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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별리의 장 37회

[그린경제=유광남 작가]  “그 자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김충선은 쉽사리 이순신의 곁에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개벽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이순신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내가 이 어려운 시기에 종적을 감췄다면......?

“어쩌면 그는 여진으로 날 찾아 떠났는지도 모르겠군.”

오표의 안면에 놀라운 신색이 떠올랐다.

“이순신과 김충선이 전일 새벽에 집을 나서며 땅바닥에 낙서를 했다는 것이......”

“왜 아니겠는가? 만일 그들이 행동한다면 우리가 절대 필요할 터이지.”

“그럼 공주께서는?”

“마다하기에 너무 깊이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오표!”

깊이 들어와 버렸다는 뜻은 무엇일까? 그러나 오표는 짐작하고 있었다.

“칸께서 용남하시리라 생각하시옵니까?”

일패공주는 서늘한 시선으로 오표를 응시했다.

“용호장군이 반대하실 이유 또한 없으리라.”

여진을 통일시킨 누르하치(愛新覺羅 努爾哈赤)는 명나라로부터 여진수령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용호장군(龍虎將軍)의 직함을 하사받았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여진은 명나라와 조선이 일본에 대항하여 전쟁을 치루는 동안 부락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일사불란한 군대로 탈바꿈 시켰다. 또한 여진이란 호칭을 만주(滿洲)로 바꾸었다. 만주는 만주인 출신을 의미하나 그 당시 여진사회에 깊이 뿌리 박혔던 문수보살(文殊菩薩) 신앙으로 ‘총명한 사람’을 뜻하기도 했다.

“귀국하실 예정이옵니까?”

“내 결심은 변함이 없다.”

순간적으로 오표의 안색에 그늘이 졌다. 하지만 그는 표시내지 않기 위해서 기를 썼다.

“서두르셔야 할 것입니다.”

일패공주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만주로 가는 길은 내가 전문이지 않은가. 하루, 이틀 쯤 뒤진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

봄바람 같은 미소가 오표를 괴롭게 했다. 일패공주를 측근에서 모신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녀와 더불어 무술을 배웠고 말을 탔으며 조선으로 침투까지 함께 했다. 생사의 동지이며 만주족을 통치 하는 주군의 큰 딸이었다. 누구보다도 총명하고 담대한 여인이었다. 누르하치의 거대한 야망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공주가 조선의 한 사내에게 몰입되어 가는 것을 오표는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디로 갔습니까?”

고작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 오표는 자신이 비참하기까지 했다.

“풀어주었다.”

일패공주는 담담하였다.

“장예지가 다시 김충선을 찾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현명한 여자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지. 사랑하는 사람의 길목을 막는 짓을 할 사람은 없다. 그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지.”

오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렇군요.”

“장예지는 더 이상 우릴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을 거야.”

 
** 유 광 남 :   

   
 
서울 생으로 대중성 있는 문화콘텐츠 분야에 관심이 있으며 특히 역사와 팩션 작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에서 스토리텔링을 5년 간 강의 했으며 조일인(朝日人) ‘사야가 김충선(전3권)’ 팩션소설 ‘이순신의 반역(1부)’ 등을 출간 했다. 현재 '스토리 바오밥'이란 전문 작가창작 집단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