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팝니다”- 조선시대판 인력시장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이른 새벽 일용직 노동자들이 일거리를 구하기 위해 인력시장에 모여들기 시작한다. 운 좋게 일거리를 잡으면 승합차에 몸을 싣고 현장으로 향하고, 선택받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들 대부분 생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오늘날의 인력시장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자신을 팔 때 작성하는 ‘자매문기(自賣文記)’를 15여 점 소장하고 있다. 자매문기는 흉년이나 기근 등으로 살림이 곤궁해진 서민이 생계를 위해 자신을 팔 때 작성하는 일종의 계약문서다. 다만 오늘날의 인력시장처럼 1일 계약이 아니라 남의 집으로 들어가서 평생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자매문기에는 자매를 하는 당사자, 상대측 계약자, 증인, 기록인 등의 이름과 매매를 하게 된 까닭과 파는 값 등이 명시되어 있다. 이들 모두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그 가운데는 기구한 사연도 있다. 안동의 어느 마을에 윤매(允每)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당시 두 해에 걸쳐 거듭된 홍수와 기근으로 가족들이 굶을 지경에 이르자 윤매의 아버지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타지로 떠났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객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