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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5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선전관 조영은 이미 당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조심성 있게 선조에게 아뢰었다. 선조는 다소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과인이 그만한 안배도 해놓지 않았겠느냐?”

“하오면......?”

“강지평에게 방책을 묻도록 하라.”

선전관 조영은 머리를 조아렸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러나 여진은 먼 길 이옵고 조선과는 왕래가 없는 적국이옵니다. 신이 목숨을 걸고 어명을 받들고자 하오니, 부디 성상께옵서는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선조의 입가에 비릿한 실소가 흘러갔다.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신하된 몸으로 감히 어떠한 요구를 올릴 수 있겠나이까. 그저 헤아려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올 뿐이옵니다.”

“당상관으로 임명해주마.”

당상관이라 함은 정 3품의 이상 품계로 중앙 정치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는 고위 벼슬이었다. 조영의 품계에서 적어도 세 단계 위로 승차하는 기회였다. 조영은 재빠르게 성상을 우러르며 목청껏 외쳤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 * *

 

조영이 마주 친 사내는 첫 눈에 봐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강두명이 소개한 장본인은 바로 오표였다.

“여진을 아는가?”

오표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잠시 망설였다. 여진은 그의 뿌리였고 생명이며 조국이었다. 하루도 잊은 적이 없는 고향을 선전관 조영이 잘 아느냐고 물었다. 오표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곳은 모릅니다.”

“나 역시 모르네. 하지만 우린 그곳을 가야만 해.”

강두명이 슬며시 끼어들어 설명했다.

“밀명이 떨어졌어. 김충선과 이순신의 낙서를 상감께서는 심각하게 받아드리고 계시네. 자취를 감춘 김충선이 여진에 있을 것으로 확신을 하고 계시지. 물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지만 난 그 자가 여진에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는 않아.”

오표는 조선의 왕 선조의 직감에 내심 탄복하고 있었다.

‘하나의 낙서를 그냥 무심히 여기지 않고 있었다니, 과연 선조다운 것이 아닌가. 조심성 많으며 철저한 본능적 위기를 감지하고 있는 왕답다.’

선전관 조영이 명나라로부터 들여왔다는 죽엽청주를 한 사발 그득 따라 오표에게 내밀며 시선은 강두명을 향하였다.

“김충선의 행방이 여진에 없다면 그는 당연지사 이순신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데 이순신과 반목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것이...... 확인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진으로 가야 할 이유로는 마땅하지 않습니다.”

“오랑캐의 조선 침략을 방비하기 위해 자진하여 북방으로 떠난 것인지도 모르잖은가.”

“왜적의 침략이 더 급한 게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