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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은 외래어이고 <샤브샤브>는 외국어?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17)]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오늘 대림역12번 출구 중국동포들 많이 사는 동네에서 중국 샤브샤브 훠궈를 먹었다. 직원들이 한국어를 못했다. 주변 손님들 모두 중국어. 음식도 본토 맛 그대로. 오! 신기...담엔 여권 들고 가야겠어 -다음-"

 팔팔 끊는 물에 푸성귀나 얇게 저민 고기를 살짝 담가 건져 먹는 샤브샤브는 한국인들도 좋아 하는 일본요리다. 샤브샤브(しゃぶしゃぶ)라는 말은 1952년 일본 오사카에서 스테이크 요리점인 ‘스에히로’에서 팔기 시작한 요리이다. 이 요리는 1955년에 “고기샤브샤브 (肉のしゃぶしゃぶ)”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일설에는 몽골의 쿠빌라이 주치의 였던 홀사혜(忽思慧)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도 있고, 한편으로는 북경의 화과(火鍋)라는 양고기 요리가 있는데 이를 일본의 민예운동가인 요시다(吉田璋也)씨가 들여와서 지금의 형태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 일본의 샤브샤브 상차림, 곁들이찬(스키다시)이 없다.

문제는 샤브샤브나 오뎅(어묵), 스시(초밥), 사시미(생선회) 같은 일본 음식을 한국인들도 즐겨먹고 있는데 어떤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있고 어떤 말은 없다보니 이 말이 궁금한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오뎅과 사시미는 사전에 있는데 스시와 샤브샤브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그런데 재미난 질문이 있어 하나 소개한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샤브샤브’의 표기 문제이다. 어떤 이가 2012년 6월 15일에 그 궁금점을 국립국어원에 질문했다. 요점은 “샤브샤브”냐? “샤부샤부”냐? 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정확하지 않다. 일본어 ‘우모음(う母音)’ 은 ‘으’도 ‘우’도 아닌 중간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도 ‘부’도 아니지만 어쨌거나 표기는 해야 하므로 사람들은 제 각기 편리한대로 쓰고 있었던 것이며 위 질문자처럼 궁금한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 샤브샤브를 파는 스테이크 전문점 '스에히로'

“샤브샤브”에 대해 국립국어원에서는 2004년 5월 28일자 회의에서 “샤부샤부”로 결정했다고 한다. ‘브’와 ‘부’ 의 중간 발음이 없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결론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의 답변 가운데 재미난 부분이 있다. “샤부샤부”가 외국어이기 때문에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논리는 ‘스시’나 ‘샤브샤브’는 외국어라 올리지 않았고 ‘오뎅’이나 ‘사시미’는 외래어라 올렸다는 말이 된다. 이해가 안가는 말이다.

사전이 존재하는 까닭은 말뜻을 모르는 국민이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올바른 국어생활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샤부샤부로 할까? 샤브샤브로 할까?”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할 것이 아니라 같은 일본요리이면서 어떤 것은 실려 있고(오뎅,사시미) 어떤 것은 빼버려(스시, 샤브샤브) 국민이 궁금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린경제 / 한국문화신문 얼레빗 이윤옥 기자]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