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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대업의 장 95회

[그린경제/얼레빗=유광남 작가] 원균수사를 그대로 두십시오.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하늘의 순리와 이치를 따르셔야 합니다.”

정도령이 설명하자 이순신은 반드시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되겠소?”

정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순신은 말을 돌리지 않았다.

원균장군이 무모하게 출전을 감행하게 된 것은 도원수 권율장군의 징계에 의한 것이라고 하오. 적군과 대치하는 일선의 장수에게 곤장 형을 가하는 예는 들은 바가 없소. 내가 알고 있는 권율 도원수는 그리 경솔한 분이 아니시오. 어찌된 영문인지 정도령은 아시오?”

이순신은 조카 이분을 통해서 도원수 권율과 삼도수군통제사 원균 사이에서 벌어진 사태를 보고 받았으나 이번에는 정도령에게 직접 물었다. 정도령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면 분명 진상을 꿰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과연 정도령은 이순신의 의도대로 명확하게 요지(要旨)를 전달하였다.

영상이 권율장군에게 청하였지요.”

서애대감이요?”

그렇습니다.”

한양에서 전갈을 보냈습니까?”

도원수부로 직접 방문하셨습니다.”

어명이었습니까?”

아니었습니다. 영상의 개인적 판단이었습니다.”

영상께서 왜 그런 무리한 수를 두신 것입니까?”

정도령은 이순신의 얼굴을 찬찬히 드려다 보며 입술을 떼었다.

이순신장군을 위해서였습니다.”

이순신의 뇌리에 하나의 종이 커다랗게 울리는 듯 착각이 들었다.

나를 위해서 라고요?”

소생이 판단하기에는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습니다.”

원균장군을 전선으로 급히 내보내는 것이 어째서 나와 관련 있다는 것입니까?”

정도령은 말을 아꼈다.

원수사가 망해야 장군의 시대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아아!”

이순신의 입에서 탄식이 튀어 나왔다. 서애 유성룡이 행동을 했다는 것은 너무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순신의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서 유성룡은 반드시 필요한 후견인이었다. 역시 그는 이순신에게 언제나 믿음을 주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이 탄성을 토해낸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고맙소. 정도령, 이제 내가 원수사를 독대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소이다.”

이순신은 그 말을 끝으로 서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들과 조카,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 날 밤은 맑은 하늘이었고 별이 바람에 스치는 여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