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세종제 암행어사 출도 대목 중에서 북, 장구 등이 이리저리 뒹글고,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대포수는 총을 잃고 입방아로 소리를 내는 등, 다급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가운데 '장구통이 요절한다'와 ‘뇌고(雷鼓)소리 절로 난다’라는 의미를 이야기하였다. 장구는 원래 채로 치는 북이라는 뜻에서 장고(杖鼓)라고 쓰고, 읽으며 허리가 가늘다는 뜻에서 세요고(細腰鼓)라는 이름도 있다는 점, 지휘자가 따로 없는 국악합주의 대편성 음악에서는 장고가 지휘자 역할을 한다는 점, <뇌고>와 <뇌도>는 하늘을 제사하는 천신제(天神祭)에 쓰였던 타악기였는데, 이러한 악기들이 지방의 사또 생일날, 배치되었다면 이것은 잘못 쓰인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취수(吹手)란 글자 뜻으로 미루어 나발이나 태평소 등 입으로 부는 악기를 다루는 악사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그러나 취수(吹手)라는 말보다는 취고수(吹鼓手)라는 말을 많이 썼다. 다시 말해, 취타대(吹打隊)나 행렬 음악에 있어서 부는 취악기와 타악기 악사들까지 함께 이르는 용어로 쓰였던 말이다. 이제까지는 김세종제의 춘향가 중 암행어사 대목을 살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아홉째 망종입니다. 망종(芒種)이란 벼, 보리 같이 수염이 있는 까끄라기 곡식의 씨앗을 뿌려야 할 적당한 때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라는 속담이 있는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느라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때는 “발등에 오줌 싼다.”,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할 만큼 한해 가운데 가장 바쁜 철입니다. 제주도에서는 망종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서 손으로 비벼 보리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체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또 전남 지역에서는 이날 ‘보리그스름(보리그을음)’이라 하여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또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다음 날 먹는 곳도 있는데 허리 아픈 데가 좋아지며, 그해에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지요. 특히 이때쯤에는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또 먹을거리가 귀하던 시절 햇보리를 수확하면 보리를 맷돌에 갈아 보릿가루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야흐로 일본은 아지사이(수국)꽃이 흐드러지는 계절이다. 우리나라보다 장마가 한 달 빠른 일본에서는 6월부터 장마철로 들어서는데 이 무렵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아지사이다. 푸른빛, 붉은분홍빛 등 은은한 색이 마치 파스텔화 같아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 꽃은 오래된 절의 뜰이나 공원 등에 대규모로 심어 관상용으로 즐기고 있다. 도쿄 인근 가마쿠라시 장곡사(鎌倉市 長谷寺)에도 활짝 핀 아지사이를 구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절 입장료는 400엔이지만 올해는 특별관람표로 1,000엔을 받아 절반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후원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아지사이꽃은 푸른빛과 붉은분홍빛이 주종을 이루는데 이것은 꽃의 품종 때문이 아니라 토양이 산성이면 파란색의 꽃을 피우고, 알카리성이면 붉은분홍꽃을 피우는 것이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아지사이꽃을 심고 가꾸는 곳이 많은데 누리집 쟈랑뉴스(https://www.jalan.net/news/article/153341/)에서는 이맘때쯤 전국 아지사이 명소 30선(選)을 소개하는 등 발 빠르게 꽃소식을 전한다. 2019년 아지사이 30선(選) 명소 몇 곳을 살펴보면, 시즈오카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세종제의 <암행어사 출도대목>에서 유삼통 잃은 하인이 양금(洋琴)을 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양금에 관한 소개를 하였다. 양금의 명칭은 서양금(西洋琴)을 줄인 이름이며, 선교사에 의해 중국에 전해졌고, 우리나라에는 조선조 후기, 영조무렵에 들어왔다는 점, 소규모 합주나 노래 반주에 쓰여 왔는데, 현재는 <현악 영산회상>이나, <가곡반주> 기타, 창작곡 연주 등에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암행어사 출도 대목의 뒷부분을 이어간다. “밟히나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화기(畵器)로다. 장구통은 요절하고, 북통은 차 구르며 뇌고소리 절로 난다. 저금줄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야지면,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찔렀으며,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불고 흥앵 흥앵, 대포수 총을 잃고 입방아로 꿍, 이마가 서로 다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피 죽죽 흘리난 놈,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우는 놈, 아무 일 없는 놈도 우루루루루 달음박질. 허허 우리 골 큰일 났다! 서리 역졸 늘어서서 공방을 부르난 듸,” <아래 줄임> 다급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신을 차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조직적인 국가 범죄다. 이렇게 강요된 성 착취의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그 근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학술심포지엄이 지난해(2019) 12월 14일,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열렸다. 이날 학술심포지엄의 주제는 일본ㆍ조선ㆍ중국 동북에서 본 만주의 기억과 흔적이었다. 이날 발표에서 경북대학교 이동진 교수는 ’만주국의 조선인 ‘성매매자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살펴보면, “일본의 성매매제도인 유곽(遊廓) 시설의 공창제(公娼制)는 1872년에 <창기해방령(娼妓解放令)>을 공포하여 막부시대부터 내려오던 공창제를 폐지한 이듬해인 1873년 도쿄부령 제 145호로 <유곽규칙>과 <창기도세규칙娼妓渡世規則>을 공포함으로 성립되었다. 이러한 제도가 일본인의 해외 거류지 가운데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이 조선이었다. 조선에서는 1881년 부산과 원산에서 일본영사관령으로 <유곽영업규칙> 등을 공포하여 유곽 영업을 허가하였다. 중국의 대련에서도 일본의 공창제가 실시되었다. 현지 군 당국은 1905년 12월에 대련 봉판정에 유곽을 설치하여 군의 관리하에 기루(妓樓)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향 모친과 향단이가 정화수를 떠 놓고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 몽룡 씨, 전라감사나 암행어사나 양단간에 수의허여 내 딸 춘향을 살려주오”라고 빌고 있는 <후원(後園)의 기도> 대목을 소개하였다. 걸인이 된 이도령과 이를 쫓으려 하는 춘향모의 대화가 슬픔 속에서도 웃음을 제공한다. 내 처지가 남을 동냥할 처지가 아니라고 이 도령을 쫓아내려는 춘향모와 동냥은 못 주나마 구박 출문이 웬일인가로 대항하는 어사또의 설전이 재미가 있다. 김세종제는 이 대목을 다소 점잖게 표현하는 반면, 동초제 소리는 실제의 상황에 충실하기 위해 연극의 각본과 같이 짜여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암행어사 출도대목>이다. 이 대목은 매우 빠른 장단으로 많은 사설을 노래하기 때문에 유심히 듣지 않으면 무슨 내용인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김세종제의 출도대목 사설을 조상현의 창으로 옮겨보면 아래와 같다. “어사또 마루 앞에 썩 나서며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 때으 조종(나졸)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 같이 달려든다. 육모 방맹이 들어메고 (가운데 줄임) 삼문(三門)을 와닥 딱, ‘암행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름은 차츰 녹음이 우거지고 철 맞춰 내린 비로 보리와 밀 등 밭곡식은 기름지게 자라나고 못자리도 날마다 푸르러지고 있으나 남의 쌀을 꿔다 먹고사는 우리 고향에 풍년이나 들어주어야 할 것 아닌가? 농촌에서는 명년 식량을 장만하고자 논갈이에 사람과 소가 더 한층 분주하고 더위도 이제부터 한고비로 치달을 것이다." 《동아일보》 1947년 5월 22일 기사에 보이는 이즈음 풍경입니다. 오늘은 ‘소만(小滿)’ 24절기 가운데 여덟째 절기로 '소만'에는 만물이 점차 자라 가득 찬다는 뜻이 있습니다. 소만 때는 모든 들과 뫼가 푸르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합니다. 이는 새롭게 태어나는 죽순에 영양분을 모두 주었기 때문이지요. 마치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그래서 봄철의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 곧 ‘대나무가을’이라고 합니다. 또 이 무렵을 '보릿고개'라고 하는데 양식이 떨어져 힘겹게 목숨을 지탱하던 때입니다. 입하와 소만 무렵에 있었던 풍속으로는 봉숭아 물들이기가 있는데 《동국세시기》에 보면 "계집애들과 어린애들이 봉숭아를 따다가 백반에 섞어 짓찧어서 손톱에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겨울엔 눈의 왕국, 여름엔 꽃의 왕국이라 불리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北海道)는 일본 안에서 공장이 없는 유일한 청정지역이다. 푸르른 신록과 함께 파란 하늘 아래 보랏빛 라벤더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5월의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다. 한번 보면 누구나 반하는 꽃의 계절, 홋카이도는 꽃의 천국이다. 세계적인 감염병인 코로나19만 없었다면 지금 홋카이도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暎) 지역 등에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홋카이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월)에도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라 함)로 90대 여성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성의 사망으로 18일 현재, 홋카이도의 감염병 사망자 수는 모두 76명이며 감염자수는 1,006명, 퇴원자수는 589명이다.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暎) 지역의 라벤더 꽃밭은 일본 안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끝없이 펼쳐진 홋카이도 대자연을 많은 꽃으로 가꾼 사람들 덕에 이곳에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수많은 관광객이 꽃향기에 취해 찾아든다. 지금 같은 5월에는 무스카리, 히야신스, 튤립 등이 볼만하고 6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이별 후 3년이 지났네요”로 시작되는 춘향의 편지내용을 소개하였다. 신임 사또의 수청 강요와 춘향의 정절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옥에 갇힌 춘향이가 이 도령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내용은 송서(誦書)체, 곧 책을 읽듯이 읽어 나가는데, 한자어가 많아 대강만을 짐작할 뿐,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약수(弱水) 삼천리에 청조(靑鳥)나 북해(北海) 만리에 홍안(鴻雁)은 편지를 전해주던 파랑새와 기러기였다는 이야기, 신관사또의 수청 요구에 참혹한 악형을 당해 오래지 않아 죽을 것 같으니 서방님은 높은 벼슬을 누리시다가, 이별 없이 사시라는 내용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슬픔 속에서도 마냥 눈물을 흘리고 슬퍼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서도 잠시 해학의 멋을 즐기는 것이 판소리의 매력이라 하겠다. 오늘은 <후원(後園)의 기도> 대목을 소개한다. 이 대목은 어사또가 된 이 도령이 남원의 춘향 집을 찾아와 담 밖에서 집안을 살펴보게 되는데, 마침 춘향 모친과 향단이가 촛불을 밝히며 정화수를 떠 놓고 간절하게 빌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 나라(奈良)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라고 하면 먼저 사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동대사는 나라공원(奈良公園) 안에 있는데 이곳에서는 방목하는 사슴들이 관광객을 졸졸 따라다니며 먹이(센베, 과자)를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절 입구에는 사슴 먹이를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다. 사슴용 과자는 언뜻 보면 사람이 먹어도 좋을 만큼 맛나 보인다. 나라, 교토, 오사카 지역은 관서여행의 핵심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동대사, 법륭사 등 천년고찰도 많고 또한 교토의 3대 마츠리 등 유무형의 볼거리가 많아 인기 만점의 관광지역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19(일본에서는 ‘신형코로나’라고 한다)로 동대사를 찾는 관광객이 줄자 이곳 명물인 사슴들이 시내까지 먹이를 찾아 내려오고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다. 도쿄스포츠신문 5월 1일 치에는 ‘문 닫은 상점가를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사슴’ 사진이 올라와 시선을 끌고 있다. 이날 밤 11시에 상점가를 지나가던 주민은 “야심한 시각에 사슴이 돌아다니다니 안쓰럽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자 관광객이 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