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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5. 소문

[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12]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소 문

 

     아무도 보리밭에서

     날 보았다 하지 마소

     지난밤 들바람이

     왜 비리고 붉었는지

     들물댁

     속곳 푸는 소릴랑은

     들었다 하지 마소

 

 

 

 

<해설>

 

오광대 춤추는 사내는 어째서 이곳으로 흘러와 춤꾼이 되었을까. 혹시 이런 과거를 갖고 있지나 않은지.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장터 떠도는 신세가 된 것은 아닐까.

 

작은 시골 마을, 얼금뱅이 사내와 과수댁의 정분은 금방 소문이 난다. 보리밭이건 방앗간이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아무도 몰래 보리밭에서, 물방앗간에서 만났지만 좁디좁은 마을에서 그 소문이야 둘만 모를 뿐 남들은 다 아는 비밀이 아니었을까.

 

제발 누가 보았다면 입 좀 닫아주오. 내놓고 혼인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사랑이지만 돌아서서 비웃으며 말하지 말아주오. 비련의 사랑빛은 노을처럼 붉었고, 냄새는 비렸다. 사람들아. 내 사랑 들물댁 속곳 푸는 소리며 디딜방아 찍는 소릴랑은 들어도 못 들은 척 그냥 무심히 지나가다오.

 

3장 6구, 단시조에 이런 사연들을 엮어내어야 한다. 그러므로 단시조 쓰기가 어렵다. 긴 시는 긴 대로 어렵고, 짧은 시는 짧은 대로 어렵다. 재주 부족한 사람으로서 짧은 글 속에 생략된 이야기를 다 하자니 심히 벅차지만, 이왕 마당을 펼쳤으니 접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