박지르며 징치한다.

 

하긴 알량한 자존심으로 아랫것들 쥐어박고 갑질하고 난리 치니 이 양반을 징치할 누군가가 필요했것다. 그래서 등장하는 이가 비비인데, 머리에는 뿔이 달렸고, 얼굴은 얼룩덜룩하고, 몸은 사람 형상을 한 반인반수(반은 사람이요 반은 괴수)라.

 

갑자기 마당은 조용했다가 득달같이 몰아치며 장면 전환치고는 상당히 수상쩍다. 그동안 마당은 역동적이지 않았다. 덧배기춤으로 품격 있는 마당을 이어갔는데, 갑자기 이리 들썩 저리 들썩하며 양반을 징치한다. 이에 양반은 꽁무니 빼고 난리다. 이 시집에서는 양반춤으로 드러나는 것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여 재담으로 풀어내었지만, 실제 고성오광대에서는 이런 재담은 없고, 춤으로만 보여준다.

 

거기다 백에 하나 모자란 아흔아홉 사람을 잡아먹었으니 이제 단 한 놈만 잡수시면 천상으로 올라간다고 하니 우리 양반님 어찌 똥줄 타지 않겠는가. 혹시 어사또가 변복하여 이 몸을 치러 왔는가, 지은 죄 많으니 어찌 겁나지 않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