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로 겨울에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입니다.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지요. 입동을 앞뒤로 하여 닷새 안팎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합니다. 농가에서는 냉해(冷害)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무를 땅에 구덕(구덩이)을 파고 저장하기도 하지요. 또 추수하면서 들판에 놓아두었던 볏짚을 모아 겨우내 소의 먹이로 쓸 준비도 합니다. 예전에는 소가 먹을 풀이 없는 겨울철에는 주로 볏짚을 썰어 쇠죽을 쑤어 소에게 먹였지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지요. 이런 궁궐의 풍습처럼 민간에서도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아름다운 풍속도 있습니다. 이는 입동(立冬), 동지(冬至), 섣달 그믐날에 나이든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아무리 살림이 어려운 집이라도 치계미를 위해 곡식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입동에는 또 다른 아름다운 풍속도 있었습니다. 농가에서 고사를 많이 지내는데 음력 10월 10일에서 30일 사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위의 시는 일본 문학의 한 장르인 센류(川柳)로 센류란 5.7.5조의 일본시를 말한다. 5.7.5조란 일본어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한국어로 번역했을 때는 5.7.5가 지니는 리듬과 맞지 않아 센류의 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으나 대강의 뜻은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센류는 에도시대(1603~1867)에 생겨난 것으로 지금의 도쿄를 중심으로 유행한 정형시다.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일본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센류는 가라이 센류(柄井川柳)라는 작가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 내용은 풍자성이 짙은 것들로 이뤄졌다. “살 빼야지 이거 먹고 나서 빼야지(やせてやる コレ食べてから やせてやる)”와 같은 센류는 거의 일본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시다. 이는 음식을 앞에 놓고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부터’가 아니라 ‘이것까지 먹고 다음번부터’라는 식으로 다음번 음식을 앞에 두고는 또 역시 ‘다음부터’라고 말하는 사람들, 곧 의지가 약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딱한(?) 마음이 들어 있는 내용이다. 센류는 짧지만 시사하는 내용이 때로는 해학적이며 사회의 이슈나, 현대인들의 고민 따위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강화에서 개최한 전국국악경연대회 이야기를 하였다. 강화군은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유서 깊은 고장으로 자연풍광이 아름답고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역사적인 곳이며 특히 단군성조가 천신에게 국운을 빌었다는 마니산의 참성단이 유명하고, 석탑, 동종(銅鐘), 산성, 고려궁지의 사적 등 다수의 문화재급 보물이나 기념물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며 같은 맥락으로 무형의 유산도 발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강화 국악경연대회에 폭발적으로 많은 참가자들이 모였다는 의미는 강화 출신의 유지숙 명창이 주관하는 대회라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생각, 그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이 더욱 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참여하는 실버분야나, 지역의 명예를 안고 출전한 단체부의 경연은 강화대회의 특색 중 하나라는 이야기, 아쉬운 점은 기관이나 후원단체의 결성이라든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경주를 비롯한 남원, 광주, 전주, 대전, 홍성과 같은 곳에서 볼 수 있었던 관(官)과 민(民)의 뜨거운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 또 하나는 축하 무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부디 한 톨의 쌀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는 하지 마옵소서. 부디 또 곰발바닥 같은 진미에도 물릴 정도로 부유하게도 하지 마옵소서. 부디 뽕밭 매는 아낙네를 싫어하지 않게 하소서. 부디 궁궐의 아름다운 여인들을 사랑하게도 마옵소서. 부디 콩 보리도 구분하지 못하는 숙맥처럼 우매하게 마옵소서. 부디 우주를 점칠 정도로 총명하게도 마옵소서.“ 이는 일본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 1892~1927)의 “난장이의 기도”에 나오는 말이다. “난장이의 기도”는 사람들이 일상을 살면서 가슴에 새겨들을 만한 일종의 격언이나 금언 같은 말로 가득 차 있다. 35살의 나이로 음독자살한 아쿠타가와는 “어떤 옛 친구에게 보내는 수기”에서 자살 동기를 '막연한 불안'이라고 썼는데 그것은 육체, 생활, 문학, 사상과 관련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불안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라쇼몬(羅生門)〉의 작가로 한국에 알려져 있는 아쿠타가와는 주로 작품의 소재를 헤이안시대(平安時代, 794~1192)의 설화집에서 구하고 있으며 〈코〉, 고구마죽, 〈지옥변〉, 〈덤불숲〉같은 작품들이 있다. 1935년 친구이며 문예춘추사 사주였던 기쿠치 간에 의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인천광역시 부평구가 주최한 국악경연대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 풍물축제가 3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대표 공연예술제에 뽑혀 대표 거리축제로 자리매김을 하였으며, 그 축제의 하나로 국악경연대회가 16회째열리고 있다는 이야기, 경연 분야는 기악, 무용, 민요 등 3개 분야이었지만 예상외로 신청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일반적으로 신청자가 많으면 경연 때 포기자도 많은 편이나, 부평대회는 빠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빠진 사람이 생기는 원인은 교통비나 숙박비가 많이 들 때, 출전인원이 많아 입상권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금액이 적거나 상의 훈격에 따라, 그리고 드물게는 자신과 다른 류를 전공하는 전문가가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을 경우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부평대회는 초등학생들의 열연, 고등부의 실력이 월등하였으며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공간을 경연장으로 선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대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는 진행요원을 더 확보하여 심사결과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부평대회가 있던 다음 날(10월 2일), 강화군에서는 제4회 강화 전국국악경연대회가 열렸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霜降)”이다.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내리며, 온도가 더 낮아지면 첫 얼음이 얼기도 한다.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르다.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 단풍은 하나둘 떨어져 지고 나무들은 헐벗어 간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이다. 상강이야말로 가을 절기는 끝나고 겨울로 들어서기 직전이다. 이즈음 농가에서는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다. 〈농가월령가〉에 보면 “들에는 조, 피더미, 집 근처 콩, 팥가리, 벼 타작 마친 후에 틈나거든 두드리세……”라는 구절이 보이는데 가을걷이할 곡식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일손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속담에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덤빈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大夫人) 마님이 나막신짝 들고 나선다."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모레 23일 일요일은 24절기의 열여덟째 “상강(霜降)”입니다.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때인데 벌써 하루해 길이는 노루꼬리처럼 뭉텅 짧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면 하룻밤 새 들판 풍경은 완연히 다릅니다. 된서리 한방에 푸르던 잎들이 수채색 물감으로 범벅을 만든 듯 누렇고 빨갛게 바뀌었지요. 그리고 서서히 그 단풍은 하나둘 떨어져 지고 나무들은 헐벗게 됩니다. 옛 사람들의 말에 “한로불산냉(寒露不算冷),상강변료천(霜降變了天)”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한로 때엔 차가움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상강 때엔 날씨가 급변한다.”는 뜻입니다. 상강이야말로 가을 절기는 끝나고 겨울로 들어서기 직전이지요.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진 날 한 스님이 운문(雲門, 864~949) 선사에게 “나뭇잎이 시들어 바람에 떨어지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운문 선사는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라. 나무는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고(體露), 천지엔 가을바람(金風)만 가득하겠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상강이 지나면 추위에 약한 푸나무(식물, 植物)들은 자람이 멈추지요. 천지는 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운데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로 들어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몇 해 전 일본의 한 언론에서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 가운데 “일본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을 물은 결과 ‘교토’가 단연 1위로 꼽힌 적이 있다. 교토 가운데서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기요미즈데라(淸水寺)’라는 답이 나왔지만 기요미즈데라와 같은 문화유산 말고 무형의 문화유산을 꼽으라면 교토의 3대 마츠리를 꼽을 수 있다. 천년고도 교토의 3대 마츠리라고 하면 5월 15일의 아오이마츠리(葵祭), 7월 17일의 기온마츠리(祇園祭), 10월 22일의 지다이마츠리(時代祭)를 꼽는다. 오래된 순서로는 아오이마츠리 (서기 567년), 기온마츠리(서기 863년), 지다이마츠리(서기 1895년) 순으로 꼽을 수 있다. 성격으로 따지자면 아오이마츠리는 궁정에서 시작한 마츠리(국가의 제사 형식)로 볼 수 있고 기온마츠리(전염병 퇴치의 제사)는 서민층에서 향수하던 마츠리다. 그런가 하면 10월 22일에 열리는 지다이마츠리는 명치정부가 나라(奈良)에서 교토(京都)로 수도를 옮긴 것(헤이안 천도, 794년)을 기념하여 명치28년(1895)에 시작한 비교적 역사가 짧은 마츠리다. 명치정부는 교토 천도 당시의 간무왕(桓武天皇)을 모시기 위한 사당으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임방울(1905~1961)명창의 예술혼을 기리고 새로운 차세대 명창을 뽑는 임방울국악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였다. 광주광역시, 조선일보사, SBS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임방울국악진흥회(이사장 김중채)가 주관하는 국악계 최고의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 판소리, 시조, 농악, 가야금병창, 기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이며, 판소리의 경우는 학생부, 일반부, 명창부, 퓨전 판소리부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참가자가 700명, 각 분야별 심사위원의 수가 80여명에 달했다는 이야기, 심사위원은 대회 전날, 인력풀을 활용하여 공개 추첨방식으로 선정되어 객관성을 높였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특히 판소리 명창부, 기악부, 무용부 결선은 SBS의 생방송으로 진행되었으며, 경연 즉시 채점표는 영상(프로잭트)으로 공개되어 공정성을 유지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판소리 명창부는 결선에서 부를 대목을 추첨을 통해 지정받기 때문에 완창(完唱)능력을 갖춘 자들이어야 참가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2016년도 대상 수상자는 김경아양으로, 1000여만원 상당의 순금 트로피와 함께 상금액이 3,000만원이었다는 이야기, 상금보다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바야흐로 만산홍엽이 고운 계절이다. 우리나라의 단풍 명소를 꼽으라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설악산 대청봉 단풍을 시작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꼽는 사람들이 꽤많다. 그런가하면 같은 지리산이라해도 핏빛보다 붉다는 피아골 단풍도 곱기로 소문난 곳이다. 오죽하면 "피아골 단풍을 보지 않은 사람은 단풍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까? 같은 지리산이라 해도 뱀사골은 계곡과 단풍이 어우러진 곳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내장산 단풍은 호남 으뜸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또한 백암산 백양사 단풍, 협곡과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주왕산 단풍, "춘마곡 추갑사(봄에는 마곡계곡, 가을에는 갑사계곡)"라 일컬어질 만큼 계룡산 단풍도 아름답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떠할까? 명산이 많은 일본도 전국적으로 단풍명소가 즐비하지만 고색창연한 고찰들이 즐비한 교토의 경우는 절 경내에 심어놓은 수 천 그루의 단풍나무들이 오래된 고찰 분위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야후 제팬에서 조사한 2106년 교토 단풍 명소 순위 10위를 보면 모두 절과 신사(神社)에 집중되어있다. 그 가운데 1위는 단연코 천년고찰 기요미즈데라(清水寺)다.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