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조상님들의 이름자만이라도 새겨진 족보들을 고국으로 보내드리는 것이 후손된 도리를 다하는 것 같아 기증하게 되었다. 일본에는 많은 동포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유물들을 소장하다가 후대에 전승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 4월 21일(금) 재일동포 정아미(鄭雅美, 일본이름 마쓰무라마사미(松村雅美), 여 51살)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 등 고문서 7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며 남긴 말이다. 정아미 씨가 기증한 책은 《영산신씨파보(靈山辛氏派譜)》(2책, 1904년, 목활자본)와 《영산신씨세계(靈山辛氏世系)》(2책, 필사본), 《영산신씨가승(靈山辛氏家乘)》(1책, 필사본), 《개국정사좌명공신회맹문(開國定社佐命功臣會盟文)》(1책, 1791년, 목판본), 《종부지증(種付之證)》(1점, 1918년) 등 7점이다. 기증 자료는 기증자의 친정어머니 신애자(辛愛子)씨가 보관해오던 것으로 어머니는 경남 하동에서 살다 한국전쟁(1950년) 당시 아버지 신재호(辛在昊)씨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가지고 간 자료들이다. 두 분은 모두 고인이다. 《영산신씨파보》는 우리나라 어느 기관에서도 소장하고 있지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러온 휘모리잡가 중 비단타령 이야기를 하였다. 이 노래는 앞에서 소개한 판소리 흥부가에 나오는 비단타령과는 가사도, 창법도, 장단도, 음계도 전혀 다르다는 점, 그 시작은 “청색 홍색 오화잡색, 당물당천 거래시에 동경천이며 남경천, 동양천이며 서양천이라.”로 시작하여 <중략> 마지막 부분은 “기갈이 자심하고 초기가 막심하야 기다리고 바라던귀, 야반삼경 조요한데 문틈으로 넘나든 귀, 일락서산 저문 날에 지체 말고 가거스라.”로 맺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서울의 잡가는 앉아서 부르기 때문에 이를 좌창(坐唱)이라고도 부르는데, 긴잡가는 느린 6박의 도드리 장단, 휘모리잡가는 빠른 4박의 타령장단이란 점, 잡가라고 하는 명칭은 정가(正歌)에 대해 자신들이 부르는 노래를 낮추어 부르는 명칭이란 점, 1920년대의 잡가집에는 정가와 민속가의 대부분이 한 책속에 잡거(雜居)하고 있기에 <여러 노래의 모음집>이란 뜻으로 잡가(雜歌)로 불러 왔다는 점, 휘모리잡가는 해학적인 긴 사설을 휘몰아치듯 빠른 장단으로 부른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울, 경기지방에서 불러온 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사월이라 한여름이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나니 날씨도 좋구나.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주 울고 보리 이삭 패어 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치기 바쁘구나. 남녀노소 일이 바빠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이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4월령으로 이즈음 정경을 잘 표현해주고 있는데 4월은 맹하(孟夏) 곧 초여름으로 입하와 소만이 들어 있다고 노래한다. 오늘은 24절기 여덟째 “소만(小滿)”으로 이 무렵에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자라 온 세상에 가득 찬[滿]다는 뜻이 들어 있다. 또 이때는 이른 모내기를 하며, 여러 가지 밭작물을 심는다. 소만에는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고,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찍어 먹는 것도 별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름에 접어드는데 들판에는 밀과 보리가 익고, 슬슬 모내기 준비를 한다. 또 이 무렵 산에서는 뻐꾸기가 울어대며, 아카시아와 찔레꽃 향기는 바람을 타고 우리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온 천지가 푸른데 대나무는 누레져 그런데 소만 때는 온 천지가 푸르름으로 뒤덮이는 대신 죽순에 모든 영양분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몇 해 전 필자는 일제국주의가 저지른 남경대학살(1937~1938년, 중일전쟁 중에 남경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 현장을 답사한 적이 있다. 인류의 비극인 남경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인 아이리스 장(Iris Chang, 張純如)의 《남경의 강간, The Rape of Nanking》에 자세히 나와 있어 사족을 달 필요는 없지만 이 한 권의 책이 잔혹하기 짝이 없는 일본군의 남경대학살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은 크나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남경대학살 현장에서 유난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이 있다. 그것은 목이 잘린 중국인의 머리를 나무 가지 위에 올려놓고 입에는 담배꽁초를 물려 놓은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진이 《일본잔혹사진사(日本殘酷寫眞史), 2006, 도쿄 사쿠힌샤》에 실려 있어 섬뜩했다. 《일본잔혹사진사(日本殘酷寫眞史)》란 다름 아닌 시모카와 코우시(下川 耿史, 1942~) 씨가 쓴 책으로 이 책 29쪽에 실린 목 잘린 남자의 사진은 필자가 남경대학살에서 본 사진과 흡사하다. 일본군이 저지른 남경대학살의 참상은 이미 일본 내에서 학습(?)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흥보가> 중, 두 번째 박에서 각종 비단(緋緞)이 쏟아져 나와서 이 대목을 비단타령이라 부르고 있다는 점, 비단이란 증(繒)·백(帛)·견(絹)과 같은 견직물을 이르는 말로 특히 견의 생산과 직조는 BC 3000년 중반 이전에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에서도 기후 풍토가 양잠에 적합하여 오래전부터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치며, 비단실을 켜서 비단을 짜는 일이 발달하였다는 점을 얘기했다. 비단타령의 마지막 부분은 “청공단, 홍공단, 백공단, 송화색(松花色)까지 그저 꾸역꾸역 나오너라”로 맺는데, 같은 계열의 박봉술이 부르는 대목과는 유사하기도 하고 또는 부분적으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는 점, 대개 앞부분이나 마지막 부분은 유사하고 중간부분은 첨삭 부분도 있다는 점, 이와는 달리 서울, 경기지방의 휘모리잡가에도 비단타령이 들어있으며 여기에서의 휘모리라는 말은 빠른 박자를 지칭하고, 잡가란 정가에 비해 점잖지 못한 노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휘모리잡가 속에 들어있는 <비단타령> 이야기가 되겠다. 이 노래는 앞에서 소개한, 판소리 흥부가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창업 10년 된 회사가 어떻게 해서 아프리카 굴지의 기업이 되었는가? 그 비밀의 열쇠가 한권의 책 속에 들어있다. 책 제목이 좀 길지만 《아프리카의 초인기 일본기업 비포워드의 성공 철학》이라는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비포워드를 창업한 아먀가와 히로노리(山川博功, 46살) 씨다. 그는 20대 때 중고자동차 매매업을 시작했는데 해외 비즈니스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여 실패를 거듭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가 주로 공략한 것은 현지의 유력한 조력자를 얻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비포워드와 손잡을 파트너 기업을 찾아서 고용을 창출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간 것이 주효했다. 또한 아프리카의 SNS 환경이 일본 이상으로 유행하고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입소문에 의한 평판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야마가와 씨는 브랜드를 광고하기 위해 마우라이의 인기 축구팀을 사들여 팀 이름을 아예 비포워드라고 회사이름을 붙여 버렸다. 현재 비포워드는 매출이 500억 엔까지 성장했다. 28개국 지점에 52명의 외국인 스탭이 있는 등 국제적인 기업이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소개한 《아프리카의 초인기 일본기업 비포워드의 성공 철학》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논산의 황산벌 전국국악경연대회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2017년 들어서 처음으로 개최된 전국 규모의 국악경연대회란 점, 계백(階伯)장군의 얼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이어서 남북 평화통일에 이바지 하며 이와 함께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명분을 담고 있다는 점, 판소리, 기악의 관악과 현악, 고법, 풍물 등 4개 분야로 구분되어 있다는 점, 앞으로는 경서도민요나 가곡, 시조창, 가야금 병창, 전통무용 분야 등으로 확대해 나가기를 바란다는 점을 얘기했다. 또 각 분야의 수상자들에겐 상금과 함께 보리쌀이나 대추 등 지역의 특산물을 상품으로 수상하는 아이디어가 매우 신선하다는 점, 기획이 탄탄하고, 채점 결과를 즉각 공개해서 의혹이 없도록 조치한 점이나 종목별 평가를 통해 교육의 연장선으로 만든 점, 판소리 노인부를 신설하여 노인의 건강이나 육체적 건강에 이바지 하고 있는 노인복지를 돕는 행사가 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주최 측이나 경연참가자, 심사위원, 관객, 시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함께 꾸미고 즐긴 한바탕 축제의 장이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다시 판소리 <흥보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의 안데르센이라 불리는 오가와미메이(小川未明,1882-1961)의 작품 가운데 “찔레꽃” 이란 게 있다. 원래 일본말로는 노바라(野ばら)인데 우리말로 번역하면 “찔레꽃” 또는 “들장미”로 번역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인들에게 “들장미”와 “찔레꽃”은 사뭇 다른 이미지로 다가서지만 일본말은 이 둘을 가리키는 말이 “노바라(野ばら)”다. 오가와미메이의 작품 ‘노바라(野ばら)’를 필자는 “찔레꽃”으로 번역하고 싶다. 가수 장사익은 찔레꽃 향기가 짙어 너무 슬프다고 했는가? 오가와미메이의 “찔레꽃” 줄거리는, 국경선을 사이에 둔 두 나라 병사가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친하게 되어 장기도 두고 말동무도 하다가 갑자기 한쪽의 병사가 전쟁으로 국경 수비대를 떠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 두 나라 병사는 한쪽이 노인이고 한쪽이 젊은이었다. 젊은이가 국경 수비대를 떠나기 전까지 두 병사는 날마다 마주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바로 찔레꽃 필 무렵이었다. 유독 가슴 시린 향기를 내뿜는 찔레꽃 주변에는 언제나 꿀벌들이 날아들었고 적이자 동지가 된 두 사람은 마치 친아버지와 아들처럼 친하게 되지만 결국 젊은이는 전쟁터로 배치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타령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흥보가의 또 다른 별칭이 <박타령>이란 점에서도 이 대목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거니와 이 대목은 장단의 대비와 유연하게 흘러가는 가락보다도 발림, 소리꾼에게 유일한 소도구인 부채를 활용하여 사설을 실감나도록 표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발림이란 너름새, 사체(四體)라고도 한다는 점, 박타령은 진양장단으로 “시르르르렁 실건 당거 주소. 헤이 여루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은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抱恨)이로구나.”로 진행되다가 박이 벌어질 시점에 빠른 장단으로 변한다는 점, 조상궤에서 쌀과 돈이 나오자 본격적으로 빠르게 “흥보가 좋아라고”의 대목이 이어지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사설을 처리하는 대목이 매우 흥미롭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번 주에는 잠시 이야기를 바꾸어 2017년 들어서 처음으로 개최된 충남 논산의 전국 국악경연대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논산에서 열린 대회의 명칭은 <황산벌 전국국악경연대회>로 3월 25-26일, 양일간 논산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이번이 열두 번째로 충남의 작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한국 사람이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03년 1월 13일 첫 이민선 캘릭호를 타고 호놀룰루항에 도착한 것이 최초다. 이때부터 1905년 8월 8일까지 56회에 걸쳐 하와이 땅을 밟은 사람은 7,291명에 이르렀다. 초기 이민선을 탄 사람들은 사탕수수 밭 노동을 위해 건너 간 사람들이다. 1905년 당시 하와이 사탕수수농장 전체 노동자 48,229명 가운데 한인은 4,683명으로 9.71%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일본사람들이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것은 언제일까? 일본인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것은 1830년대지만 본격적인 이민의 역사는 1868년이다. 이후 1902년 사탕수수밭 노동자의 70%를 일본인이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일본인들이 하와이 땅을 밟았다. 그러나 1924년 일본인의 입국을 저지하는 이른바 배일이민법(排日移民法)이 가동되면서 하와이 이민자 수는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1924년 7월 1일 미국의 이민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은 각국으로부터 하와이로 들어오는 노동자 수를 무제한 받아들이지 않고 연간 제한을 두는 법으로 배일이민법은 일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와이 사탕수수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