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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91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숙부님, 원균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 후 제일 먼저 자행한 업무가 바로 숙부님의 측근들을 모조리 제거하는 일이였습니다. 병선의 제조 달인 나대용, 바닷길의 전문 길잡이 이몽귀, 천자포, 지자포, 함포 사격의 명사수 최대성, 함대의 살림꾼 정경달, 무적 돌격대장 송희립, 함선의 중요 전략가 이순신 등이 모두 배척당했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요.”

“그것은 당연한 처사가 아니겠느냐? 원균장군 역시 자신이 총애하는 장수들을 임명하여 진영을 재정비했겠지.”

이분은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순신에게 항의했다.

“그들 전원은 삼도수군의 대표적인 무적무패(無敵無敗)의 전사들입니다. 물론 당연히 저는 통역관이니 제외하고요.”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고 다시 함대의 용사로 복귀될 것이야. 그토록 훌륭한 장수들을 한 사람이라도 잃는다는 것은 조선으로서는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조카 이분의 울분을 조용한 어조로 달래주었다. 문득 제일 어렸으나 기골이 장대한 이완이 물었다.

“혹시 원균장군을 도우시겠다는 것이 우리 측근 장수들을 다시 기용해 달라는 청탁을 하시려는 것인지요?”

아직 나이가 어렸으므로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이순신은 이해했다.

“아니다.”

이번에는 큰 아들 이회가 입을 열었다.

“아니시라면 어떤 의도로 원균장군과 대면하시려는 겁니까?”

“회야? 넌 내가 아직도 어제의 삼도수군통제사였던 이순신으로 보이는 것이냐?”

이순신의 눈빛은 사뭇 달랐다. 평소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신념과 의지가 담겨 있는 형형한 안광이었다. 이회의 가슴이 천 길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는 느낌이었다. 이순신은 이미 원균과 경쟁을 하던 일개 장수로의 신분이 아니었다. 비록 어떤 벼슬도 없는 백의종군의 처지였으나 그는 분명 어제의 이순신은 아니었다.

‘새로운 하늘을 열고자 하시는 아버님이시다.’

이회는 부친 이순신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송구하옵니다. 소자가 우둔하여 아버님의 대의(大義)를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권율과 원균 사이에서 벌어졌던 사단을 급히 달려와 알려줬던 조카 이분은 이순신의 반응은 물론이고 이회의 태도에도 어리둥절했다. 그는 사실 이순신이 꿈꾸고 있는 대업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 바가 없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완이 슬며시 그의 도포자락을 잡아 당겼다.

“왜?”

이완이 형 이분을 한 구석으로 끌고 갔다.

“숙부님이 드디어 천명(天命)을 받들기로 하셨어.”

이분은 처음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였다. 그는 잠시 눈을 껌벅 거리다가 점점 더 경악의 표정으로 변해갔다. 이완의 말귀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사......실이냐?”

이완은 고개를 끄덕여 확인 시켰다. 이분은 심장이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 숙부인 이순신이 선조의 악랄한 시기심에 희생되어 의금부에 감금되고, 오직 죽음만을 목전에 두고 있을 때 이순신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얼마나 가여워 했던가. 조선의 왕이란 자가 백성을 버려둔 채 조국을 팽겨 치고 명나라로 도주하려고 했음을 알고 난 후 이분은 자신이 조선의 백성이란 사실에 비통해 했었다. 그리고 내심으로 얼마나 애끓는 절규를 하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