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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95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이런 건방진 작자가 있나? 어느 안전이라고 그런 돼먹지 않은 수작을 벌리는 것이냐? 살고 싶지 않은 것이지?”

정도령이 싱긋 웃었다.

장군의 천명을 도와드려서 개벽의 대업을 완수하고자 달려온 사람에게 너무 무례한 언사가 아니요?”

이순신을 비롯한 일행은 전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순신의 대업에 대해서 정도령이란 작자가 어떻게 알고 있단 말인가? 역모(逆謀)는 왕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가장 위중한 죄목으로, 발각 당하게 되면 삼족(三族)이 멸문을 당하는 위험천만한 음모였다. 외부에 알려지는 날에는 참혹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완의 칼이 섬광처럼 빠르게 출수 되었다.

정체를 밝혀라!”

칼은 어둑해지는 저녁노을의 희미한 빛을 반사하며 싸늘한 감촉을 정도령의 목에 안겨 주었다. 그 칼은 예리 했고 무정한 살기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정도령이라 자처한 선비는 놀랍도록 태연했다.

난 이미 여러 가지 내용을 전달했소. 성명을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정도령이라 불러주길 희망했고, 나이도 어느 정도 세상의 이치를 알 만 할 정도는 되었고. 무엇보다도 장군의 천명에 참여 하고자 이 자리에 나 온 것이요.”

이회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누가 보낸 것이냐? 장군을 음해하기 위해 온 것인가?”

하하하, 이 정도령이 그런 종류의 위인으로 보여 졌소?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들을 위해 나서는 것은 짐승과 다름이 없는 거요. 난 천생 인간이요.”

이순신은 정도령의 태도에 많은 의혹을 지니고 있었으나 본래의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정도령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장군.”

나의 천명에 참여 하시겠다고요?”

그것은 장군과 소생의 운명입니다.”

운명이라고 하였소?”

아니라면 소생이 어찌 장군을 몸소 방문하여 천기를 누설 할 생각을 하였겠소이까.”

정도령은 마치 세속을 등지고 초야에 은둔하는 선각자(先覺者)처럼 조용히 대답하였다. 그때의 음성은 사람의 것이 아닌 것 만 같았다. 고요하면서도 진지하였고, 진지함 가운데 듣는 사람에게 호감을 안겨주는 다정다감함이 서려 있었다. 용모뿐만 아니라 목소리와 억양이 정갈하여 듣고만 있어도 감동이 전해졌다. 이순신과 그 측근들은 이러한 사람은 실로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만일 젊은 신선(神仙)이 존재 한다면 이런 사람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사람, 이순신을 방문한 까닭이 무엇이요?”

장군의 역행(逆行)을 방지 하고자 왔소이다.”

나의 역행을 방지한다?”

장군은 지금 원균수사를 구하러 가시려는 길이 아닌지요?”

정도령에 대한 의문과 놀라움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순신은 그래도 차분함을 유지하였다.

그것이었소? 천기누설이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