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남쪽지방에서 돌아온 제비가 흥보집을 찾아와 반갑다고 한 울음에 대하여 한자(漢字)풀이로 알아보았다. <지지지지(知之知之)>는 아시지요, <주지주지(主之主之)>는 주인님, <거지연지(去之年之)>는 지난해에 떠났던 제비, <우지배(又之拜)>는 또다시 인사드립니다, <낙지각지(落之脚之)>는‘떨어져 다리가’<절지연지(折之年之)는 부러졌지요, 은지덕지(恩之德之)는 은혜와 덕망, 수지차(酬之次)는 갚기 위해서, <함지포지(啣之匏之), 내지배(來之拜)요>는‘박씨를 물고 돌아와 인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능력없고 게으른 흥보가 운이 좋아서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푼 선행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이야기, 사람이나 미물을 대할 때, 정성을 다 하는 착한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이러한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법인데, 인간사에는 정성을 다해 베풀고 이의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은혜를 입고도 이를 까맣게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 늘 시끄럽기 마련이라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조선왕조실록》은 의당 조선인의 손으로 만들어져야하지만 국운이 기울어져갈 무렵이어서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조선총독부가 이에 관여하는 바람에 상당부분이 일본의 입김에 왜곡돼 있다. 본문48권 48책과 목록 4권 4책을 합쳐 모두 52권 52책으로 구성되어 있는 《고종실록》은 1863년12월부터 1907년 7월까지 고종 재위 43년 7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1907년 《고종실록》 부록 편찬위원을 보면 위원장은 이왕직 장관(李王職長官)이며 종3위(位) 훈1등인 법학 박사 시노다 지사쿠(篠田治策)가 맡고 있으며 부위원장(副委員長)을 한국인인 이항구가 맡고 있다. 부록 편찬위원 33명 가운데 일본인은 모두 10명이다. 그 이름을 보면 다음과 같다. 경성제국대학교수 오다 쇼고(小田省吾), 감수위원 나리타 세키나이(成田碩內), 사료 수집위원 기쿠치 겐조〔菊池謙讓〕, 서무위원 스에마쓰 구마히코(末松熊彦), 서무위원 시가 노부미쓰(志賀信光), 회계 위원 사토 아키미치(佐藤明道), 감수 보조위원 에하라 요시쓰치(江原善椎), 편찬 보조위원 하마노 쇼타로(濱野鐘太郞), 편찬 보조위원 미즈바시 후쿠히코(水橋復比古)〕, 사료수집 보조위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제비노정기를 소개하였다.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흥보집까지 오는 행로를 기록한 대목으로 사설이나 음악적 구성이 잘 짜인 대목이라는 이야기, 스님이 집터를 잡아 준 자리에 집을 짓고 살아가던 어느 날, 제비 한 쌍이 날아들어 새끼를 까고, 그 중 한마리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흥보가 정성껏 치료해 주었더니 강남으로 돌아갔다가 이듬해 봄 보은표 박씨를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 대목이 바로 <제비노정기>라는 이야기를 했다. 강남으로부터 중국의 요동, 압록강, 의주, 평양, 개성, 서울을 거쳐 흥보의 집까지 오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 대목은 고종때 서편제의 명창 김창환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 그 시작은“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창망 허구나”<중략>로 시작해서 끝부분에 “박씨를 입에 물고 <중략>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어 들보 위에 올라 앉어 제비말로 운다.”로 진행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 대목은 사설도 잘 짜여 있고, 적당한 빠르기에 가락도 흥겨우며 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금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제1관에서는 ‘윤동주 100년 생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윤동주 생애 100년이란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1917부터 올해 2017년을 세어 100년을 말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4월 6일(목) 필자는 “일본에서 부활하는 윤동주 시인 -부제: 일본인들은 어떻게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가?-”란 제목으로 특강을 했다. 필자는 윤동주가 태어난 북간도 명동촌을 시작으로 하여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그리고 하숙하던 종로 누상동 집터와 인왕산 수성동 계곡을 둘러본바 있다. 또한 일본 도쿄의 릿쿄대학과 교토 도시샤대학 그리고 다카하라 하숙집터를 찾아갔으며 27살의 나이로 순국한 후쿠오카 형무소까지 그의 발길 닿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그의 작은 흔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인 가운데는 일찍부터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좇아 그의 불꽃같은 삶을 기리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주부에서 윤동주 시에 반해 평생을 윤동주 연구에 바치고 있는 야나기하라 야스코 씨를 비롯하여 북간도 용정에서 윤동주의 무덤을 찾아내고 그의 문학성을 널리 알리고 있는 오무라 마스오 와세다대학 교수. 그리고 1990년 일본 교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중타령>으로 걸승이 내려와 흥보네 집을 방문하고 부자 되는 집터를 잡아 주는 대목을 소개했다. 형이 준 쌀과 돈을 도적들에게 다 뺏기고 매만 실컷 맞고 왔다고 변명을 해도 부인이 믿지 않는다. 가난이 죄가 되어 흥보와 부인이 울고불고 할 때, 중이 내려오는데, 이 대목이 <중타령>이고, 엇모리 장단으로 부른다. 엇모리란 규칙적인 박자의 조합이 아닌, 3박과 2박의 혼합박 형태인 5박자로 구성된 장단이란 점을 얘기했다. 장시간이 소요되는 판소리 음악에는 느린 진양장단에서부터 점차 빠른 중몰이, 중중모리, 잦은모리, 휘모리, 엇모리, 엇중모리 장단 등, 다양한 장단 형태가 쓰인다는 점, 또한 느린 진양장단이라 해도 더 느리고, 덜 느린 형태로 구분된다는 점, 이러한 장단은 사설의 전개에 따라 각기 다른 장단이 활용되며 대체로 신령스러운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경우, 엇모리 장단을 쓴다는 점, 그리고 중타령 대목을 소개하면서 복(福)이란 임자가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이번 주에는 제비노정기를 소개한다. 제비노정기란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흥보집까지 오는 행로를 기록한 대목으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내 유년시절엔 ‘국화’라고 하면 가을이었고, ‘토마토’라고 하면 여름이 제격이라고 여겼습니다만, 요즈음은 비닐하우스가 잔뜩 생겨 꽃이든 야채든 과일이든 연중 어느 때라도 재배되고 있습니다. 또한, 도로를 만들고 건설을 하느라 강이나 논을 메우고 산림을 훼손하고 나니 새들의 소리도 멀어지고 나무의 녹음도 볼 수 없어 그때그때의 정취도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홋카이도 출신 작가 이시모리 노부오(石森延男, 1897~1987) 씨는 <일본인의 계절감>이란 수필에서 이렇게 썼다. 그의 집 울타리는 낙엽송으로 되어있었는데 키가 4미터나 되는 거대한 낙엽송이 20미터나 길게 늘어서 우거져 있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눈이 사라지고 봄이 찾아오면 낙엽송 산울타리도 동그랗고 자그마한 순을 틔웁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순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무심코 낙엽송의 순을 따서 냄새를 맡으면 강렬한 냄새가 퍼져 콧속을 간질거립니다. 나는 봄을 확인하기 위해 순 몇 개를 따서 손바닥에 비벼보곤 했는데 이렇게 낙엽송의 순 냄새를 맡는 것은 나 혼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아버지와 들녘을 산책하게 되는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흥보가 먹을 것을 얻으려 놀보집에 갔다가 오히려 형에게 매를 맞고 돌아오는 이야기를 하였다. 놀부가 마당쇠를 불러 곳간문을 열라고 지시한 다음, 곳간 속에 들어 있는 동면(東面)서 들어온 쌀 천석, 북면(北面)서 들어온 보리 오백석, 콩, 팥, 쉰 섬과 서숙(조를 말함)을 확인하면서 지리산서 도끼자루 헐라고 가지고 온 박달 몽둥이를 꺼내오라고 해서 동생을 때리는 대목이 자진모리장단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 부분의 사설은 뒤주나 궤를 헐기 싫어서 전곡을 주기 어렵다는 내용과 돼지나 닭을 굶기는 일이 동생을 살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놀보의 횡포가 계속된다는 이야기, 부인의 물음에 흥보는 닭 잡고, 술, 밥, 고기를 많이 채려다 주었고, 형과 형수 공론하여 쌀과 돈을 많이 주시어 짊어지고 오다가 도적에게 싹 다 뺏기고 매만 실컷 맞고 오는 길이라고 둘러댄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중타령>으로 중이 내려와서 흥보네 집을 방문하고 가난한 흥보에게 집터를 잡아 주는 대목이다. 형이 준 쌀과 돈을 도적들에게 다 뺏기고 매만 실컷 맞고 오는 길이라는 변명을 하자, 진실이 아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가는 봄이여 / 새는 울고 / 물고기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이는 일본의 하이카이(俳諧, 5.7.5조로 이뤄진 일본의 정형시) 시인 마츠오 바쇼(松尾 芭蕉, 1644~1694)가 방랑의 길에 나설 때 도쿄를 떠나며 부른 노래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바쇼의 시 속에는 봄을 노래하던 새들도 울고, 심지어는 물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던 물고기들조차 가는 봄이 아쉬워 눈물을 흘린다. 이 노래는 가는 봄의 아쉬움과 함께 자신이 몸담고 있던 도쿄를 떠나는 아쉬움을 담고 있는 노래로 알려져 있다. 하이카이의 시성(詩聖), 하이카이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마츠오 바쇼의 유명한 시 몇 편을 다시 감상해보자. “오랜 연못에 / 개구리 뛰어드는 / 물 텀벙 소리 한적하구나 / 바위에 스며드는 / 매미소리 말을 하려니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 잿속 화롯불 / 사그라들고 / 눈물 끓는 소리“ 5.7.5(일본어 기준)라는 글자 수를 맞춘 극히 절제된 노래 하이카이지만 간결함 속에서 계절이 주는 정서라든가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그 어떤 이미지가 군더더기 없이 나름대로 잘 전달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츠오 바쇼는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전곡간이나 얻을 생각으로 놀부 집을 찾아갔다가 박대를 당하는 흥보 이야기를 하였다. 매품을 팔아 가족을 살리려던 작전도 실패로 돌아가자, 마지막 기대를 안고 놀보집으로 건너가나 뜻을 이루지 못한다. 흥보가 “동생, 흥보를 모르시오?”라고 물으니“나는 5대차 독신으로 아우가 없는 사람”이라 대답한다는 이야기, 이 부분을 박봉술 창에서는 더욱 구체적으로 작년에 쟁기 지고 도망헌 놈은 청보요, 또 괭이 지고 도망헌 놈은 홍보였는데, 흥보는 금시초문이라며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뗀다. 흥보가 다시 한 번 “형님 함자는 ‘놀’자, ‘보’자요, 아우 이름은 흥보 아니요?”라는 물음에“여보시오, 나는 5대차 독신으로 내려온 줄을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디, 날 보고 형님이라니? 당신 큰 망발을 해도 분수가 있지, 당신 길 잘못 들었소, 이 넘어 동네로 가서 물어 보시오!”로 받는다. 그럼에도 흥보가 불쌍한 동생을 살려달라고 형과의 관계를 애절한 계면조가락으로 조목조목 확인하니 놀보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흥보가 먹을 것을 얻으려 놀보집에 갔다가 오히려 형에게 매를 맞고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부산이라던가 대구를 영어로 표기할 때 과거에는 PUSAN, TAEGU 였지만 지금은 BUSAN과DAEGU로 쓰고 있다. 이러한 것을 ‘로마자표기법’이라고 하는데 로마자표기법은 불변의 표기법이 아닌지라 PUSAN이 BUSAN처럼 바뀌는 것처럼 한국어에서 로마자표기법에 관한 논의는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 3월 21일 마이니치(毎日新聞)에서는 일본어 로마자 표기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정부가 2020년부터 실시할 예정인 ‘학습지도요령개정’에서 초등학생의 로마자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 일선에서 “로마자표기 혼란, 교사들 단일화 요구”라는 제목을 달았다. 2020년부터 강화되는 로마자표기가 무엇이기에 교사들이 혼란을 호소하는 것일까? 일본의 로마자 표기는 훈령식(訓令式)과 헤본식(ヘボン式) 두 종류가 있다. 헤본식이란 미국인 제임스 커티스 헵번(James Curtis Hepburn, 1815~1911)이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일본문자의 로마자화를 고안한 사람으로 이를 가리켜 헤본식이라고 부른다. 훈령식(訓令式)은 명치(明治) 때 일본인 학자들이 만든 로마자 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