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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시대란다

[연변조선족문학창 45]

[우리문화신문=석화 시인] 

 

 

 

컴퓨터시대란다

 

 

          컴퓨터시대란다

          안방에 컴퓨터를 들여놨다

          타다닥 타다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모니터에 그물이 펼쳐진다

          먼저 큰 애가 걸리었다

          작은 애도 곧 걸려들 것이다

          12년 전 37원짜리 선풍기가 들어와서

          종이부채, 향나무부채, 파초부채 싹 쓸어가듯이

          텔레비전, 오디오, 세탁기, 청소기, 랭동기…….

          하나씩 둘씩 들어올 때마다

          그 대신 하나씩 둘씩 밀려나간 집식구들

          컴퓨터시대란다

          어느 프로그램을 설정하면

          할머니와 아버지와 엄마와 아이들을

          하나씩 둘씩 다시 불러낼 수 있을까

          안방에 컴퓨터를 들여왔다.

 

 

                                                                                       - 《천지》, 1997년 제8호

 

 

 

 

< 해 설 >

 

석화시인은 개혁개방시대가 낳은 나젊은 훌륭한 시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현대의식에 민감하고 남다른 개성적인 풍격으로 뚝 삐어져 나온 보기 드문 재능 있는 시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지용시문학상 당선시집 《세월의 귀》에 이렇게 썼다. “거송처럼 멀리 내다보고 맹금처럼 깊이 굽어보면서 시의 의경을 높이기 위한 석화시인의 끈질긴 노력은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시인은 단순히 현실을 반영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의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석화시인은 진실하고도 건강한 시정신으로 미의 시세계를 빛나게 창조하고 있다. 그는 현대문명에 나타나는 기형적인 현상에 대한 가벼운 조소와 강한 비판의식을 보여준다. 시 “컴퓨터시재란다”에서는 이렇게 썼다.

 

얼마 전에 선풍기가 여러 가지 부채들을 쓸어냈듯이 텔레비전, 랭동기, 컴퓨터 따위가 하나 둘 들어오자 집식구가 하나 둘 밀려나간다고 했다. 언제면 할머니, 부모, 아이들을 하나 둘 불러들일까? 이것은 얼핏 보면 비좁은 집에 큰 물건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밀려나가는 표면현상 같지만 여기에는 나날이 차가와지는 안타까운 세월에 잃어지는 사랑과 인정을 통탄한 것이다.

 

석화시인은 이미지창조에서 어떠한 생활측면의 한 점을 잡고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넓은 생활화폭에서 종합적이고 개괄적인 이미지창조가 더 많은 것 같다. 풍격, 운률, 형식에서도 그의 시에는 대담한 파괴와 창조가 있다. 남다른 시행엮음, 전통과 혁신의 결합, 민족정서와 민족풍격의 짙은 향기, 이러한 특점이 석화시인의 시세계를 이룬다. 시풍은 해학적이고 낙관적이어서 재미가 있고 시어는 소박하여 알기 쉽고 알기 쉬운 시어로 어려운 뜻을 보여준다.(리상각 <석화시인의 시세계>에서)