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2004년, UCLA 한국음악과가 주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폐과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학과 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13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점, 이를 위해 졸업생 중심의 홈 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으나, 본국 정부나 관련 기관의 도움 요청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실망이 컸다는 점,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 서전학원으로부터 매해 5만 달러의 기부금을 10년 동안 제공받게 되었다는 점, 한국이 문화의 대국임을 알리는 전진 기지 격의 <UCLA 한국음악학과>가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2002년부터 시작하게 된 <한국음악 심포지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 행사는 한국의 《한국전통음악학회》와 UCLA 민족음악대학의 공동주최였다. 여기서 잠시 한국전통음악학회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1999년 12월, 창립 당시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글쓴이의 말이다. “1999년 12월 말 무렵이었으니 며칠이 지나면 신세기를 맞게 되는 시점이었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키는 탈곡이 완전히 기계화되기 전까지 농가에선 없어서 안 되는 도구였습니다. 곡물을 털어내는 탈곡 과정에서 곡물과 함께 겉껍질, 흙, 돌멩이, 검부러기들이 섞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키로 곡물을 까불러서 이물질을 없앴지요. 고리버들이나 대나무를 납작하게 쪼개어 앞은 넓고 평평하게, 뒤는 좁고 오목하게 엮어 만듭니다. 키는 지방에 따라서 ‘칭이’, ‘챙이’, ‘푸는체’로도 부르는데 앞은 넓고 편평하고 뒤는 좁고 우굿하게 고리버들이나 대쪽 같은 것으로 결어 만들지요. "키" 하면 50대 이상 사람들은 어렸을 때 밤에 요에다 오줌싼 뒤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던 물건쯤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키를 쓰고 간 아이에게 이웃 아주머니는 소금을 냅다 뿌려댑니다. 그리곤 “다시는 오줌을 싸지 마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렇게 놀래주면 오줌을 싸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또 싸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방법이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정초에 처음 서는 장에 가서는 키를 사지 않는데 키는 까부는 연장이므로 복이 달아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르고 사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둘째 ‘우수’입니다. 우수날에 비 오면 까끄라기 있는 곡식들, 밀과 보리는 대풍을 이룬다 했지요. 보리밭 끝 저 산너머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까요? 동네 아이들은 양지쪽에 앉아 햇볕을 쬐며, 목을 빼고 봄을 기다립니다.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계절 인사로 "꽃샘잎샘 추위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것도 있지요. 또 봄을 시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말로 화투연(花妬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꽃샘추위라는 토박이말보다 정감이 가지 않는 말입니다. 우수에는 이름에 걸맞게 봄비가 내리곤 합니다. 어쩌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은 봄비와 함께 꿈을 가지고 오는지도 모르지요. 그 봄비가 겨우내 얼었던 얼음장을 녹이고, 새봄을 단장하는 예술가일 것입니다. 기상청의 통계를 보면 지난 60년 동안 우수에는 봄비가 내려 싹이 튼다는 날답게 무려 47번이나 비가 왔다고 하니 이름을 잘 지은 것인지, 아니면 하늘이 일부러 이날 비를 주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또 오늘은 정월 초이렛날로 우리 겨레는 이날 ‘이레놀음’을 즐겼습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동지사대학(同志社大學)에 다녀왔습니다. 추웠지만 날씨는 맑았습니다. 시비(詩碑) 앞에는 많은 꽃이 놓여있었습니다. 헌화를 보면서 역시 윤동주 시인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시비 앞에서 몇 편의 시를 혼자서 낭독하고 왔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만 틀림없이 하늘에까지 닿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일본어로 완역한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메시지를 받고 얼른 교토에 사는 우에노 시인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 함께하기가 곤란하여 혼자 갔습니다. 교정에는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어 봄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적적했지만 혼자서 윤동주 시인을 생각하며 시 몇 편을 낭독했지요.” 어제(16일)는 윤동주(1917-1945)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스물일곱의 나이로 숨진 지 76주기를 맞은 날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도쿄 릿쿄대학에서도, 교토 동지사대학에서도 그리고 후쿠오카의 형무소 자리에서도 제각기 추모제가 열렸을 텐데 아쉽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사랑하여 평생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공부한 사람이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다. 중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동석이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교수로 부임, 미국 및 전 세계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강의해 왔다고 이야기하였다. 특히 UCLA 민족음악대학에는 한국음악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아랍, 미국의 재즈, 멕시코, 서아프리카, 유럽 발칸음악, 쿠바 흑인음악, 인도네시아 음악 등등 10개 학과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일본음악학과는 수강생 미달로 폐과가 되었으나 한국음악학과는 매 학기 250명~300명의 많은 학생이 붐비고 있어 아미(army)군단이라는 별명도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렇게 활발하던 UCLA 한국음악과가 운영상 위기가 닥친 것이다. 2004년도에 들어서면서 주정부의 대학 예산이 삭감되었고, 그 여파로 <한국 음악과>는 기부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폐과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물론 UCLA는 주립 대학이지만, 모든 대학이 그렇듯이 주 예산안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운영자금은 대부분이 기부금에 의존해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기부금을 많이 확보해 오는 총장은 능력이 인정되어 그 직위를 오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우리네 민속품 가운데는 쌀을 이는 도구로서 조릿대를 가늘게 쪼개서 엮어 만든 ‘조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해의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에서 설날 새벽에 사서 벽에 걸어두는 것을 우리는 특별히 ‘복조리’라 합니다. 복조리는 있던 것을 쓰지 않고 복조리 장수에게 산 것을 걸었는데 일찍 살수록 길하다고 여겼지요. 따라서 섣달그믐 자정이 지나면 복조리 장수들이 “복조리 사려.”를 외치며 골목을 돌아다니고, 주부들은 다투어 복조리를 사는 진풍경을 이루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정월 초하룻날 새벽에 복조리 장수가 집집마다 다니며 복조리 1개씩을 집안에 던지고 갔다가 설날 낮에 복조리 값을 받으러 오는 지방도 있습니다. 그런데 복조리를 살 때는 복을 사는 것이라 여겨 복조리 값은 당연히 깎지도 물리지도 않았지요. 설날에 한 해 동안 쓸 만큼 사서 방 한쪽 구석이나 대청 한 귀퉁이에 걸어놓고 하나씩 쓰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복조리에는 실이나 성냥ㆍ엿 등을 담아두기도 했지요. 또 복조리로 쌀을 일 때는 복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뜻으로 꼭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일었습니니다. 그런데 남정네들은 복조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안내견을 공공장소에서 거부하는 일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한 고객이 훈련 중인 안내견을 데리고 대형마트에 들어가려다가 거부당하는 사건이 생겨 누리꾼들로부터 불매운동까지 당할뻔했던 일을 계기로 해당 기업에서는 사과문을 내걸고 사건은 일단락된 느낌이다. 이후 안내견 거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편, ‘안내견 입장 거부’는 일본에서 지금도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안내견으로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옮을까 걱정하는 일부 시민들과 공공기관들이 여전히 안내견 기피를 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막 유행하여 공포감을 키우고 있을 무렵인 2020년, 5~6월에 걸쳐서 공익 재단법인 일본맹도견협회에서는 안내견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평소 안내견을 데리고 이용하던 단골 편의점에서조차 안내견 입장을 거부당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편의점 측에서는 안내견을 편의점 밖에 묶어 놓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그 단골손님은 안내견을 편의점 밖에 묶어 놓고 다른 사람의 안내를 받으며 물건을 사야 했다. 편의점 측에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Don Kim이 한국어 공중파 방송인 <라디오 코리아>와 <라디오 서울>에서 30여 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진행함으로 한인 교포들이 우리음악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가 UCLA 교수가 되어 미국의 주류 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유학 온 젊은이들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강의해 온 이야기를 시작한다. UCLA는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있는 대학이라는 말로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첫 글자만을 딴 이름이다. UCLA의 음악대학은 세 종류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악기나 성악, 작곡, 지휘과를 전공하는 음악대학(Music Department)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각지의 민족들이 지닌 음악을 연구하는 민족음악대학 (Ethnomusicology Department)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음악의 학문화를 연구하는 음악학(Musicology Department)분야다. 특히, 민족음악대학은 1960년대 중반에 Dr. Hood(인도네시아음악 전공)에 의해 창설되었다고 하는데, 이 안에는 한국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가 시작되는 ‘입춘’이다. 선비들은 동지 때부터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곧 매화 아홉 송이를 아홉 줄 모두 81송이를 그려나가는데 이게 모두 마치면 그린 드디어 기다렸던 봄이 온다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입춘인 것이다. 이제 입춘의 세시풍속 그 모든 것을 톺아보기로 한다. 입춘(立春)의 의미 입춘은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는 음력 정월(正月) 절기(節氣)로 해가 황경(黃經) 315도에 있을 때이고, 양력으로는 2월 4일 무렵이다. 음력으로는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윤달이 들어있는 해에는 반드시 섣달(12월)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된다.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은 입춘 15일간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중후(中候)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말후(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입춘 전날은 절분(節分)으로 불리고, 철의 마지막이라는 의미로 '해넘이'라고도 불리면서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한다. '보리 연자 갔다가 얼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를 일본어로 완역하여 일본 문단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새해 선물보따리를 한 아름 받았다. 얼마 전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박팔양(朴八陽, 1905~1988) 시인의 시집을 구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박팔양 시선집 두 권을 구해 보낸 적이 있는데 그 답례(?)로 보내온 듯 하다. ‘코로나19’로 집콕 시대를 살다 보니 우편물, 그 가운데서도 국제 소포를 받고 보면 왠지 가슴이 설렌다. 더군다나 그 속에 종합 선물과자처럼 다양한 선물들이 가득하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그 기분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미야코 시인으로부터 받은 선물 상자를 열다가 발견한 엽서 크기의 그림책(포스트카드북)이 눈에 띈다. 귀여운 고양이 그림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歌川國芳, 1798~1861)의 고양이 그림으로 한 장씩 떼어내서 엽서로 활용할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이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는 애완동물은 고양이다. 그 고양이 그림의 달인이라고 하면 화가 우타가와 구니요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엽서 그림책 속의 다양한 고양이 모습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