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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2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유성룡의 목소리가 갈라져 피가 토해질 것만 같았다. 권율은 조선의 권력가인 영의정 유성룡이 평소와는 어딘가 모르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성룡의 열변에 대하여 권율은 부인하지 않았지만 조선의 장군으로 답변했다.

왕실을 수호하는 것이 나라를 보존하는 것이고, 그 길이 백성을 위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백성과 왕권, 나라를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을 듯싶습니다.”

서애 유성룡은 서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권율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노장군 권율의 기개가 아직도 눈가 주변에 푸르게 자리하고 있었다.

도원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소. 이제 다시 일본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특히 수군이 문제외다. 아시고 있지만 현재 삼도수군을 통제하는 장수는 원균수사요. 그가 이 나라 조선과 백성을 구명할 수 있는 장수로 여기고 계시오?”

유성룡의 표적이 거기에 있었던가.

원균장군이 미덥지 않으신 것입니까?”

아니요. 난 그를 훌륭한 장수로 여기고 있소이다. 용맹하고 충성심이 강한 조선의 장군이지요. 하지만 이순신장군이 지키는 바다는 평화롭게 느껴지고, 원균장군의 바다는 종잡을 수가 없으니 그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도원수 권율도 인정했다.

이수사의 바다는 안정적입니다. 원수사의 바다는 불안전한 것이 또한 사실이지요. 그러나 조선 조정은 원균장군을 선택했습니다.”

어명이었습니다.”

왕명을 누가 거역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순신장군은 백의종군의 신분이고, 우린 원수사를 신임해야만 합니다.”

아니요.”

유성룡은 나지막하게 읊었으나 도원수 권율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렸다. 아니라니? 현직의 삼도수군을 총괄하는 원균을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원균의 역량이 이순신에 비하여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으나 도원수 권율은 유성룡의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라 하시면......?”

도원수는 반드시 왕명을 따라야 한다고 믿소?”

네엣?”

영의정 유성룡의 입에서 이런 도발적인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도 하지 못한 권율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역시 평상시의 유성룡과 지금의 유성룡은 달랐다.

이순신은 어명을 거역했소. 물론 그래서 삭탈관직을 당하였고 지금은 백의종군의 신세로 전락했소이다. 하지만 만일 그가 어명에 따라 행동 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으리라 생각하오?”

권율은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이 어명을 거역한 죄로 한양으로 압송 당하게 된 경위를 잠시 생각해 봤다. 그것은 일본 측의 간교한 계략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일본의 제1군으로 임진년에 조선을 유린했던 가토의 군대가 부산으로 이동하니 중간에서 가토의 함대를 공략하라는 어명이었다. 이것은 일본 측에서 파 놓은 함정이었다. 이순신은 일본의 교활한 전략임을 간파하고 함대의 이동을 거절하였다. 임금의 명령을 감히 거역한 것이다. 그것은 반역죄와 다름이 없었다. 권율은 씁쓸한 말투로 내뱉었다.

이순신 함대는 위기에 봉착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