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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균의 《말뚝이 가라사대》와 함께하기

[우리문화신문=이달균 시인]

 

   꽃 같은 열여섯에

   가마 타고 시집와서

 

시원찮은 백면서생 철철이 옷 해 입혀 곰 해 멕여 깔탈 많은 시부모 봉양으로 청춘 다 바친, 이 불쌍한 사람아. 아들 하나 못 낳은 죄인으로 장인 조르고 처남 졸라, 처가 전답 수십 마지기에 패물 궤짝이 둘, 머슴 다섯을 얻어 왔건만은 오입 밑천 노름 밑천으로 홀라당 다 까먹고, 그나마 있는 집 한 채는 일확천금 노다지에 속고 속아 빈털터리, 타관 객지에서 자식 죽이고 마누라 죽이고 돌아가 조상이며 처가 식구들 어이 볼거나.

 

   철들자

   노망든다고

   다 내 죄다

   내 죄야

 

 

 

 

< 해설 >

오광대놀이도 차츰 끝나가는가. 마누라 시신 곁에서 퍼질러 앉아 부르는 사설시조는 처량하다. 춤꾼이라면 이 모습을 어떤 춤으로 그려낼까. 기실 이런 장면을 두고 추는 양반춤은 없다. 그러니 이런 시편으로 영감 노래나 부를 수밖에.

 

늙어 어쩌다 본 아들 죽고, 조강지처까지 죽었으니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랴. 돌아보니 못난 인생이다. 자신이 그러하니 작은 어미 손에 죽은 마누라도 호의호식하며 살아보진 못했구나. 여자로 나서, 칠거지악이 가로막은 여자의 생이 어찌 벼슬도 못 해 본 시골 양반댁 마님인들 그리 편했기나 했을라고.

 

처가 전답 가져와 오입 밑천으로, 노름 밑천으로, 객주집 전전하다 낯선 타관에서 급기야 아들 잃고 마누라까지 잃었으니 조상님 뵐 면목이 없다. 철들자 노망드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제목을 개과천선이라 붙였지만, 그에 알맞은 제목을 찾지 못하여 그렇게 붙였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