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도 좌창 <제전(祭奠)>의 끝부분이 이 노래의 절정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유지숙 명창이 불러주는 “잔디를 뜯어 모진 광풍에 흩날리며 〖왜 죽었소, 왜 죽었소, 옥 같은 나 여기 두고 왜 죽었단 말이요.〗 대목의 애끓는 절규는 너무도 인상적인 소리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백오동풍(百五東風)은 한식(寒食)때 불어오는 봄바람을 뜻하는 말로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다는 이야기, 상차림의 모습, 제물을 차리는 위치나 각 제물의 생산지가 소개되고 있어서 특산품의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는 이야기, ‘함종 약률’이라는 표현에서 평안도 함종 지방의 밤이 유명하였음을 알게 되고, 또한 함종은 강서군의 한 면소재지로 평안도 민요 <긴아리>의 최초 발생지로도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제사상에 올리는 술 종류도 다양하다는 이야기, 벽파 이창배의 《가창대계》는 노랫말을 표준어로 기록하고 있으나, 황해도 출신의 박기종 명창은 양성모음을 음성모음으로 표기하고 있어서 투박한 느낌을 주며 끝부분의 ‘날 다려만 가렴아.’를 ‘날 데려만 가소 구레’ 등으로 불러 향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 옥담 유고집 ‘부채선물에 화답’ 가운데-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한 말이다. 선비가 체신을 잊고 가슴을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을 정도로 무더위 속의 요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중복(中伏)이요 내일은 24절기의 열두 번째 대서(大暑)인 까닭이다. 이렇게 중복과 더위가 하루 사이로 드는 것은 드문 일로 1929년과 2011년에도 있었을 뿐이다. 각도 관찰사에게 전지하기를, "금년은 가뭄으로 인하여 더위가 매우 심한데, 이제 유(流) 이하의 죄수는 모두 다 사면하여 놓아주었으나, 석방되지 아니한 죄수는 옥(獄)에서 더위로 인하여 혹시 죽게 될까 두려워, 내 마음에 몹시 근심된다. 경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몸받아 곡진(曲盡)하게 조처하여, 각 고을 수령들로 하여금 옥에 있는 죄수들을 무휼(撫恤, 어루만져 구호함)하여 병이 나지 않게 하라."하였다. 이는 《세종실록》 세종 25년(1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것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이는 의열투쟁으로 독립운동을 한 박열(1902~1974)이 쓴 시다. 박열은 1989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받은 인물로 요즘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박열’의 주인공이다.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독립운동가 박열보다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金子 文子, 1903~1926)가 더 돋보인다고 말이다. 후미코는 박열의 이 시에 반했다고 하지만 함께 무정부주의 사상을 공감하는 동지로서의 매력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연인으로 발전하지 않았나 싶다. 후미코는 1922년 봄부터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 박열과 동거를 시작하며 아나키스트 단체인 흑우회를 결성한다. 경북 상주 출신인 박열은 1919년 경성고등보통학교에 재학할 당시 3ㆍ1독립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퇴학당하고 그해 10월 일본으로 건너간다. 박열은 1922년 4월 정태성 등 동지 16명과 일본
[우리문화신문=성제훈 기자] 오늘 아침 KBS뉴스에서넓은 면적에 약을 뿌리는 광역방제기가 때마침 발생한 구제역 소독약을 뿌리는데 잘 쓰고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때마침'이라는 어찌씨(부사)는 말 그대로 때를 잘 맞춰 제때에 알맞게 또는 바로 ‘때맞춰’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낱말은 긍정적인 뜻이 있습니다. ‘밖에 나가려는데 때마침 비가 멎었다’, ‘돈이 궁하던 차에 때마침 공돈이 들어왔다’처럼 씁니다. 광역살포기를 구제역 소독약 뿌리는 데 쓰는 것은 좋은데, 때마침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이럴 때는 ‘우연히’나 ‘공교롭게’를 써야만 합니다. ‘광역방제기가 뜻밖에 구제역 소독약 뿌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광역방제기가 우연히 구제역 소독약 뿌리는 데 효자 노릇을 하고’, ‘광역방제기가 공교롭게 구제역 소독약 뿌리는 데 잘 쓰이고 있다’고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오늘 아침 우리말편지 밥상을 무엇으로 차릴지 걱정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뉴스에서 틀린 말이 나오네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 6월 <돈화문국악당>에서 유지숙명창이 부른 서도 좌창 “제전(祭奠)”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한식 명절에 죽은 남편 무덤을 찾아가서 정성껏 제물을 차려놓고 수심가조의 창법으로 절규하는 노래라는 점, 서도소리에도 좌창이나 입창(선소리)형태를 비롯하여, 송서, 율창, 소리극, 재담, 신명나는 민요 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이름난 명창이 많았으나 1세대 명창들은 거의 작고한 상황이고, 지금은 남쪽의 2세대들이 이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전”은 갖가지 음식이며 술을 준비해서 상차림을 한 후, 남편을 애절하게 회상하는 내용인데, 유지숙은 서도소리 특유의 시김새와 창법으로 청중을 감동시켰다는 이야기, 그 시작에‘백오동풍(百五東風)’은 한식(寒食)때 불어오는 봄바람으로 이는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제전”에서는 상차림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갖가지 제물을 차려놓되, 각각의 제물 이름이라든가 또는 그 제물들을 놓는 위치를 알려주고 있으며, 이와 함께 각 제물의 생산지가 소개되고 있어서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물품이 특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금의 직업이 10년 뒤에도 살아남을까? 이에 대한 재미난 연구가 있다. 일본의 프라이버시폴리시 회사의 야마다(山田光彦) 씨는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이 내놓은 자료를 토대로 10년 뒤의 직업 가운데 47%에 해당하는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의 인용을 보면, 10년 뒤 직업의 변화를 예측 가능한 3가지 요인으로 첫째 공급과잉 둘째 기술혁신, 셋째는 소비자 행동 변화를 꼽고 있다. 먼저 첫째의 공급과잉 직업을 보면 미용실, 치과의원, 건설업 관련, 마사지사 등이 꼽힌다. 한 예로 일본의 접골원(接骨院) 수를 보면, 2002년에 25,975 개였던 점포수가 2012년에는 42,431개로 10년 동안 1.6배로 늘어났다.(일본 후생성, 2012년 자료) 이것은 일본의 3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 점포수 합계 41,085개 보다 많은 숫자다. 더욱이 이는 접골원만의 숫자로 정체원(整体院, 척추교정, 디스크 치료, 근육 맛사지 등 약물을 통하지 않은 자연요법으로 치료하는 곳)을 합하면 무려 10만 개를 넘는 것이다. 또한 미용실이나 치과병원의 경우도 편의점 보다 많은 상태로 공급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일제의 강압정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살던 사람들이 <교포> <조선족> <고려인> <코리안>이란 이름으로 이국땅에 살고 있으면서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재외동포들의 2세나 3~4세들 중에는 모국어는 구사하지 못해도 아리랑은 애국가 이상으로 많이 부르며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들의 할아버지 세대, 혹은 부모세대가 슬픔과 기쁨을 아리랑과 함께 하던 생활 속의 경험이 그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려인들은 황무지 연해주를 옥토로 바꾸었고, 러시아의 적인 일본에 대항하여 싸웠으며, 구 소련 사회에 이바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냉대와 질병, 추위와 기아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아리랑의 힘이 컸다는 점, 대단한 음악은 반드시 쉽다는 대악필이(大樂必易)는 아리랑이 연상된다는 이야기,《아리랑》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남과 북, 동과 서, 진보와 보수, 빈자와 부자, 노년과 청소년, 본국과 해외교포와의 국민 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 주에는 유지숙이 불러주는 서도소리 중에서 좌창에 속하는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보다 장마가 한 달 빠른 일본은 지금 무더위가 한창이다. 습기가 많은 일본의 무더위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찜통더위다. 이러한 무더위 속에서 일본인들은 “무더위 안부 편지”인 쇼츄미마이(暑中見舞い)를 보내느라 분주하다. 쇼츄미마이는 편지를 보내기도 하지만 직접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 집에 찾아가기도 한다. 편지는 대개 엽서를 보내는데 엽서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수박이라든가, 산과 바다 등 시원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우편주식회사(日本郵便株式会社)에서는 이 때를 특별 엽서보내기 기간으로 정하여 1950년부터 “쇼츄미마이용우편엽서(暑中見舞用郵便葉書)”를 발행하고 있다. 또한 1986년부터는 엽서에 복권 번호처럼 번호를 새겨 넣어 당첨되면 상품을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무더위 안부를 묻는 쇼츄미마이 엽서 이름을 “카모메메루 (かもめ~る)”라고 하는데 이는 카모메(갈매기)와 메일(메이루라고 일본말에서는 소리 남)을 합해서 부르는 말이다. 이 엽서는 해마다 6월 초순에 발행한다. 쇼츄미마이를 보내는 시기는 보통 7월 초순 장마가 갠 뒤부터 입추 사이에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시기에 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아리랑은 슬픈 감정으로 느리게 부르면 구슬픈 노래가 되고, 반대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부르면 기쁜 노래가 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리랑이란 무슨 뜻이고 어떤 의미를 내포한 말인가? 하는 어원에 관한 이야기 등도 소개해 보았다. 그 가운데서 아리랑이란 의미는 첫째가 크다(大)는 뜻이라는 점, 랑(郞)은 '님'이어서 <크신 님>, <하늘 님> <하느님>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이야기, 두 번째 의미로는 <고운 님>, 세 번째로는<사무치게 그리운 님>이고 쓰리랑은 마음이 쓰리도록 <그리운 님>이라는 뜻이라는 주장, 네 번째로는 나 아(我), 이치라는 뜻의 리(理), 즐거울 랑(朗)으로 해석해서 <나를 찾는 즐거움의 노래>, <나를 깨닫는 즐거움>이란 뜻으로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아리랑은 크다는 의미와 연계하여 큰 강을 뜻하기도 하는데, 한강수를 아리수라 부르기도 하였다는 이야기, 그밖에도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 등을 덧붙였다. 반드시 의미를 알고 아리랑을 불러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앞에서 소개한 여러 의미가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에는 “오츄겐(お中元, 御中元)”이라고 해서 평소 신세진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무더위를 잘 이겨내라는 뜻의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오츄겐 시기는 도쿄를 비롯한 관동지방은 7월 초에서 중순까지이고 오사카 지역 등의 관서지방은 1달 늦은 8월 초부터 중순에 선물을 주고받지만 요즈음은 지역과 상관없이 대충 7월 중순쯤 주고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츄겐은 고대 중국에서 전해온 산겐(三元)에서 유래한다. 산겐이란 상원(上元, 1월 15일), 중원(中元, 7월 15일), 하원(下元, 10월 15일)을 말하며 오츄겐은 이 가운데 중원(中元)으로 이것은 고대 일본의 어령제(御霊祭)와 불교에서 유래한 우란분재(7월 15일)가 겹친 것으로 여름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오츄겐 때 주고받는 선물은 어떤 것일까? 한 조사에 따르면 1위는 프레미엄 맥주, 상품권, 와인, 양과자로 조사되었지만 사실은 오츄겐의 선물로는 술, 과일, 햄, 소면, 과자, 아이스크림 등등 다양하다. 온라인쇼핑몰 다이마루(大丸)・마츠자카야(松坂屋) 등에서는 대대적인 오츄겐 선물 특집을 만들어 놓고 일본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