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만일 당신이 전염병 환자와 함께 대형 크루즈선박에 타고 있다면 어떤 심정이 들 것인가? 크루즈선박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당신은 선박 객실에서 기약 없는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면?....”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정말 아찔할 것 같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실제 일어났다. 지금 일본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상황이 그렇다. 지난 2월 10일, 크루즈선박에 격리되어 있던 한 일본인 남성은 선상에서의 격리생활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써서 세상에 내보였다. 다음이 그 요구사항이다. 1. 시트 교환, 실내청소가 거의 1주일 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내 생활 환경이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어 급속한 대응이 요구된다. 현재 생활환경 배려는 사실상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2. 격리 생활이 장기화함에 따라 승객의 건강악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의료 지원이 거의 안 되고 있으며 그나마 지원되고 있는 부분도 불충분하다. 무엇보다도 건강대책을 세워주고 의료전문가, 간호사, 보건원 등을 파견해달라. 3. 연일 새로운 감염자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승객에 대한 정보 제공이 극히 불충분하여 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내 방송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판소리 중고제와 심상건의 가야금 산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중고제 판소리는 경드름이나 설렁제의 가락이 많으며, 평탄한 선율과 장단변화에 따른 극(劇)적인 표현보다는 단조로운 구성이 특징인데, 이러한 판소리 중고제의 특징이 심상건 가야금 산조에도 나타나는 것은 숙부인 심정순의 중고제 판소리의 영향을 받은 결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난주에 이어 심상건의 가야금 산조와 중고제 판소리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현재, 심상건 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할 수 있는 40대 이상의 중견연주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충남 도청이나 문화재단, 서산문화원 등에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심상건류 가야금 산조 감상회>를 기획하여 지역민들에게 들려주었으면 좋겠다. 그 까닭은 서산 출신 심씨 일가의 활동이나 중고제의 이해 및 재발견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서산>이라는 지역이 배출해 낸 심상건 명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게 되며, 음악적 자긍심을 느낄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중고제 판소리의 특징을 이어받은 심상건의 가야금 산조는 남도제의 산조 음악과 또 다른 음악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서 전승의 가치는 충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우리 겨레 또 하나의 명절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엔 초저녁 뒷동산에 올라가서 달맞이를 하는데, 떠오르는 달의 모양, 크기, 출렁거림, 높낮이 등으로 한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습니다. 또 대보름날 밤 달집태우기도 하는데, 짚이나 솔가지 등을 모아 언덕이나 산 위에 쌓아 놓은 다음 소원을 쓴 종이를 매달고,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불을 지릅니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맞이를 하고, 쥐불놀이와 더불어 이웃마을과 횃불싸움을 하기도 하지요. 정월 대보름의 세시풍속 가운데 ‘월견상극(月犬相剋)’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달과 개는 상극이란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정월 대보름날에 개에게 온종일 밥을 주지 않거나 혹은 저녁밥 한 끼만 주지 않습니다. 개에게 밥을 먹이면 달의 정기를 먹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여자의 본질인 음력의 에너지원은 달이어서 개에게 밥을 주는 여자는 개에게 자기의 음력을 도둑질시키는 것으로 본 때문입니다. 월식도 옛사람들은 개가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또 다른 대보름 풍속으로 “개보름쇠기”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유득공(柳得恭)[1749~1807]이 펴낸 《경도잡지(京都雜志)》에,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정월대보름 풍속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밟기’가 있는데, 지신밟기는 설날부터 대보름 무렵에 마을의 풍물패가 집집이 돌며 흥겹게 놀아주고, 복을 빌어 줍니다. 곳에 따라서 마당밟기, 귀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밟는 매귀(埋鬼), 동네에서 쓸 공동경비를 여러 사람이 다니면서 풍물을 치고 재주를 부리며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걸립(乞粒)이라고도 합니다. 또 정월대보름 풍속으로 ‘볏가릿대 세우기’, ‘복토 훔치기’, ‘용알 뜨기’ 따위도 있습니다. 먼저 볏가릿대 세우기는 보름 전날 짚을 묶어서 깃대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벼, 기장, 피, 조의 이삭을 넣어 싸고, 목화도 장대 끝에 매달아 이를 집 곁에 세워 풍년을 기원하는 풍속입니다. 또 복토 훔치기는 부잣집의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복을 기원하는 것이고, 용알 뜨기는 대보름날 새벽에 제일 먼저 우물물을 길어와 풍년과 운수대통하기를 기원하는 풍속이지요. 그밖에 대보름날은 점치는 풍속이 많습니다. 이 가운데 사발점은 대보름날 밤에 사발에 재를 담고, 그 위에 여러 가지 곡식의 씨앗을 담아 지붕 위에 올려놓은 다음, 이튿날 아침 씨앗들이 남아 있으면 풍년이 되고, 날아갔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는 8일 토요일은 우리 겨레의 명절 정월대보름입니다. 이날 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지요. 조선 후기 문신 홍석모가 연중행사와 풍속들을 정리하고 설명한 풍속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보면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올라 달맞이하는 것을 ‘망월(望月)’ 곧 달마중이라 하며, 먼저 달을 보는 사람에게 행운이 온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뒷동산에 올라 떠오르는 보름달을 맞이하는 것이 정월대보름에 할 일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면 '부럼 깬다' 하여 밤, 호두, 땅콩, 잣, 은행 등 견과류를 깨물며 한해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빕니다. 또 부럼을 깨물 때 나는 소리에 잡귀가 달아나고 이빨에 자극을 주어 건강해진다고 생각했지요.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르는데 이때 상대방이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하는데, 이름을 불린 사람이 그걸 알면 “먼저 더위!”를 외칩니다. 이렇게 더위를 팔면 그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재미난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대보름날엔 세 집 이상의 성이 다른 사람 집의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하며, 평상시에는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4일)는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었다. 한국에서는 입춘날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글씨를 써서 대문에 붙이기도 하는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에서는 입춘을 절분(세츠분, 節分)이라 해서 사악한 귀신을 몰아내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전국의 절이나 신사(神社)에서 한다. “복은 들어오고 귀신은 물러가라(후쿠와 우치, 오니와 소토, 福は內、鬼は外)”라고 하면서 콩을 뿌리고 볶은 콩을 자기 나이 수만큼 먹으면 한 해 동안 아프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며 모든 악귀에서 보호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절분(세츠분, 節分)은 보통 입춘 전날을 말하는데 이때는 새로운 계절이 돌아와 추운 겨울이 끝나고 사람들이 활동하기도 좋지만, 귀신도 슬슬 활동하기 좋은 때라고 여겨서인지 이날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콩 뿌리기(마메마키) 행사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다. 절분행사는 예전에 궁중에서 시작했는데 《연희식, 905년》에 보면 색색으로 물들인 흙으로 빚은 토우동자(土牛童子)를 궁궐 안에 있는 사방의 문에 걸어두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인형은 대한(大寒) 전날 밤에 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심상건의 충청제 산조와 김창조 계열의 남도제(南道制) 산조의 서로 다른 특징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남도제 산조란 19세기 말, 가야금 연주자인 전라도 영암의 김창조가 처음으로 만들어 탄 산조로 우조-평조-계면의 진행이지만, 충청제는 평조-우조-계면조라는 점을 말했다. 또한, 충청제 산조는 평조와 경드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경드름이란 서울ㆍ경기지방의 음악 어법으로 경기ㆍ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해 온 중고제 판소리의 특성이 심상건의 산조 음악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 심상건의 산조음악은 남도제 산조의 계면처럼 슬픔의 느낌이 깊지 않다는 점, 또한 순차적 하행 선율형과 빠른 장단의 한배, 등이 남도제 산조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밖에도 심상건의 충청제 산조와 김창조계열의 남도제 산조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상건 산조의 음악적 특징』이란 김효선의 논문을 보면, 어느 음계의 중심음이 옥타브 위, 또는 아래로 자유롭게 이동함으로 해서 음역이 확대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선율의 진행은 순차적 하행이 주(主)를 이루고 있으나, 끝냄의 형태는 대부분이 4도 상행 종지라고 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이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인 시’ 가운데 일부다. 지난 1월 26일 일본 아사히신문(朝日新聞) 텐세이진고(天声人語) 칼럼에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칼럼에서는 도쿄 이케부크로에 있는 릿쿄대학 캠퍼스에 이 시가 한글로 걸려있다고 서두를 꺼내고 있다. 그리고는 윤동주 시인이 1942년 릿쿄대학에 유학했으며 한글로 시를 쓴다는 이유로 교토에서 잡혀 들어가 치안유지법 위반이라는 죄명으로 1945년 2월 16일 27살의 나이로 옥사(獄死)했다고 쓰고 있다. 일본신문 칼럼에서 윤동주 시인을 다뤄주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더욱이 이 칼럼에서는 해마다 일본에서 윤동주 시인의 추도회를 이끌고 있는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楊原泰子, 74)를 소개하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지만 윤동주 시를 사랑하는 한일간의 시민들은 여전히 모임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칼럼은 “윤동주 시인은 우리들을(한일시민들) 따뜻하게 연결해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야나기하라 씨의 말도 함께 전했다. 그러면서 칼럼은 “(일본)내에 떠도는 한국인 경멸의 표현, 거기에 비난의 응수”를 경계하면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내포지방의 기악으로 대표되는 심상건의 가야금 산조를 소개하였다. 심상건은 1894년, 충남 서산 출생으로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작은 아버지(심정순)댁에서 자라며 국악적 소양을 키웠고, 그의 4촌 동생들도 악가무로 이름있는 심재덕, 심매향, 심화영 등이며 특히 심화영의 승무는 충남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심상건은 1920~30년대 일제강점기에 강태홍, 한성기, 정남희, 안기옥, 김병호 등과 활동하였고, 약 40여 장의 음반자료를 남겼다는 이야기, 1960년대 말, 5·16 민족상, 전국음악경연대회 가야금 부문의 지정곡은 심상건류 산조였기에 그 이후 지금까지도 그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 한슬릭(Aduard Hanslick)의 ‘긴장과 이완’이나 심상건의 줄을 ‘풀고 조이는’ 음악 미학(美學)은 같은 의미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도 심상건류 가야금 산조(散調)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심상건류 가야금산조를 분석해 본 연구자들이나, 실제로 그 산조를 연주해 오고 있는 전공자들은 그 산조의 특징이 김창조 계열의 남도제(南道制) 산조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김창조 계열의 남도제 산조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이 시는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다.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는 바다 건너 일본땅 센다이의 도호쿠대학(東北大學) 교정에 기념비로 우뚝 세워져 있다. 2018년 11월 30일, 도호쿠대학에서는 김기림의 시비와 함께 그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에는 김기림 시인의 시를 좋아하고 흠모하는 사람들이 있다. 도호쿠대학에 시비를 세운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그제(19일), 잠시 방한 중인 김기림기념회(金起林紀念會) 공동대표인 아오야기 준이치 (靑柳純一) 씨를 인사동에서 만났다. 아오야기 준이치 씨는 도호쿠대학에 시비를 세운 지 1년째를 맞이한 2019년 11월 30일, 센다이 도호쿠대학에서 열렸던 “김기림에게 배운다. 지금이야말로 센다이에서 일한시민교류를!”이라고 적힌 홍보 전단을 한 장 건넸다. 이날 도호쿠대학에서는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