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제 곧 거리마다 가로수 밑으로 노란 색종이들이 눈처럼 날릴 때가 온다. 이미 황금설이 내린 곳도 있으리다. 그럴 때 우리들은 이효석이 그의 수필 <낙엽을 태우며>에 남긴 이 명언을 생각한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한여름 들이나 산에 가면 온통 칡넝쿨이 우거지고 그 줄기마다 칡의 잎들이 무성해서, 마치 이 세상이 칡잎으로 뒤덮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칡 잎은 다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 이제는 노란 은행잎이 세상을 뒤덮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은행잎에 대한 시인들의 찬사와 영탄, 한탄이 은행잎만큼이나 많은 것을 접하게 된다. 우리 한국의 가을은 이제 확실히 은행잎이 분위기를 잡아준다. 지금도 우리는 길에 쌓인 은행들을 밟으며 이 은행잎들이 상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버릴 수가 없는데, 이런 가로수가 없던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나? 생육신으로 유명한 김시습(金時習)도 이런 시를 남긴다; 落葉不可掃 떨어지는 잎은 쓰는 것이 아니라오 偏宜淸夜聞 맑은 밤 그 소리 듣기 좋나니 風來聲慽慽 바람이 불면 그 소리 우수수하고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를 친추(친구추가)했다.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친구신청 알람. 놀라서 친구목록을 확인한 나는, 쫌 놀랐다. 아니 많이 놀랐다. 어느 날 갑자기 메신저로 찾아온, 조선시대 그분들의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 (p.13-15) 카톡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아니 《조선왕조실톡》은 이렇게 포문을 연다. 갑자기 내 친구목록에 조선 임금들이 쭉 뜨고, 그들이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채팅으로 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재밌는 이 아이디어를 웹툰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역사웹툰작가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웹툰은 작가가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이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네이버 웹툰 연재를 거쳐 7권의 책으로도 출판됐다. 이 《조선왕조실톡》 시리즈는 국민 채팅앱 카카오톡을 활용한 친근한 전달방식, 작가 무적핑크의 재기발랄한 창작, 해설자 이한의 재치 있는 해설, 실록에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 짚어주는 친절한 기획 덕분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역사콘텐츠로 탄생했
[우리문화신문= 정운복 칼럼니스트 ] 시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에 산과 나무는 늘 친숙한 대상이었습니다. 나무를 해 때던 시절이라 겨울이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숲으로 난 오솔길도 아련한 추억 속에 정겨움으로 남았습니다. 앞산에는 제법 큰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자라고 있었습니다. 넓은 그늘로 쉼을 제공하기도 하고 산길의 이정표 역할도 한 소나무는 대부분 못생긴 소나무가 많았습니다. 잘생기고 쭉쭉 뻗은 소나무는 그 쓰임새 덕분에 쉽게 베어져 대들보나 기둥, 서까래로 변신하여 어느 집 귀퉁이를 채우고 있겠지만 쓸모없고 볼품없는 소나무는 끝까지 산을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키는 것을 성어로 표현하면 왕송수산(枉松守山)이 됩니다. 우리나라 전통 민화나 문인화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곧은 나무가 없습니다. 배배 틀어지고 이리저리 꼬인 소나무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지요. 물론 줄기가 바람이나 지형의 영향으로 비틀려 자랐겠지만 이런 소나무가 예술적으로 아름다워 작품의 좋은 소재가 됩니다. 어쩌면 비틀어진 소나무는 포기하지 않는 의연한 인생을 닮았습니다. 옛날에는 가난 때문에 학업의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동생들 뒷바라지를 위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기독교 내에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라는 단체가 있다(아래 ‘기환연’이라고 줄여 부름). 기환연에서는 환경부와 기후환경네트워크의 후원을 받아 ‘한국교회 탄소중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기환연에서는 2021년 지구의 날인 4월 22일부터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까지 7주 동안 누리집과 유튜브를 통해 기후위기 비상 행동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운동을 진행하였다. 기환연은 “탄소중립을 위한 일곱 가지 실천으로 창조세계를 온전히 회복합시다”라는 구호 아래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행동 지침으로 7가지(생명경제, 녹색서재, 그린에너지, 녹색교통, 기후미식, 슬로우패션, 미니멀라이프)를 내보였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미식’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기후미식이란 무엇인가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았다. 기후미식(氣候美食, Climate gourmet)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식생활”을 뜻한다. 기후미식이 필요한 근거로서 기환연에서 제시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다. 식품의 생산과 운송, 보관, 폐기 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특히 육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대학생 때 우연히 시작한 클래식 기타, 마침 유난히 많은 데모로 학교가 자주 휴학에 들어갈 때 혼자서 악기를 사고 교재도 사서 연습하였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해 진척은 나가지 않고 결국 찻잔 속의 태풍이 되었다. 그렇지만 클래식 기타 음악을 듣는 것은 나의 일생의 즐거움이었고 그 음악은 나의 진정한 반려자였다. 아니 현재도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클래식 기타 곡 중에 내가 즐겨듣는 게 남미 작곡가 아구스틴 바리오스 망고레의 곡이다. 흔히 바리오스로 부르는 이 작곡가의 <대성당>이란 곡은 <숲 속의 꿈>이란 곡과 함께 현대 기타 음악의 명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대성당>이란 음악을 듣자고 하면 첫 곡이 Preludio인데 괄호 속에 Saudade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바리오스의 곡에는 이런 Saudade라는 이름의 곡이 유난히 많다. 그 뜻이 궁금해져 뜻을 알아보느라 품을 좀 팔았다. 그랬더니 그 뜻이 맘에 들었다. 이 가을에 텅 빈 가슴을 대변하는 바로 그 말이었던 것이다. 사우다드란 말은 포르투갈말이다(일본에서는 이를 사우다지로 읽는다. 포르투갈 발음이 원래 그런가?). 혹은 갈리시아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조선은 ‘기록의 나라’다. 이렇게 세밀하게 기록하고, 또 기록한 나라가 있을까 싶을 만큼 조선은 통치 행위의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왕의 언행을 기록으로 남긴 나라는 조선 외에도 많다. 중국과 베트남, 일본에도 실록이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은 수록내용의 다양성과 방대함, 공정성 측면에서 가히 독보적이다. 이 책은 이런 실록의 이모저모를 청소년과 성인도 알기 쉽게, 풍부한 자료사진과 함께 풀어냈다. 사계절이 펴내는 ‘고전맛집’ 시리즈는 ‘어른이 되기 전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쉽고 맛있게 엮는다’는 취지로 기획되었고, 조선왕조실록편은 그중 두 번째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록되고 있었기에 조선의 왕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역사의 책임을 무겁게 의식해야 했다. 내가 한 일을 후대의 누구도 알 수 없다면,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살다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정들이, 행동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수백 년 후에도 전례로 쓰이고, 영원히 역사 속에 박제된다면? 그때는 그 누구도 행동을 가벼이 할 수 없었다. 이런 기록문화는 조선왕조를 50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지탱한 ‘역사의 소금’이자, 지배권력의 부패를 막는 방부제 역할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박물관에 기증한 2만1600여 점의 귀중한 문화재 가운데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이 지난 7월21일부터 9월26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 형식으로 일반에 공개되자 관람객들의 인기를 가장 끈 작품이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인왕제색도>였다고 한다. 비가 개인 뒤 인왕산의 풍경이다. 당시 인왕산에는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집을 짓고 살았다. 우리나라 역대 군주 중에 최고는 역시 세종대왕일 것이다. 대왕의 업적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정치를 잘 한 것은 그만큼 여러 면에서 능력이 출중해서였을 것인데, 그런 대왕의 아들들도 다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맏이인 문종과 동생인 수양대군, 안평대군이 모두 뛰어난 인재들이었다. 문종은 학문을 좋아하고 효성이 지극했지만 나라를 이끌 군주로서 가장 중요한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엔 그 아들이 삼촌에게 화를 입는 역사로 이어졌지만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한 수양대군과 그 동생 안평대군은 모두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예도 익히고 사람들을 잘 사귀고 해서 당대에 두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사회 초년병시절에 아마추어 무선국을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핸드폰이 일반화되기 전에 무선은 신기한 꿈의 영역이었죠. 깡통 전화기로 통화를 해본 이후로 20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사람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전기는 반이중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곧 말을 하고 있으면 들을 수 없고 듣고 있으면 말할 수 없는 양방향 서비스지만 어느 한순간은 단일 통로로 이용된다는 말씀이지요. 그때는 안테나가 참으로 중요했습니다. 무전기의 출력도 중요하지만, 안테나를 잘 세워야 통화 품질이 깨끗하고 멀리 가기 때문입니다. 다이폴, J폴, 스위스 쿼드, 휩, 야기, 3단 GP 등등의 안테나를 설치하고 만들어보면서 전파와 통신에 대한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피커보다는 안테나가 중요합니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영어에 Big Mouse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입이 큰 사람이 아니라 떠버리처럼 말이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용어이지요. 대부분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노회찬 의원의 삶과 정치 철학을 그린 영화 <노회찬6411>이 우리 앞에 옵니다.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상영에 들어가는데, 그에 앞서 5일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저에게도 시사회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의 노회찬 이름 다음에 붙인 숫자 ‘6411’은 무엇인가요? 노회찬 수감번호? 아닙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하지만, 이는 구로구 가로수공원에서 출발하여 강남을 통과하여 개포동 주공2단지까지 가는 시내버스 노선번호입니다. 새벽에 이 버스에는 강남 빌딩 청소 아줌마 등의 노동자들이 주로 탑니다. 노의원이 2012년 진보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문에서 6411번 버스의 노동자들을 얘기하였는데, 노의원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숫자라 생각하여 영화 제목을 ‘노회찬6411’이라고 한 것이겠지요. 영화는 노의원이 대학 졸업 후 용접공으로 노동현장에 투신하는 때부터 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니까, 아무래도 노의원의 삶과 정치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많이 나오는데, 첫 번째로 반가운 인물이 인터뷰하네요. 노의원과 같이 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 올해 10월 13일은 저의 생일입니다. 원래 음력인데 양력으로 환산하니 13일이지요. 몇 번째인가 하는 것은, 이제 6학년을 거의 졸업하는 셈이어서, 의미가 없는 것 같고요, 주중에 낀 생일을 미리 한다고 해 아들 손자들이 주말에 미리 축하를 해주어서 생일상을 잘 받았음을 기쁘게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올해 생일상이 예년과 다른 점은 생일 축하의 노래를 기존의 미국 노래인 "해피 버쓰데이 투 유"를 우리말로 바꾸어 부른 노래가 아니라 새로 이 노래로 축하받았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사와 악보가 있습니다. 엇, 작사자가 이동식이군요. 바로 저의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제가 작사한 것이지요. 긴 긴 시간을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집안 식구들의 생일, 혹은 생신을 축하하는 상을 차려 올릴 때에 많이 드시라며 말로 축하의 말을 곁들이지만 노래로 축하하는 경우는 민간에서는 별로 없었지요. 다만 왕실에서는 축하음악과 노래를 불러 올렸고, 또 몇몇 분들이 부모님의 생신에 축하노래를 불러올리도록 한 경우는 있었지만 따로 축하노래를 불러올리지는 않았는데, 해방 이후 미국식 생활습속이 급속히 들어와 생일날 케이크를 놓고 거기에 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