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9 (일)

  • 맑음동두천 14.3℃
  • 맑음강릉 24.0℃
  • 맑음서울 17.2℃
  • 맑음대전 16.2℃
  • 맑음대구 16.6℃
  • 맑음울산 15.5℃
  • 맑음광주 17.2℃
  • 구름조금부산 17.6℃
  • 맑음고창 ℃
  • 맑음제주 17.6℃
  • 맑음강화 13.7℃
  • 맑음보은 14.0℃
  • 맑음금산 14.0℃
  • 맑음강진군 12.8℃
  • 맑음경주시 13.1℃
  • 구름조금거제 13.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소설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 군주의 장 114회

[한국문화신문 = 유광남 작가]

“배설우수사!”

이순신이 배설의 판옥선으로 다가가서 소리쳤다. 초췌한 몰골의 배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장군?”

“어떻게 된 것이요?”

배설은 마치 지옥이라도 다녀 온 사람처럼 진저리를 쳤다.

“우리 함대는 전멸했소.”

전멸이란 말에 이순신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이 함대는 대업을 성취해야 할 막중한 함대였다. 조선을 수호하고 일본을 유린해야 할 함선이었다. 그런데 전멸이라면? 이순신은 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생존한 함선이 그럼......?”

“우리들 뿐 이요.”

130여 척이 출전하였는데 살아남은 함선이 고작 10척이라니! 이순신을 비롯한 개벽의 장수들은 눈앞이 캄캄 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송희립이 울분을 토해냈다. 배설은 몹시 지쳐보였다.

“칠천량(漆川梁)에서 적들은 사방으로 조여 왔소. 왜적들은 우릴 함정으로 유인한 것이요. 원수사와 이억기수사, 최호수사 등 우리 모두 분전(奮戰) 하였으나 적들의 숫자가 워낙 대규모였소. 견내량과 춘원포 등지의 퇴로도 그들이 이미 봉쇄하고 있었소.”


   
 
이순신의 이마에 핏줄이 선명했다.

“원수사는? 다른 분들의 생사는 어찌 됐소?”

배설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괴로운 듯 눈을 떴다.

“알 도리가 없소. 다만 최호수사의 판옥선이 왜적의 협공을 받아서 불타는 장면을 목격했소. 아마도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을 것으로 짐작되오.”

“그런데 배수사는 어찌 구하러 들어가지 않은 것이요?”

배설은 입술을 깨물었다.

“적들의 함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기에 구조는 어림없었소. 퇴각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리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외다.”

이순신이 배설을 외면했다. 그리고 조용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우린 전진한다.”

첨사 이순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 했던지 되물었다.

“장군? 어디로 말이옵니까?”

“칠천량으로 방향을 잡아라.”

배설의 안색이 돌변했다.

“이장군? 일본 수군이 이제 몰려 올 것인데 어디로 간단 말이요?”

“원균수사와 이억기수사, 최호수사를 구조해야 하지 않겠소!”

“그들은 전사 했을 것이요.”

“확인한 것은 아니지 않소.”

배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말씀드리지 않았소? 적들은 우릴 유인하여 완전 함정에 빠뜨렸다고. 그들 수군은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소.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전투였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