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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몸과 마음을 다하는 진심(盡心)

[‘세종의 길’ 함께 걷기 63]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세종의 사맛 곧 커뮤니케이션에 대하여 살피고 있는데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서로 교류하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몸이 먼저 나가는가 아니면 마음이 동하여 움직이게 되는가, 분명치 않다. 마치 리기일원론(理氣一元論이냐 리기이원론이야 하는 논쟁 같은데 여기서는 간략히 리(理)와 기(氣)가 함께 움직이는데 발하는 순서가 경우에 따라 다를 뿐이라고 해두자.

 

조선 신유학(新儒學)의 자연철학은 존재론인 리기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왔다. 주자(朱子)는 만물은 있어야 할 모습으로 반드시 그래야만 할 법칙이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리'라고 설명했다. 유교의 존재론인 이 리기설은 심성론과 연결되어 사람의 마음을 성(性)과 정(情)으로 나누고, 이때 성은 ‘리'이고 정은 ‘기'라고 생각했다.

 

대개 사람에서는 ‘리’와 ‘기’가 합해서 ‘마음’이 되는 것이니, 리가 주인이 되어 기를 거느리면 마음이 고요하고 생각이 한결같아서 스스로 쓸데없는 생각이 없어지지만, 리가 주인이 되지 못하고 기가 이기게 되면 마음은 어지럽기 그지없어서 사특하고 망령된 생각이 뒤섞여 일어나 마치 물방울바퀴가 둘러 도는 것 같아 잠깐의 고요함도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사람은 생각이 없을 수 없으나 다만 실없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경(居敬,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만 한 것이 없으니, 경하면 한결같고, 마음이 한결같으면 생각은 스스로 고요해지는 것이다. [참고 : ”‘doma’ 씨 서재“ 블로그 ]

 

여기에 대한 대안은 몸과 마음이 뜻을 같이하여 행동하라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함에 감정이 앞서는 때가 있고 리성적으로 냉정해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의 생활이란 이 두 종류의 혼합이고 연속이다. 그리고 오늘날 여러 예술에 있어서도 시대의 어두운 면을 표현하는 무거운 영화가 있는가 하면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애잔한 영화도 많다. 인간성을 표현하는 데서도 감성이 앞서는 사람이 있고 늘 차분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이 살며 몸과 마음을 다하지 못하는 데에는 ‘셀프 핸디캐핑(self-handicapping)'이라는 심리에 빠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일을 하지 않을 핑곗거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시험 전날 두통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때로 갑자기 방 청소를 하는 등 시험공부보다는 다른 일을 한다. 그런 뒤 시험을 잘못 치르고 나면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랬다는 핑계를 댄다.

 

이수현이라는 한국 학생이 있었다. 10년 전 2001년 이때쯤인 1월 26일 저녁 7시 15분 무렵 당시 고려대생으로 아카몬카이(赤門會) 일본어 학교에서 공부하던 고인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동경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선로로 추락한 술 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전철에 치여 숨졌다. 사고 당시 한국인이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다는 점이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수현 씨는 어떻게 이런 의로운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진심(盡心)이란 마음이 끝가지 간 곳에 몸이 있다는 말이다. 마음과 몸이 일치하면 ‘마음 곧 몸’이 되어 위험한 일 앞에 주저하지 않고 도우려 나서듯 이수현 씨는 마음과 몸이 동시에 움직인 것이다.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앞과 뒤를 재고 움츠러든 것이 아니다. 진심이란 경지에서는 몸과 마음이 순서 없이 같이 움직이는 상태에 있게 될 것이다.

 

세종이 말하는 진심(盡心)은 무엇일까.

 

진심(盡心)

 

일단 사람은 직분에 따라 맡은 일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정성을 보여야 한다.

 

 

진심(盡心) - 열성 : 가뭄이 지금 시작되니 매우 염려된다. 하늘의 뜻을 사람이 돌이킬 수는 없으나, 인력(人力)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다해서 하라, 하였다. 旱氣方作, 予甚慮焉。 天意非人可回, 其在人力可爲者, 盡心爲之。(《세종실록》13/5/2)

 

진심(盡心) - 성실 : 나의 지극한 생각을 몸 받아서 곡진하게 조치하고, ... 순행하면서 마음을 다해 구료(가난한 병자를 구원하여 치료해 줌)하여 운명하지 말게 하라, 하였다.(《세종실록》25/5/15)

 

마음을 다한다는 것은 마음에 거리낌이 없게 곧 자기 행동에 후회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진심(盡心) - 임무감 : 호군(護軍) 박혈(朴絜)이 마음을 다하여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고 창성(昌盛)이 노하여 그를 매질하였다.(《세종실록》 11/6/7)

 

이 사건은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례인데 즉 게으를 수 있다고 보이나, 그보다는 한 걸음 나아가 사전에 준비를 하지 못한 예비성 부족까지도 탓할 수 있다. 관리라면 응당히 자기업무 관리에 철저해야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 다하기에서는 ㉮ 몸으로 실천하는 것을 받아 ㉯ 순행 곧 두루 움직이고 ㉰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재판하는 일에서는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사건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심청찰(虛心聽察) : 대저 옥사(獄事)를 국문(鞫問)하는 사람은 마땅히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듣고 헤아려 그 실정을 알아내어야 한다. (《세종실록》 28/12/18) 大抵鞫獄者, 當虛心聽察, 以得其情。

 

마음이란 이처럼 바른 마음, 진심(盡心), 정성, 공경, 성심, 성의를 뜻하는 실천적 철학용어다.

 

진심(盡心) : (사조한 지예천군사 정하 등에게 가뭄에 굶주린 백성과 죄수들을 구휼할 것을 당부하다) 매년 내려오면서 물난리와 가뭄이 잇따랐는데 올해가 더욱 심하다. ... 그대들은 ‘마땅히 각기 마음을 다하여 백성을 구휼하도록 하라.’(爾等宜各盡心恤民) 만약 다른 도의 굶주린 백성들이 그 경계에 유랑하여 옮겨 온다면 모름지기 모두 진휼하도록 하라. 그리고 외방의 옥에 갇힌 죄수도 여름의 비올 때와 대단한 추위에 죽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니, 또한 마음을 다하여 불쌍히 여겨 돕고,(亦當盡心撫恤) 죄수의 판결에 지체됨이 없도록 하라, (《세종실록》 9/7/13) 하였다.

 

진심(盡心) : (평안도 도안무 찰리사 우의정 최윤덕이 관직을 사직하기를 청하자 이를 허락하지 않다) “신이 마땅히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진심진력(盡心盡力)하겠사오니,. (《세종실록》 16/2/5) 則臣當盡心盡力, 斃而後已。

 

진심(盡心)은 자칫 일상에서 쓰는 다른 뜻의 진심(眞心)으로 들릴 수도 있다. 둘 사이에는 유사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은 본시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기만 하면 ‘제 마음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진심(盡心)’은 《조선실록왕조》 전체 원문 모두 2,822건인데 그 가운데 세종이 243건으로 많은 5명의 임금 중 속한다. 연관어로 심정-心正(《세종실록》 즉위년/10/12), 성심-誠心(《세종실록》 2/윤1/23) 그리고 《대학》과 관련한 성의-誠意(《세종실록》1/3/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