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 공자가어(孔子家語) : 논어(論語)에 빠진 공자의 일화를 기록했다는 고서 芝蘭生於深林 지란생어심림, 不以無人而不芳 불이무인이불방 “깊은 산 속의 영지와 난초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향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 꽃이 화려한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입니다. 벌레와 새를 유인하여 수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원시시대에는 고사리와 같이 씨와 꽃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식물이 많았지만, 지금은 화려하게 자신을 치장하여야 번식에 성공할 수 있으니 화려함은 처절함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식물은 좋은 환경을 찾아 움직일 수 없고 단지 평생을 한자리에서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까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며 한세월을 지내야 하니까... 그것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향기가 없는 것은 아니니 항상 준비하는 모습이 가슴 아리게 다가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의 인품과 학식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닦고 자신의 길을 가면 자연히 그 향이 퍼지게 되겠지요. 자신의 신념은 쉽게 저버리기 어렵습니다. 때로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식물은 영양물질을 만들어내는 광합성 작용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산소를 부산물로 만들어낸다. 광합성 작용은 식물의 잎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반응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식물이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의존적인 존재이다. 당연히, 식물은 동물 없이 살 수 있지만, 동물은 식물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광합성 반응 : 이산화탄소 + 물 + 태양에너지 -> 영양물질(포도당) + 산소 광합성은 식물의 잎에서 주로 일어나지만, 호수나 바다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자로서 광합성을 통하여 물고기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한다. 잎이 무성한 나무는 광합성 작용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나는 장소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을 수풀이라고 한다. 수풀의 준말이 숲이다. 숲을 한자로는 삼림(森林)으로 표기하는데, 나무 목자가 다섯 개나 들어있다. 그러나 삼림은 일본식 한자어로 간주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산림(山林)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거치며 황폐된 숲을 지속적인 조림사업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 아낙이 설거지물을 밖으로 휙~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에게 쏟아졌다. 구정물을 지나가던 객(客)이 뒤집어썼으니 당연히 사과를 해야 마땅하지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이는지라 이 아낙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돌아선다. 그래서 '삿갓'이 등 뒤에 대고 한마디 욕을 했다. 하지만 암만 그래도 상스러운 욕을 할 수는 없어서 단 두 마디를 했다. "해. 해." 이게 무슨 욕인가? 그러나 잘 풀어보면 해=年이니까 "해. 해." 그러면 '년(年)'자(字)가 2개니까 2年(=이년)이든지 아니면 두 번 연속이니까 쌍(雙), 곧 '雙年(쌍년)'이 될 것이다. 김삿갓에 관해 일화나 유머와 재치, 해학에 가득 찬 멋진 시가 어디 한두 개인가? 한 농부의 처가 죽어 그에게 부고를 써달라고 하자 '유유화화(柳柳花花)'라고 써주었다는 얘기는 국민이 외울 정도이다. '버들버들하다가 꼿꼿해졌다'는 뜻이 아닌가? 이처럼 한자를 빌어 우리말을 표현하기도 하며 한시를 한글의 음을 빌어 멋지게 풍자하고 조롱하는 그의 솜씨는 우리나라 고대문학사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다. 그 대표적인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野闊秋多月(야활추다월) 들은 넓어 가을 달빛 그득하고 江淸夜少煙(강청야소연) 강은 맑으니 밤의 연기는 있는 듯 마는 듯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의 동인으로 활동하였던 왕태(王太, 1764~?)의 시입니다. 왕태는 집안이 가난하여 술집 심부름꾼으로 힘들게 일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아 점차 시재(詩才)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당시 대표적인 시사였던 송석원시사의 일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송석원시사는 천수경(1758~1818)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중인들 문학단체입니다. 그동안 시사는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중인들이 시사를 결성하였다는 것은 이 당시 중인들이 시사를 결성할 만큼 문학적 소양이 있었고, 경제적 능력도 되었다는 얘기지요. 18세기 말에는 조선도 점차 상업이 발달하면서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중인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의 신분 상승에 대한 열망, 문학 활동에 대한 욕구가 이런 시사까지 만들게 된 거지요. 이 당시 이러한 중인들에 의해 이루어진 문학 활동을 위항문학(委巷文學) 또는 여항문학(閭巷文學)이라고 합니다. ‘송석원’이라고 하면 소나무와 돌이 어울리는 원림(園林)이라고 할 텐데, 송석원시사를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포장도로 위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가 누릇한 가을 냄새를 풍기고 마알간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감나무가 가을을 재촉합니다. 산 위에 단풍나무는 성급하게 물들어 버렸고 어디를 봐도 풍성함으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풍성함도 좋지만,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내 정들었던 잎과의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비워내고 허(虛)의 세계로 돌아가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함이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남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부족함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후진국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의 주민들보다 서구의 부유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을 우린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부와 권력, 명예와 지위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부와,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는 권력 남부럽지 않은 명예와 만인지상의 지위가 행복을 담보해주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때 찾아오는 것이지요. 제 인생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어쩌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산하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양력 10월만 되면 두려운 날이 하루 있다. 결혼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부부가 같이 기념하고 즐기는 날이라는 사회 통념에 따르면 나는 지금까지 이날을 제대로 같이 기념한 적이 없다. 우선 결혼기념일이 정확히 언제인지가 기억되지 않은 해가 많았다. 8월에 있는 부인 생일은 챙겼지만, 그 두 달쯤 뒤인 이 결혼기념일은 날짜가 꼭 이틀쯤 헷갈려서, 무심코 지나고 나서는 ‘아이쿠 이런’하고는 후회를 한다. 대개 그런 날은 부인에게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뒤늦게 깨달은 경우이다. 그리고 어쩌다 미리 생각이 나면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그게 서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잘 맞지를 않아 삐끗거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물론 아주 챙기지 않았으면 70을 바라보는 내가 아직까지 다리가 성한 채로 나다닐 수 있었겠는가? 지난 일을 생각하면 그래도 결혼 15주년을 맞은 1995년 북경에 있을 때에 시간을 내어 천진을 하루 다녀온 일이 있었고, 10년이 더 지난 2005년에는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일본 단풍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말하자면 25주년이니 은혼식을 일본 여행으로 치른 셈이 된다. 그렇지만 이런 큰 두 기억 말고는 대개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불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경전은 무엇일까? 아마도 《반야심경(般若心經)》일 것이다. 한문으로 된 반야심경은 260글자에 불과하지만 모든 예불은 《반야심경》을 낭송하는 것으로 끝나니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전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반야심경》의 사상을 압축하고 압축하면 ‘색즉시공(色卽是空)’ 4글자가 남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색즉시공’을 이해하면 불교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색(色)은 오관으로 감지할 수 있는 것과 생각으로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곧 형태가 있는 것, 눈에 보이는 사물, 추상적인 개념을 포함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有)이 ‘색(色)’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空)은 무엇일까? 어떤 이는 공(空)을 ‘상관성’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또는 ‘비어 있는 것(虛)’, 또는 ‘없는 것(無)’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어 있는 것은 없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서, 나는 공(空)을 무(無)로써 해석하고 싶다. ‘색즉시공’을 도식으로 표현하면 ‘色=空’이라는 것이다. 조금 달리 해석하여 色을 有로 보고 空을 無로 보면 有=無가 되며 이것은 얼핏 보아 명백한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벌써 아침인가? 부스스 눈을 부비며 일어나보니 창밖이 훤하다. 날이 벌써 새나? 이런 생각에 밖을 내다보니 아직 지지 않은 둥근 달이 서쪽 하늘에 걸려있다. 내일이면 8월 보름 아닌가? 곧 더 원만해질 달이 자애롭게 서쪽 하늘에서 웃고 있는 새벽이다. 한가위 대보름을 위해 마치 수레바퀴처럼 둥글어지며 달려온 저 달이 오늘 새벽에 일찍 나를 깨운 것이다. 그 달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밑으로 내리니 세상이 온통 은빛 속에 춤을 춘다. 북한산 자락에 세워진 아파트 사이의 도로도 차량의 흔적이 끊긴 채 고요하고, 올려다보이는 나지막한 봉우리들이 시립(侍立, 웃어른을 모시고 섬)한 그 위로 달빛 공주의 춤을 보며 손뼉을 쳐주고 있다. 당나라 시인 이백(701~762)은 어떻게 그리 이 달빛을 보는 순간 영원히 잊히지 않을 절창을 했을까? 어떻게 이 달빛을 보며 고단한 인생, 고향을 떠나 살 수밖에 없는 우리 나그네의 심사를 온통 다 쓸어 담았을까? 床前明月光 침상 앞 달빛 어찌 그리 밝은지 疑是地上霜 서리가 내린 줄 알았잖아 擧頭望明月 고개 들어 밝은 달 보다 보니 低頭思故鄕 고향 생각에 고개 절로 내려가네 。 다섯 글자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참나무는 나무의 이름이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참나무란 나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을 아울러서 참나무로 부르고 있으니 말이지요. 그 참나무들의 열매인 도토리가 산야에 지천입니다. 통통하고 매끈한 도토리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식물은 대단히 훌륭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토리의 전략은 허접하기 그지없습니다. 단지 열매를 둥글게 만들어 떨어지는 힘에 의지하여 좀 더 멀리 보내 우 연에 의해 싹틈을 기대하는 것과 청설모 다람쥐의 먹이를 통한 이동으로 그들에게 먹히거나 아니면 보관된 장소가 그들의 뇌리에서 잊히기를 바라는 다소 위험한 생존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자연에 있어서 식물의 씨앗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 조그만 열매 안에 식물의 완전체가 이미 유전인자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 생존전략은 씨앗은 아주 작게 만들어서 다량으로 멀리 퍼뜨리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도토리는 그러기에는 너무나 크고 단단합니다. 잘 정비된 생존전략이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요. 그들의 대부분은 벌레에 파먹히거나 썩어서 없어지고 일부는 동물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소문에 종 갓동(同)과 철매(哲每)가 병으로 죽었다고 하니 참 불쌍하다. 중 해당(海堂)도 왔다. 밤 10시쯤 급창, 금산과 그 처자 34명이 모두 유행병으로 죽었다. 3년 동안이나 앞에 두고 미덥게 부리던 자라, 하루 아침에 죽어간 것이 참혹하다. 새벽에 종 한경(漢京), 돌쇠(乭世), 해돌(年石) 및 자모종(自慕終) 등이 돌아왔다. 저녁에 종 금이(金伊), 해돌, 돌쇠 등이 돌아갔다. 양정언(梁廷彦)도 같이 돌아갔다. 저녁부터 비바람이 크게 일어 밤새도록 그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돌아갔는지 모르겠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亂中日記)》 중에 나오는 대목들입니다. 한낱 종이 병으로 죽은 것에 대해서도 가슴 아파하고, 비바람이 밤새도록 몰아치는데, 종들이 무사히 돌아갔는지 걱정하고 있는 장군!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기록들을 보다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게 되는데, 한낱 종들에 대해서도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는 이 일기의 대목에서 또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네요. 노비들까지 걱정하는데, 부하들에 대한 기록도 없을 수 없겠지요? “흐리고 가랑비가 오더니 저녁에는 큰 비로 변하여 밤새도록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