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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1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기자]마침 명나라 원군이 도달해 있으니 병사들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나 그들과의 연합전략이 승패를 가르지 않을까 싶소이다.”

명나라는 일본과의 화의(和議)가 이루어지지 않자 대규모의 병력을 조선에 파병하고 있었다. 권율의 미간에 엇박자가 나고 있었다. 불만의 여지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명군은 천군(天君)이라 하여 오만하고 무례하지요. 그들에게 당당한 조선의 기개를 확인시켜 주고 싶으나 우리의 힘이 극도로 미약하니 억울한 상황이 종종 벌어집니다.”

내 어찌 모르겠소이까.”

서애 유성룡은 노기가 끓고 있는 권율을 다독여 주고 있었다. 명나라 장수들과 군사들의 행태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는 보고를 이미 받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특별한 묘안은 없었다. 다만 명나라 장수에게 명군의 패악(悖惡)에 대한 경종(警鐘)을 정중히 요구할 뿐이었다.

명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조선의 전쟁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조선에 유람을 온 유람객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아니 차라리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어떤 때에는 일본군보다도 더 극심한 만행을 양민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권율의 하얀 수염이 형용할 수 없는 노기로 인해서 뻣뻣하게 굳어졌다. 조선이 일본과 명나라에 유린당하는 모습을 노장군은 인내하기가 괴로워 보였다. 유성룡 역시 비감한 어조였다.

나 또한 이러한 편지를 늘 가슴에 품고 다니오.”

유성룡이 꺼내 놓은 서신의 내용은 명나라 군사들을 조선에 유지시키기 위해서 군량미가 바닥이 나는 바람에 조선의 군사들이 굶주리고, 조선의 병사들을 더 이상 양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인정합니다.”

권율은 비분강개(悲憤慷慨)한 어조로 고개를 떨궜다.

도원수, 명나라의 전쟁이 아니라 조선의 전쟁이라 하시었소?”

그렇소이다.”

허면, 우리 스스로 조선을 사수할 수 있는 자주국방(自主國防)이 가능하오?”

유성룡의 예리한 질문에 권율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게도......자신할 수 없습니다.”

참담하지만 이것이 현실이요.”

국록을 먹는 신하로써 죄스러울 뿐입니다.”

왕실의 난리와 백성의 난리가 어찌 다른 줄 아시오?”

서애 유성룡의 눈에서 붉은 기운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권율은 그 시선이 이상하게 두려웠다.

난리에 경중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백성의 난리는 굶주림에 있고, 왕실의 난리는 권력의 존립에 있소.”

도원수 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란 중에 굶주려 죽은 백성의 숫자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지요.”

백성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난리를 경험하오. 그들에게 있어 나라란 무엇이요? 굶주린 백성을 구휼(救恤)하고, 병 든 백성을 치료하고, 땅을 경작(耕作)하게 하고,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철저히 생명을 보호해야만 하는 것이요. 그것이 이 나라가 해야 할 백성에 대한 사명이요. 왕권만을 수호하는 것이 나라가 해야 할 사명이 아니란 말이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