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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4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조선의 전 영토가 사지입니다. 지금도 가토의 군대가 부산을 재침하여 북진하고 있으며, 고니시의 군대는 웅천으로 상륙하였소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의 수송선단이 바다를 넘어오고 있는 형국이요. 한시가 급합니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소이다.”

서애 유성룡의 간곡하고 비장한 어조가 도원수 권율의 심기를 자극하였다. 이제 물러설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도원수 권율이 입술을 악물었다. 


* * * 

여진이다.”

선조의 얄팍한 입술을 비집고 나온 단어는 선전관 조영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전란이 재개 되었는데 갑자기 여진을 다녀오라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은 대목이었다. 의금부에서 풀려난 후 사흘 만에 강두명의 안내를 받아 은밀히 선조를 알현한 자리였다.

여진에 누구를 만나란 어명이시옵니까?”

선조는 순간적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다시금 머릿속을 정리했다.

김충선이란 작자가 이순신에게서 떨어져 나가 종적이 묘연하다. 이놈이 대관절 어디에 무엇 때문에 종적을 감춘 것일까?’

상감마마, 소인에게 어서 명을 내려 주소서.”

선전관 조영은 재촉했다. 여진은 사실 위험한 변방이었다. 그곳을 반드시 가야 한다면 생명에 대한 보상과 보장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영의 눈동자가 바쁘게 굴러갔다. 선조가 문득 내뱉었다.

김충선이란 자를 아느냐?”

조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수표교에서 만난 적이 있던 수려한 용모의 사내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어디론가 끌려가서 이순신의 장계에 대한 문초를 당했던 공포의 기억이 새삼 생생했다. 그 인물이 일본에서 투항한 항왜 장수 김충선이란 사실을 들은 것은 의금부에 감금되어서였다.

이순신의 장계를 추적했던 바로 그 자이옵니다.”

아마 그는 여진에 있을 것이다.”

선전관 조영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가 어째서 여진에 있단 말인가?

반드시 그 곳에 있을 것이다.”

선조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떤 가능성이라도 파헤쳐야 직성이 풀릴 것이었다. 이순신과 김충선이 동시에 벌렸던 낙서는 단순한 낙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이 선조의 판단이며 예감이었다. 더구나 은밀히 내사를 지시했던 윤자신 역시도 별 소득이 없는 마당이었다.

김충선을 추적 하라는 말씀이옵니까?”

그 자에게 그대는 빚이 있지 않느냐?”

반드시 죽음으로 갚아줘야 마땅할 빚이 있는 것은 사실이옵니다.”

그가 여진을 방문한 목적을 알아 내거라. 아니라면 추포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척살하여도 좋다.”

선조의 용안이 일그러졌다. 잔인함이 엿보이는 입가에는 실 날 같은 살기가 흉악한 뱀의 독기처럼 뿜어졌다.

그 작자의 무용이 평범하지 않다고 사료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