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5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풍운의 장 69회

[그린경제/얼레빗 = 유광남 작가]  김충선이 화살을 사용하여 독수리를 사냥하겠다고 나서자 일패공주는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김충선이 비범한 무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화살은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 그가 백발백중 명중률을 자랑하는 것은 화승총이었다.

당신은 화살에도 자신이 있다는 건가요?”

다만,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

너무 무리한 청을 수락하는 건 아닌가요? 지금이라도 철회를 하는 게 어떨까요? 홍타는 아직 어리고, 비교적 내 말을 잘 듣는 편이니 다른 것으로 인정받으면 되지 않겠어요?”

일패공주는 진심으로 김충선을 염려하고 있었다.

장부의 말 한 마디는 그것으로 족하오.”

자칫 대업을 망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녀는 김충선과 부친 누르하치가 혹여 대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것을 두려워하는 모양이었다.

공주의 조언을 듣고 보니 내가 경망되게 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니 만일 실패 한다면 나 또한 개벽의 대업을 망가뜨린 죄인으로 목숨을 담보해야 할 것이요.”

무서운 말이었다. 이번 일로 만일 여진의 칸을 만나지 못하는 일이 발생 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내 놓겠다는 말이 아닌가. 다시 말해서 김충선은 죽기를 각오 했다는 것이었다. 일패공주는 아연한 심정이 되었다.

장부의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까?”

개벽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워서 하는 말이외다.”

패륵은 그들의 대화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나이였으나 홍타이시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들의 심각함을 예사로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홍타이시는 악동의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날 감동 시키지 못하는 위인이라면, 대업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해.”

김충선은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불과 다 섯살 정도 됨직한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단 말인가? 무서운 총기를 지니고 있구나.’

패륵은 이미 김충선의 화승총 솜씨에 반했던 터라 홍타이시에게 불만을 토해냈다.

홍타, 넌 지금 누님의 귀빈에게 계속 무례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냐?”

내가 뭘요?”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 내 눈에 몹시 거슬린단 말이다.”

난 오랜만에 돌아오신 누님이 우리들보다도 손님에게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거슬려서 그렇소. , 무엇이 잘못이요?”

당돌하다 못해 당황스러운 홍타이시의 말에 일패공주가 깜짝 놀랐다.

홍타, 그건 아니지.”

누님은 변명하지 말아요. 내가 이미 느껴 버렸으니까. 나는 내 느낌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칸처럼!”

일패공주 역시 홍타이시의 영악하고 조리 있는 말투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녀 역시 오랫동안 여진을 떠나 있었기에 홍타이시의 존재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홍타이시가 누루하치의 여덟 번째 왕자로 탄생되어 그 총기가 남다르다는 것을 들은 적은 있었다. 어쨌든 일패공주와 김충선은 금일 제대로 임자를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