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한국음악심포지엄> 제10~11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각각 48명, 39명이 참가했다는 점, 판소리를 비롯하여 각 지방의 민요와 같은 전통의 소리들이 미국 땅에 살고있는 한국인과 고국의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굵은 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 공연을 마치면서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와 UCLA 한국음악과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실제로 마지막이 되어버린 2013년도 제12회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 이야기다. 제12회 학술강연은 서한범 「전통음악의 시김새 기능」 , 김병혜 「판소리 심청가의 비교연구」, 김선정 「초등학교 전통음악 교육의 현황」, 조혜영 「심상건 가야금산조의 음악적 특징」, 김동석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국음악 교육현황」 등, 각각의 특색있는 주제들이어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는 학술강연에서 한국음악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요소는 시김새라고 전제하면서 식음(飾音)→시금→시김으로 변화되었다는 점, 단순하게 장식음이나 잔가락, 간점이나 간음(間音) 등의 사이가락이지만, 넓게는 요성, 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내일은 24절기의 넷째 춘분(春分)입니다.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어서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집니다. 춘분 즈음엔 논밭에 뿌릴 씨앗을 골라 씨 뿌릴 준비를 서두르고, 천둥지기 곧 천수답(天水畓)에서는 귀한 물을 받으려고 물꼬를 손질하지요. '천하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라는 옛사람들의 말은 이 음력 2월을 이르는 것으로, 바로 춘분을 앞뒤 때를 가리킵니다. 옛말에 ‘춘분 즈음에 하루 논밭을 갈지 않으면 한해 내내 배가 고프다.’ 하였습니다. 춘분은 겨우내 밥을 두 끼만 먹던 것을 세 끼를 먹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금이야 대부분 사람은 끼니 걱정을 덜고 살지만, 먹거리가 모자라던 예전엔 아침과 저녁 두 번의 식사가 고작이었지요. 그 흔적으로 “점심(點心)”이란 아침에서 저녁에 이르기까지의 중간에 먹는 간단한 다과류를 말하는 것입니다. 곧 허기가 져 정신이 흐트러졌을 때 마음(心)에 점(點)을 찍듯이 그야말로 가볍게 먹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겨레가 점심을 먹게 된 것은 고려시대부터라 하지만, 왕실이나 부자들을 빼면 백성은 하루 두 끼가 고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방에 무덤을 쓴다?” 제목 자체만 보면 엽기적(?)인 느낌을 준다. 이건 대체 무슨 말인가? 방에다 무덤을 쓰는 것을 일본말로는 자택묘(自宅墓), 가묘(家墓), 택묘(宅墓)라고 한다. 물론 일본도 한국처럼 대부분은 무덤이 있어 거기에 조상을 모신다. 일본의 장례는 일왕(日王)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화장(火葬) 문화이기에 한국처럼 매장(埋葬) 문화는 없다. 따라서 무덤을 오하카(お墓)라고 하여 유골단지를 땅에 묻는 형식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유골단지를 묻는 형식일지라도 무덤은 존재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무덤을 찾아가기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자손들의 나이가 많다 보니 오하카마이리(墓参り, 성묘)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시가현(滋賀県)에서 유골단지를 140년째 만들고 있는 우라베석재공업(浦部石材工業)에서는 집안에 모실 수 있는 유골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유골함은 올해 4대째인 사장 우라베 히로키(浦部弘紀, 49살)씨가 5년 전에 처음 고안해낸 야심작(?)이다. 쉽게 생각하면 유골함을 방에 모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라베 사장이 이런 고안을 하게 된 것은 “5년 전쯤부터 조상대대로 사용하던 무덤 관리가 안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약 300여 년 전 부석사에서는 폭 6미터, 길이 9미터가 넘는 비단에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펼쳐 건다면 아파트 4층 정도의 높이가 되는 이 그림은 당연히 법당 내부가 아닌 야외에 걸기 위한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법당에 다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인 불교 의식을 위해 ‘괘불(掛佛)’을 그렸습니다. 사람들은 누각이나 중정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법당 앞에 걸린 불화를 보며 의식에 참여했습니다. 사과나무가 심어진 산길을 오르면 나지막한 터에 자리잡은 부석사를 만나게 됩니다. 무심한 듯 자리잡은 전각, 화려한 단청 없이 담담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량수전, 안양루 앞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자락, 자연과 건축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입니다. 신라시대 창건된 화엄종찰 부석사의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절집의 명성에 견줘 괘불이 그려진 1684년의 부석사에 관해 우리가 아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석사에서 있었던 일들과 이 불화에 담긴 내용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까요?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부석사에서 괘불을 그리기로 했을 때 석가모니불의 설법회를 담아야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의도였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찌 분칠한 것을 참 자색이라 할 수 있으랴. 옛사람의 시에, ‘분ㆍ연지로 낯빛을 더럽힐까 봐 화장을 지우고서 임금을 뵈네’라고 하였으니, 앞으로는 간택 때에 분칠하지 말게 하여 그 참과 거짓을 가리라." 이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연산 11년(1505년) 1월 11치 기록입니다. 이는 단순히 분 화장만 금한 것이 아니라 참 얼굴을 알기 위하여 쓰지 못하게 한 것이기 때문에 이에는 자연히 연지화장도 포함된 것이지요. 이는 고종 3년(1866년)에 행해진 고종과 명성황후의 가례에서도 보이는데, 초간택 시에 참여하는 처자들이 궁에 들어올 때는 분만 바르고 성적(成赤)은 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성적은 이마를 4각이 되도록 족집게로 솜털을 뽑고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는 색채화장을 뜻하지요. 그런데 여기 이마를 4각이 되도록 족집게로 솜털을 뽑는 것을 ‘진수아미(螓首蛾眉)’ 미용법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등록문화재 제486호 <운낭자상>의 얼굴화장은 진수아미(螓首蛾眉) 미용법을 따랐습니다. 이 화장법은 고대 여인들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유행한 미용법으로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으로 여겨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5~7회 <한국전통음악심포지엄>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관련 행사를 거듭할수록 3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였고, 이들에 의한 별도의 특별공연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마침 2007년 대회는 김동석이 남가주 서울대 총동창회장이 되어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국악공연의 활성화를 통해 교포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는 이야기, UCLA 외에도 루가시 아카데미나 한국문화원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무려 48명의 국악교수 및 실기인들이 참여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던 10회 대회 때의 이야기와 39명이 참가했던 제11회 대회 때의 이야기가 되겠다. 처음 6명이 참여하여 제1회 <한국전통음악심포지엄> 곧 UCLA 학술강연과 무대 공연을 조촐하게 가졌던 때에 견주면 양(量)적인 면에서는 대단한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당시에는 서한범, 윤명원, 이현주 등의 학술강연과 유지숙, 박복희의 경서도 소리, 그리고 거문고 산조의 오명석이 객석을 압도했던 기억이 새롭다. 제10회 대회의 공연무대는 예능보유자 황용주 외 9명이 부르는 선소리 산타령으로 시작하였다. 벌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부동산ㆍ주택 사이트 「SUUMO 살고 싶은 도시 순위 2021 관동판 (SUUMO 住みたい街ランキング2021関東版) 발표회가 그제 8일(월) 있었는데 요코하마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관동권이라고 하면 도쿄도, 카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이바라키현을 말하며 이곳에 거주하는 20살부터 49살의 남녀를 대상으로, 오리콘뉴스(ORICON NewS)에서 살고 싶은 도시를 조사했다. 해마다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한해 내내 이어졌지만, 상위권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위부터 7위까지는 지난해와 똑같았다. 1위를 차지한 요코하마는 교통 편리성, 상업시설의 확충, 영화관과 미술관 등의 문화적 내실화와 이미지 개선 등의 이유로 인기를 얻어 20대부터 40대까지 모든 연령대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발표 기사에 관한 댓글은 부정적인 의견도 꽤 보인다. 두어 개 보자. “요코하마에 산 지 30년. 요코하마는 살기 힘들다. 우선 일본 최악의 도로행정, 항상 도로는 막힌다. 도시 자체가 언덕투성이로 평지가 없다. 게다가 세무서 발표에 따르면 요코하마는 세금낭비 행정이 많다고 한다. 요코하마가 살기 좋다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UCLA에서 열린 제3회와 4회 《한국음악심포지엄, Korean Music Symposium》의 학술과 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수제천(壽齊天)이 불규칙 장단으로 진행되는 점에서 박자 이외에 호흡(숨)이나 교감(交感)과 같은, 일정치 않은 시간의 흐름, 곧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는 세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2005년 1월에 열린 제4회 대회는 37명이 참가했는데, 백인영의 아쟁 연주와 <예랑가야금 합주단>의 앙상불 <환타지아>가 백미(白眉)였다. 이 음악은 산조로 시작하여 흘러간 노래로 연결되는 즉흥음악으로 백인영의 끼를 알게 하는 순서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제5회 심포지엄에는 32명의 교수와 전문 연주자들이 참여했다. 서한범의 「가곡의 변주방법」, 홍주희의 「향제줄풍류의 음악적 특징」, 김동석의「교회 음악 속에 나타난 한국의 전통음악」, 임진옥의 「타령의 음악적 구조」 등이 가멜안 홀에서 발표되었다. UCLA에서 열리는 1월의 《한국음악심포지엄》은 학교 당국은 물론, 학생들이나 LA 교민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연례행사이기에 1회성 연주회로는 부족함을 느낀 듯해서 4회 이후에는 학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구장복(九章服)은 임금이 지녀야 할 덕목을 의미하는 9종류의 장문(章紋)을 옷에 그리거나 수놓아 임금의 위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옷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그리고 대한제국 시기까지 황제, 임금, 왕세자, 왕세손이 입던 예복의 하나인 면복(冕服)입니다. ‘면복’이란 머리에 쓰는 면류관(冕旒冠)과 몸에 착용하는 곤복(袞服)을 합한 이름이며 구장복은 곤복의 구성품 가운데 ‘의(衣)’에 해당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구장복은 중요민속문화재 제66호로 지정된 2건입니다. 면복은 혼례 등의 가례(嘉禮)를 비롯하여 종묘사직의 제사인 길례(吉禮), 그리고 국상과 같은 흉례에서 대렴의(大斂衣, 주검에 거듭 입히는 옷)로 썼습니다. 면복은 중국의 전형적인 법복(法服)으로, 면류관에 늘어뜨린 줄 수와 의와 상(裳)에 장식한 무늬 종류에 따라 구분합니다. 황제는 십이류면 십이장복(十二章服), 임금은 구류면 구장복(九章服), 왕세자는 팔류면 칠장복(七章服)으로 구분하였는데, 조선시대에는 명(明)보다 2등급이 낮은 친왕제가 시행됨에 따라 임금은 구장복, 왕세자는 칠장복을 입었습니다. 면복이 중국에서 우리나라에 전해지기 시작한 정확한 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봄이 되어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난다고 하여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는데,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지요. 경칩 무렵의 봄 천둥소리에 따라 북을 치거나 연기를 집 안팎에 내어 잠에서 깨어난 벌레와 뱀들을 집 밖으로 몰아내었는데, 이는 점차 경칩에 불운을 쫓아내는 풍습으로 발전했습니다. 경칩에는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고 몸에 좋다고 해서 이날 개구리알 찾기가 혈안이 되는데 지방에 따라선 도룡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합니다.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지요. 또 이때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습니다. 또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지요. 옛날에는 경칩날 젊은 남녀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 씨앗을 선물로 주고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