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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7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조영의 입 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 역시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는 무언의 항의였다.

어명을 그런 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야.”

선전관 조영은 그래도 상전인지라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강두명이 돌연 화제를 돌렸다.

김충선은 대단한 희귀종이요.”

조국을 배신한 작자이니 당연 희귀종이지.”

그가 일본을 거역하고 조선에 투항한 연유를 혹들 아시오?”

오표의 질문에 대하여 사헌부 지평 강두명과 선전관 조영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김충선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다만 왕 선조가 그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었고, 이순신과 더불어 지난 수 년 간 적지 않은 무훈을 세워 자헌대부란 종 2품의 관직까지 올랐다는 정도였다.

그것은 알지 못하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굉장한 독종이지.”

선전관 조영은 김충선에게 납치되어 혼이 나갈 정도로 곤욕을 치룬 기억을 떠올리며 새삼 몸서리를 쳤다.

그랬었군요. 선전관께서는 그와 면식이 있는 것이군요.”

그 자가 날 핍박한 적이 있었지. 하지만 난 엄연히 조선의 관리로 그따위 겁박에 넘어갈 리가 있었겠나? 그 때문에 성상께서 나의 강직한 행동에 감복하시어 오늘과 같은 어명을 암암리에 내리신 것일세.”

조영은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뱉어냈다. 강두명은 내심 혀를 차면서 오표에게 말했다.

김충선이 항왜가 된 것은 조국 일본을 배신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으리라 짐작되네. 그렇지 않고서야 제 정신이 존재하는 놈이 투항을 했겠나?”

그 자를 죽이기 전에 반드시 내막을 들어보고 싶군.”

오표의 한 마디에 강두명과 선전관 조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표가 마음을 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왜 그런 자의 변심에 관심을 두는 것인가?”

어떤 이유가 있어야 조국을 배반할 수 있는가를 알고 싶어서.”

자네에게도 그럴 사정이 있는 것인가?”

? 내가 순왜(順倭)라도 될까봐?”

오표, 농담이 지나치군.”

선전관 조영이 참견했다.

순왜라고 하면 조선인으로서 일본 놈 앞잡이가 된 놈들을 말하는 거겠지. 그것은 근본도 모르는 무식한 상놈들이 저지르는 행위 아닌가.”

오표는 조영의 말을 무시했다.

항왜가 된 김충선은 일본군 장수였소. 그냥 천민 상놈이 아닌.”

하지만 분명 동기가 있겠지.”

난 그걸 알고 싶은 거요.”

그러게. ? 무엇 때문에 그런 것이 궁금한 것인가?”

오표는 사색에 잠겼다.

한 사내가 조국을 배반 했을 때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독백처럼 흘러나온 어조에는 비장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표의 이러한 태도를 선전관 조영과 지평 강두명은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