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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 혀 놀려대는 일 염불만 못해 "무용당대사"

선사들의 시감상 18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수레 떠들썩 산문에 들어

하루밤 이야기 몇생의 인연

내일 아침 홀연 행차 떠나면

깨어도 못잊을 꿈 속의 신선

 

한 굽이 맑은 시냇물 콸콸

겹겹의 구름나무에 골문도 깊어

중 돌길로 가고 구름 골짜기 찾고

새는 꽃 가지에 나그네는 누대에 드네

스스로 얻은 임천의 끝없는 멋

속세에 남은 근심 알리 없네

삼황이나 오제는 무엇 하신분

태초의 참새와 노느니 못해

 

이는 무용당 대사(無用堂 大師,1651~1719)가 속세의 선비와 나눈 노래다. 대사는 19살에 출가하여 송광사의 혜공 대사를 은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이후 선암사, 조계사, 신흥사 등을 거치며 수행 정진 하였으며 1694(숙종 20) 지리산 신흥사에 있던 은사 스님인 백암 선사의 입적으로 강원을 맡아 제자들의 교육에 힘썼다.

    


 

그러나 무용당 대사의 명성을 듣고 밤낮으로 제자들이 몰려들자 홀연히 물리치고 한갓 혀나 놀려대는 것이 어찌 염불에 전념하는 것만 하랴면서 용문산 은봉암에 거처를 옮겼다. 이곳에서 저술에 몰두하였으며 숙종 45(1719) 세수 69, 법람 51살에 입적하였다. 무용당 대사의 선시(禪詩) 한 수를 감상해보자.

 

만물이 한결 같지 않음 알겠지

태산이나 가늘 터럭도 각기 제 천분

오리 학 길고 짧은 다리

누가 그렇게 시켰나

검고 흰 까마귀나 갈매기도

제 스스로 그러한 것

꿈속에서 꿈 이야기

참으로 우습고

소 등에서 소를 찾기

말할 만한 것도 못돼

높고 낮음 원래 둘이 아니니

옛 사람 이미 말했지

솔개하늘 날고 고기 못에 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