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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88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이런 빌어먹을 놈! 정신세계가 약간 까다로운 작자를 만났구나. 칼솜씨가 아주 비범하다 하니 내 참는 바이다.’

조영은 어딘가 모르게 오표가 불편했다. 강두명이 굉장한 칼잡이를 소개해 주겠다고 하여서 오표를 만났을 뿐이었다. 상대가 조선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사이며 그의 수하들 역시 무섭게 칼질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칼솜씨는 고사하고 해괴한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채비를 하고 자하문 밖에서 대기 하도록 하지요.”

오표는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조영은 내심 술맛이 떨어져 가던 차에 상대가 먼저 일어나자 옳다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이틀 후에 출발이요.”

묘시(=오전 5시에서 7)에 보시지요.”

오표는 다소 냉랭한 어조를 꺼내며 주막을 나섰다. 강두명이 그 뒤를 부랴부랴 따랐다.

장도에 오를 몸인데 오늘은 마음껏 취하는 것이 어떤가? 왜 이리 서두르시는가?”

술 맛이 별로야. 저 늙은이하고는.”

하지만 주상 전하의 밀사일세. 자네가 내금위에 오를 수 있는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위인이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알겠으나 자네의 목적을 잊지 말게나.”

강두명의 충고에 대하여 오표는 새삼 자각하게 되었다. 선전관 조영에게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간자로써 치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며 실수였다.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들로써 절대의 금기였다. 어디서 이런 허점이 노출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던 오표는 그것이 한 여인에게서 기인된 사실임을 깨달았다. 일패공주. 그녀가 김충선의 뒤를 따라 조선에서 여진으로 떠난 후부터 오표는 허점이 많은 사내로 돌변해 있었다.

빌어먹을!’

오표는 누구를 향해서인지 모르지만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울화가 치솟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두명은 그저 쥐새끼 같은 눈알을 굴려대며 말했다.

내금위장에 오를 준비만 하면 되는 거요. 김충선을 제거하면 그리 될 것이오.”

그가 여진에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확신하오? 상감의 추측으로?”

내 눈으로 그 작자와 이순신의 낙서를 확인했으이. 그들이 왜 여진을 땅바닥에 긁적였는지......그 꼭두새벽에. 필경 연유가 있을 것일세.”

상감은 어찌 판단하시는가?”

강두명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내게 하명하신 것이 바로 여진을 들먹인 곡절을 반드시 찾아내라는 것이지. 그리고 김충선을 없애버리라는 것이고. 자네는 혹시 짐작 가는 것이 있는가?”

나와 같은 칼잡이가 어찌 구국의 장수들이 생각하고 있는 의중을 알 수 있겠는가?”

사헌부 지평 강두명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구국의 장수라고 했나?”

오표는 아차 싶었으나 공연히 물러서는 것이 상대방의 의심을 산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었다.

이순신과 김충선은 조선 백성들과 군사들에게 놀라운 지지를 받고들 있지 않은가. 이순신의 함대는 무적함대로. 김충선의 조총의병은 무패의 전적으로.”

강두명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들은 운이 좋았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