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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저는 박사과정에 들어간 지 10년이 되는 2009년에 “일제시대 이극로의 민족운동 연구-한글운동을 중심으로”라는 박사논문을 제출하여, 학위를 취득한 박용규라고 합니다. 2012년에는 박사논문을 보완하여 《조선어학회 항일투쟁사》를 펴냈습니다. 제 학위논문과 《조선어학회 항일투쟁사》를 간략히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의 한글운동은 단순한 국어운동이 아닌 항일투쟁이었다”는 결론을 얻어 내었습니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올해에, 이극로(1893∼1978) 선생님께 편지를 드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 선생님은 독일 베를린대학에서 학업을 마치고, 1929년 1월에 귀국하여 우리 말글을 지키는 독립운동을 펼쳤습니다. 1929년 10월 우리말사전을 편찬하고자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조직하였고, 위원장에 뽑혔습니다.
그 뒤 1931년 우리의 말과 글을 정리하고 통일하고자 조선어학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선생님은 조선어학회에서도 상무간사로 활동하셨구요. 선생님은 조선어학회에 관련된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깨알만한 작은 글씨로 수첩에 적어두고서 학회의 일을 추진했습니다. 이처럼 선생님은 조선어사전편찬회와 조선어학회에서 모두 핵심 역할을 하며, 두 기관을 주도하였습니다.
식민지가 된 조선 사회에 이극로 선생님이 공헌하고자 하였던 핵심 내용은 우리 말글의 규범을 수립하여 조선민족과 민족성을 영구히 유지하는 한글운동을 완수함에 있었습니다.
▲ 이극로 선생 (이종수 제공)
이를 위해 선생님은 한글운동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김성수가 제안한 보성전문학교 교장직도 사양하였습니다. 당시 전문학교 교장직은 명예와 경제적 보수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직책이었습니다. 이를 사양한 것을 보면 선생님이 얼마나 언어독립운동을 중시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33년 6월부터 사전편찬 사업은 재정문제 때문에 난항에 부딪쳤습니다. 그래서 사전편찬 작업은 일단 접고, 사전편찬의 기초공작인 조선어 철자법 통일과 조선어 표준어 사정에만 주력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주도한 조선어학회는 민족어의 3대 규범집(「한글 맞춤법 통일안(조선어 철자법 통일안)」(1933),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 「외래어표기법 통일안」(1941)을 완성하여 민족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습니다. 선생님은 나라 없는 시기에 독립의 준비물을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심모원려는 실로 대단하였습니다. 이 규범집은 해방 후 남북한에서 국어규범집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936년 3월부터 조선어사전편찬회로부터 사전편찬의 업무를 인계받은 조선어학회는 이극로 선생을 중심으로 사전편찬을 완수해 내었습니다. 특히 일제 침략자들이 일본어로 해설하여 간행한 《조선어사전》(1920)보다 약 3배가 많은 16만에 달하는 우리말 어휘를 조선어학회의 사전편찬 위원들이 수집·주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전편찬 작업은 1942년 일제의 탄압으로 중단되었습니다.
조선어학회가 우리 겨레의 말과 겨레글자인 한글을 연구·정리·보존하여 민족과 민족성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는 언어독립운동을 펼치자, 일제는 “조선어학회 사건”(1942)을 일으켜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혹독하게 탄압하였습니다.
이극로 선생님은 조선어학회의 대표여서 1942년 10월 1일에 일제 경찰에 검거되었고, 이후 함흥경찰서와 홍원경찰서와 함흥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일제의 재판부는 징역 6년형을 언도하였지요. 선생님은 1945년 8월 17일에야 석방되었습니다.
광복 이후 함흥감옥에서 석방된 뒤, 이 선생님은 《조선말 큰사전》(1947) 1권이 나오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한글학회는 1957년 마지막 제6권을 발행하여 완간하였습니다. 《조선말 큰사전》은 대한민국에서 대표적인 국어사전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사전은 남북 두 체제의 국어사전의 발간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업적은 실로 항일투쟁사에서 불멸 그 자체입니다. 글로나마 뵙고 싶어 후학이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 제 편지를 읽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박 용 규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한국근대사 전공) 졸업(문학박사)
현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저서 :「북으로 간 한글운동가 이극로 평전」, 2005
「이극로의 우리말글 연구와 민족운동」(공저), 2010
「조선어학회 항일 투쟁사」, 2012
「우리말 우리역사 보급의 거목 이윤재」, 2013
「조선어학회 33인」,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