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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땡땡이> 원피스 볼 때마다 화나네요

[≪표준국어대사전≫ 안의 일본말 찌꺼기(32)]

[그린경제=이윤옥 문화전문기자]  핑크땡땡이 주문했는데 무지핑크 원피스가 왔어요. 화가 나서 전화하니 땡땡이랑 무지랑 주문번호를 같이 해놓은 자기들의 실수를 인정 안하고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하네여... 첨부터 주문번호를 틀리게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 헷갈리게 주문번호는 똑같이 해놓구선 낚시질 하는 것도 아니고..기분 엄청 나빴어여.. 다시 돌려버리고 싶었지만 배송비도 내가 물어야 된다고 해서 그냥 입기로 했지만 솔직히 볼 때 마다 화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여..  -다음- 

~하네여, ~어여 라고 쓰는 것을 요새 많이 본다. 귀엽게 봐주기엔 우리말이 너무 불쌍하다. 

여름이라 땡땡이 원피스를 입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흰 바탕에 검정 땡땡이도 괜찮고 검은 바탕에 흰 땡땡이도 괜찮다.  

나도 땡땡이를 좋아해서 옷장에 두어 벌 땡땡이 무늬 옷이 있다. 누리집엔 온통 땡땡이 옷들이 넘쳐난다. 잘 팔린다는 증거다. 어렸을 적엔 땡땡이를 ‘땡땡이가라’라고 했다. 일본말을 공부하다 보니 ‘땡땡이’도 ‘땡땡이가라’도 모두 일본말이다.

   
▲ 땡땡(点点)이 무늬 옷감
엑? 하고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말은 일본말이라서 그런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재미난 것은 무데뽀(막무가내), 요지(이쑤시개), 재테크(재산증식) 같은 말은 일본말인데도 올라 있다. 대관절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

‘땡땡이: 점박이 또는 물방울무늬, 일본말’ 이렇게 밝혀주면 국어순화에 많은 도움이 될 터인데 알려주지 않으니까 순수한 우리말인줄 알고 국민들이 줄기차게 쓰는 것이다. 다행히 <다음 국어사전>에서는, ‘땡땡이[(일본어)tenten[點點]이]’로 나와 있다. 국가기관이 만든 사전은 일관성이 없는데 견주어 민간이 만든 사전은 국어순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 ‘가라’는 무슨 말인가? 

일본 삼성당의 필휴유어실용사전《必携類語実用辞典》에 보면, ‘がら【柄】:もよう【模様】’로 나와 있다. 곧, ‘가라=모양’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땡땡이가라는 물방울모양 또는 물방울무늬 인 것이다.  

제법 연세 드신 어른들은 ‘하나가라’라는 말을 쓰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꽃무늬(花柄)를 나타낸다. 특히 여름철 여자들이 즐겨 입는 땡땡이 무늬 옷은 토박이말처럼 오해하기 쉬운 말인데 말이 나온 김에 정확한 일본어 발음을 구경하자. 

땡땡(点点)이는 알파벳으로 쓰면 ‘tenten’인데 자음과 모음이 일본말보다 월등히 많은 우리말로는 ‘뗑뗑/텡텡/땡땡/탱탱/텐텐/뗀뗀’ 으로 표기가 가능하다. 옷감에 크고 작은 점을 무늬로 찍어 멋을 낸 것이 땡땡이다. 여름철 여자들 옷에 많이 박아 넣는 땡땡이 옷, 지금부터 제철이지만 땡땡이란 말의 유래라도 알면 좋겠다.


 

**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요즈음은 한 분야에 입문하여 10년만 공부해도 “전문인”이 되는 세상이다. 일본어 공부 35년째인 글쓴이는 대학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가 두렵고 망설여진다. 그러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풀어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그거 좋다”고 하여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말 찾기’라는 부제의 책《사쿠라 훈민정음》을 2010년에 세상에 내어 놓았다. 이 책 반응이 좋아 후속편으로 2편이 곧 나올 예정이다. 내친김에 일반인을 위한 신문연재를 하게 되었다. ‘말글을 잃으면 영혼을 잃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애정을 갖고 이 분야에 정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